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용 부장…관광성 외유보다 자치외교를 향한 의식전환 필요

▲ 신서용 경남도민일보 부장
전국 지자체 의원들의 국외연수에 대한 국민의 눈길이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들 의원의 국외연수 실태가 선진지 견학이라는 그럴싸한 명목을 붙이고도 관광이나 다름없는 일정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의 국외연수 문제점 노출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제대로 된 국외연수가 정착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의원들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등의 외유성 국외시찰에 대한 국민 시선 또한 결코 좋을 수 없다. 여기에 쓰이는 국민 세금이 너무 아깝다.

거제시의회는 연초에 사상 유례없는 경제불황을 들어 국외여행 자제를 결의했다.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취지였다. 물론 이런 고통나누기는 정부 각 부처와 전국 지자체가 동참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거제시의회도 동참했다.

그런데 경제사정이 좀 나아지는 조짐이 있자 의원들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 같다. 거제시의회가 지난달 의원간담회에서 2009년 '선진해외연수 국외여비' 문제를 재논의하고 임시회 제2차 추경예산에 상정해 1300여만 원을 반영시켰다.

의원들의 국외연수 예산 반영에 대한 명분은 '금융위기도 극복해 가는 시점에 의원들의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국외연수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의원들의 "금융위기 여파가 한 숨을 돌렸다 해도 애초 삭감한 예산을 시민 생활과 연계해 활용하자던 약속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반대는 있었지만, 세에 밀려 힘을 얻지 못했었다.

거제시의원들의 이런 행태는 해외연수비 반납을 결의 한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이를 취소하는 꼴이 된 셈이다. 이런 식의 국외연수비 반납은 차라리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전국 여론에 따라 마지못해 국외연수를 가지 않겠다고 결의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들에게 시민의 대표라는 칭호가 어울리기는 한지 되묻고 싶다.

사실 지자체 의원들의 국외연수를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의미 있고 생산적인 국외연수면 가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행해진 국외연수는 따지고 보면 외유나 다름없었다. 의원들의 국외연수를 통해 시정에 도움됐다는 얘기를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다.

지방의원들의 국외연수에 대한 비난은 연수의 목적과 거기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지 못한 데 다른 것이다. 연수 목적의 구체화는 의원들 직무와 연결될 때만 가능하다. 막연히 관광개발이나 국외사례 견학이니 하는 포괄적 목적은 저절로 외유성으로 변질하고 만다.

목적에 들어맞는 연수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여태껏 대부분 지방의원의 국외연수는 기껏해야 기관 방문이나 관계자와의 간단한 면담이 고작이다. 그 외 시간은 유적지나 관광지 방문, 쇼핑 등에 쓰일 것은 뻔한 사실이다.

이런 일정은 대개 여행사에서 알선한 현지 거주 한국인 가이드에 의해 진행된다. 그런데 관광가이드는 여행안내자이지 연수 전문가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관광가이드를 이용한 짧은 대담 후 기념촬영이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

지방의원들의 연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전문가 통역과 동시에 워크숍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관련 분야 전문가와 함께 가거나 현지의 해당 분야 전문가를 만나 세미나나 워크숍을 하는 식의 국외연수가 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연수를 빙자해 10명 20명이 한꺼번에 우르르 나가는 관광성 외유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지역현안과 연계해 해법을 찾는 내실있는 국외연수를 고민할 때가 됐다. 의원들은 관광성 외유가 아닌 자치외교를 목표로 일하겠다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더는 전국 지자체 의원들은 관광성 외유를 시찰이니 견학이란 말로 호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귀국 보고서 달랑 한 장으로 세금낭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경남도민일보 23일자 인용보도<글 : 신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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