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부지 매입 협의 중”…청와대 “대통령 탈권위‧친서민 행보 배치, 우려스럽다”

■ 권민호 거제시장, "생가 매입해서 그대로 보존하는 수준, 호화스럽게 하지 않을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 "급히 해야 할 일 산적해 있다. 지금 그(생가 복원) 문제 신경 쓸 상황 아니다"

17일 거제시는 문 대통령이 태어난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 생가 및 주변 땅을 매입하려고 소유주와 협의에 나서는 등 생가 복원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거제면 명진리 694-1번지 남정(南井)마을 생가는 함경남도 흥남 출신인 문 대통령의 부모가 1950년 12월 25일 전후 흥남철수작전 때 피난을 와 세 들어 산 집이다. 문 대통령은 1953년 1월 24일 거제면 명진리에서 태어나, 7세 때 부산으로 이사가기 전까지 살았다.

 이 생가는 문 대통령이 태어났을 때 탯줄을 잘라준 것으로 알려진 추경순 씨(87) 가족 소유이다. 당시 생가는 흙벽돌 초가집이었다. 현재는 슬레이트 지붕과 시멘트벽 구조의 집이다. 큰방과 작은 방 2개로 구성돼있다. 대지는 240㎡ (50여평) 규모이며, 집 외양은 낡아 보인다.

▲ 2012년 12월 18대 대통령 선거 거제면 장터 유세 때 문재인 후보가 자신의 탯줄을 잘라준 추경순 할머니를 포옹하고 있다.

거제시는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생가를 찾는 방문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주차장 설치 등 편의시설 확충에 나섰다. 현재 차량 100대 수용 능력의 주차장을 만들었고 화장실도 설치했다. 교통 소통을 위해 진입로는 일방통행식으로 바꾸고 교통표지판도 설치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생가 복원을 위해 부지 매입을 협의 중이다"며 "부지 매입이 완료되는대로 체계적인 생가 복원을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거제도 생가 복원 추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탈권위·친서민’을 표방하는 문재인정부의 국정 행보와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경남 거제시의 문 대통령 거제도 생가 복원사업 추진 계획에 대해 “대통령이 취임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조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생가 관광지는)기초자치단체에 중요한 관광사업 중 하나다. 지자체 권한을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협의를 계속할 계획”이라며 “문 대통령의 탈권위 친서민 행보와 배치되는 것처럼 국민에 비춰질까 우려스럽다. 대통령의 생각을 물어야겠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에겐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후 권민호 거제시장은 18일 “생가 매입에 대해 청와대와 사전 협의는 없었다. 생가 복원을 호화스럽게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가를 매입해서 그 형태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정도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18일 이와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제시가 자신의 생가 복원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급히 해야할 일이 산적해 있다"며 "지금 그(생가 복원) 문제를 신경 쓸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뒤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대선이 끝난지 얼마 됐다고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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