2일 실시한 현장 감식 사고 원인 밝혀주나, 발표까지 열흘 걸려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로 하청 노동자 6명이 죽고, 25명이 다친 삼성중공업 노동절 참사와 관련, 사고원인 규명에 집중했던 경찰 수사가 이제 원청인 삼성중공업을 직접 겨누고 있다.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이 원청의 안전 불감증과 관리감독 소홀에 있다는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수사본부는 5일, 전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선 압수수색에서 경찰은 작업장 안전메뉴얼과 현장관리 일지, 작업계획서, 교육자료, 크레인 운영지침 등 총 73종의 내부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 자료를 토대로 삼성중공업이 원청 관리자로서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안전사고 예방 및 지도점검을 제대로 이행 했는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 3월 21일 발생했던 또 다른 크레인 충돌 사고 시, 1시간 안전교육만 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는데 이런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따져볼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결국 (안전)관리가 제대로 안돼 발생한 사고"라며 "사고 직후, 현장 작업자를 중심으로 원인규명에 전력했다면, 압수수색을 기점으론 안전관리 책임자인 삼성중공업의 과실 여부 확인으로 옮겨간 셈"이라고 밝혔다.

참사 닷새째, 사고원인 규명 수사는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경찰은 일단, 충돌한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 크레인 운용자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골리앗 측의 과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시 골리앗에는 운전자 2명과 신호수 6명, 타워에는 운전자 1명에 신호수 3명이 투입됐다.

경찰조사 결과, 충돌에 앞서 골리앗 신호수는 타워 신호수에게 "골리앗이 지나야 하니 작업을 멈추고 붐대(지지대)를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타워 신호수는 타워 운전자에게 이를 전달했다.

이에 타워 운전자는 "진행중인 작업을 먼저 한 뒤 낮추겠다"고 답하곤 작업을 계속했는데, 최종적으로 이 내용을 골리앗 운전자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이로 인해 충돌 사고가 발생했고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용되는 무전기가 아날로그식이라 당시 신호 전달 과정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없어 당장은 주관적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 사고다 보니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일체 말하려 하지 않는다. 무조건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다했다는 식"이라며 "현장 감식 결과를 토대로 꼼꼼히 따져봐야 진실 여부를 가리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사고 하루 뒤인 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했는데 결과는 열흘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경찰은 또 골리앗 측의 작업 부주의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설령 무전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해도 골리앗 측에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골리앗은 총길이 600m의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데 6단 기어를 통해 운행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보통 5단 기어에 초당 40cm를 움직이는데 충돌 직전까지 골리앗을 멈출 시간적 여유가 최소 수 분은 있었을 것으로 경찰을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골리앗에는 주 기사와 보조 기사 2명이 탑승한다. 지상 80m 높이에 있어 시야 확보도 좋다. 상식적으로 타워의 존재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신호수 2명이 배치된 골리앗의 양쪽 수직 지지대에는 비상시 크레인을 멈출 수 있는 '정지 장치'이 있는데도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크레인이 운전자와 신호수간 진술이 여전히 엇갈리는 가운데 경찰은 당시 사용된 무전기와 이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 결과가 내주 중에는 나온다. 사고 원인이나 과실 비중은 이 결과를 받아보면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며 "다음 주에 사고 원인에 대한 중간 수사발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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