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위해 고현만을 없애고, 독봉산 황폐화시킬 수 없다

고현만 매립 계획이 발표됐다. 삼성중공업 건설사업부가 거제시에 7일 사업 의향서를 제출했다. 거제시의회 간담회 설명과 언론브리핑을 통해 사업의향서 내용을 공개했다.

요약하면 “삼성중공업이 5,500억원을 투자하여, 연초면 연사에서 장평 수창아파트까지의 도로와 기반시설을 건설해주고, 독봉산 공공용지 130,000㎡(39,325평)를 조성해 준다. 그리고 매립을 통해 생기게 되는 상업용지 203,972㎡(61,702평)을 삼성중공업이 가져갈 경우 사업성이 있느냐”의 문제이다.

▲ 고현항 매립 후 부지 활용도, 매립지 주위에 들어설 각종 시설
삼성중공업은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해, 사업의향서를 거제시에 냈다. 5월 중으로 거제시와 삼성중공업이 협약(MOU)을 체결하고, 하반기에 국토해양부에 매립기본계획을 반영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매립기본계획이 반영되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수목적법인은 거제시가 20%, 건설업체 30%, 금융기관 50%의 지분을 갖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추진배경은 '2016년 거제시 도시기본계획'에 고현만이 상업용지로 계획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자사업으로 시행하여 도시기능을 조기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덧붙여진 추진배경으로 세계 조선산업의 메카인 '거제시' 위상 정립하기 위해 고현만을 매립하겠다는 것이다.

사업목적을 세 가지 들었다. 친환경 해안도시(Waterfront City)개발, 도시주변 도로망 확충, 노후화된 공공시설 신축이다.

▲ 투자비에 상당하는 매립지 환지 면적이 얼마가 될지가 관건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이다. 투자비와 투자수익금을 올려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5,500억원을 투자한 후, 투자비를 고현만 매립 후 땅으로 돌려받겠다는 계획이다.

거제시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매립면적 490,939㎡(148,500평)의 53%는 기반시설이고, 상업용지는 47%, 203,972㎡(61,702평)에 불과하다. 매립면적 중에 실사용 상업용지가 47%에 불과한 것은, 매립지 주변 하천 면적이 매립면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투자비 5,500억원에 상당하는 땅이 과연 몇 평이나 될 지가 관건이다. 상업용지 203,972㎡가 5,500억보다 가치가 높으면, 잔여부지 분양 등으로 이익금을 정산하면 된다. 그런데 상업용지 203,972㎡의 가치가 5,5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삼성중공업은 손해를 보게 된다. 손해를 볼 경우,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손실 발생분을 어떻게 보존 받느냐의 문제이다. 손해가 난 투자 만큼 ‘독봉산 공공용지’로 받을 수도 있고, 도로개설비 등을 거제시 예산으로 돌려받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거제시청 도시과 도시정비 임우정 계장은 "독봉산 공공용지를 삼성중공업에 내주거나, 사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계약 단계부터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거제시가 20%의 지분으로 특수목적법인 공동사업자로 참여하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 삼성중공업이 건설 후 기부채납하는 기반시설 내용
삼성중공업이 사업의향서에 포함시킨 기반시설 및 인프라시설 내용은 크게 도로확장과 공공청사 부지 확보이다.

거가대교 개통 후 1일 35,000대 교통량이 유입될 경우 신현읍과 옥포로 분산될 것이다. 신현읍으로 유입하는 차량이 중곡교차로로 모일 경우 교통 대란은 불보듯 뻔하다. 평일 출퇴근 시간과 주말이면 병목현상이 심각한 곳이 중곡교차로이다. 중곡동으로 들어오는 교통량을 연초면 연사에서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연초면 연사에서 오비까지 4차선으로 확장하고, 고현만 매립지를 거쳐 수창아파트 앞으로 바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기존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하는 구간도 있고, 매립지와 수창아파트 구간은 신설한다.

사업의향서에 포함된 추가 도로 확장구간은 신오1교에서 신우마리나아파트, 신현교에서 삼성쉐르빌아파트, 중곡 육교 부근 국도 확장이다.

신오1교에서 신우마리나아파트까지, 신현교에서 삼성쉐르빌아파트 도로확장은 이미 거제시 도시계획에 잡혀 있으며, 시행중인 것이다. 신현교에서 삼성쉐르빌아파트까지는 2차선 도시계획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중곡동 교통광장을 확장한다고 사업의향서에 밝혀놓았지만,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다.

독봉산 토취장 130,000㎡는 공공용지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청을 포함해 의회, 경찰서, 교육청, 법원 등을 한곳으로 모으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공공용지를 조성하는 것 까지는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매립을 위해 토취장 흙과 암반을 파내고, 지반만 평평하게 정리하면 된다.

문제는 공공시설 건설비용이다. 사업의향서에 따르면 ‘매립지 개발이익’으로 공공시설을 신축한다고 밝혀놓았는데, ‘매립지 개발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책은 밝혀놓지 않았다. 매립지 전체 상업용지를 삼성중공업 투자금으로 가져갈 경우, 개발이익은 산술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게 될 경우 공공시설 건설비용은 시민의 세금으로 건설해야 한다. 노후화된 대표적 공공시설로 시청을 꼽았으나, 지금의 시청은 건물 연한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노후화된 시청을 옮기겠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 환경적인 문제와 재해 우려, 지역의 민원 해결 방안 궁금증
독봉산을 토취장으로 사용해 파내고, 고현만을 매립한다면 두 가지 환경적인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자연의 무분별한 훼손과 바다 매립이다. 한번 파괴된 생태계는 복원이 불가능하다. 공공용지 확보차원에서 독봉산을 토취장으로 파내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공공시설이 들어서면 문제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공공시설이 예정대로 들어서지 못하고, 도심 한가운데 커다란 흉물로 방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거제의 입구에 산이 절개돼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칠 수 있다.
▲ 고현항 매립에 쓰여질 토취장으로 쓰여지고, 공공용지 130,000㎡ 확보하게 될 독봉산
또한 고현만 매립지도 매립 후 ‘지반안정화 기간’을 거쳐 건물이 들어서는 개발까지는 몇 년의 세월이 소요될 것이다.

고현만이 매립으로 인해 해수의 흐름이 차단될 경우, 부영양화 등 고현만의 생태계가 파괴될 수도 있다. 매립지는 인공섬 형식으로 개발된다. 고현천, 연초천, 장평천 때문이다. 인공섬과 육지 사이 거리가 좁거나, 유속이 느려 자연 순환이 되지 않을 경우, 죽은 하천으로 변해 포구공원, 분수터널, 물장구광장, 푸른물거리, 동백언덕이 반쪽짜리 개발이 될 우려도 있다. 인공섬과 육지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넓게 잡아 바다로 유입되는 하천수가 자연스럽게 순환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공섬으로 건설될 경우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이 바닷물의 역류이다. 만조 시와 집중 호우가 동시에 겹칠 경우, 바다로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시 육지로 역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거제는 집중호우가 잦은 지역이지만, 바다로 배수가 잘 돼 홍수 피해 등이 없다. 하지만, 매립지로 인해 해수가 역류하는 현상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계획의 초기 단계부터 최악의 상태를 가상해 시물레이션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개발과 관련하여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공해, 진동, 소음으로 인한 민원도 예상된다. 독봉산 앞자락에 아파트 단지가 이미 들어섰거나 건설 중이다. 발파, 대형차량 이동이 빈번할 경우, 집단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 50층 건물로 세계 조선산업 메카의 자긍심을 심어준다?
삼성중공업은 고현만 매립 후 상업 용지에, 세계 조선산업의 메카인 거제시의 위상과 자긍심을 부각시킬 초고층 복합 빌딩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매립 후 지반이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적어도 건물이 들어서기 까지는 10년 전후의 세월이 소요될 것이다.

조선 산업 메카가 고층 건물로 상징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삼성중공업이 바라는 것은 조선소 안 협소한 부지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업무단지를 조선소 밖에다 짓겠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하면 대우조선해양이 옥포매립지에 짓는 '복합업무지원센터'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 고층 건물로 거제시의 위상을 높이고 자긍심을 부각시킨다는 발상은 지나친 비약이다.

▲ 삼성중공업, 기업이윤의 사회적 환원차원에서 접근해야
고현만 매립과 독봉산 개발에 대한 ‘사업의향서’를 낸 초기단계이다. 앞으로 닥쳐올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이 성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독봉산 개발과 고현만 매립으로 생기는 모든 이익과 혜택은 거제시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고현만을 없애고, 독봉산을 황폐화시킬 수는 없다. 삼성중공업도 기업이윤의 사회적 환원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이 조선소 만들어 거제서 돈만 벌었지 거제를 위해 한 것이 뭐 있노’라고 반문하는 시민이 많다.

삼성중공업은 고현만 매립, 한내농공단지, 하청조선특구에 관여하고 있거나 관여할 예정이다. 지금의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부터 해안선을 따라 하청 덕곡만까지 삼성중공업으로 인해 해안선이 거의 없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천혜의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거제시민이 참는 것은 삼성중공업으로 인한 거제시민의 고용창출과 소득증대 기여 때문이다.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취재해, 거제시민에게 올바르게 알려주는 일은 언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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