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등 농어촌관광휴양단지 개발현장…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했다는데 군락지 갈아엎어

최근 시민으로부터 제보 겸 취재 요청이 있었다. '사등면에서 거제면으로 새로 난 도로를 따라 넘어가다 보면 터널 가기 전 오른쪽 산쪽, 옛날 도로 위 산이 많이 파헤쳐진 채 방치되고 있는 곳이 있다. 뭐 때문에 그렇게 돼 있는지 궁금하다'며 취재‧보도를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사업지 주소는 사등면 사곡리 산 84-5번지였다. 지난 16일 사업지 현장을 방문했다. 부지를 정리하는 일부 토목 공사가 진행된 후 중단돼 있었다.

현장 방문 후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거제시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해 관계자를 취재했다.

사업명칭은 ‘해바라기 농어촌관광휴양단지’며 사업규모는 3만164㎡(9,125평)이었다. 사업시행자는 대야개발(대표 김선재)이고, 사업기간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였다.

주요 사업개요는 9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숙박시설, 휴게음식점, 유실수 체험장, 사계절 레일썰매, 화목원, 허브농장, 잔디광장, 학습관, 농어업전시관, 체험공방 등의 시설을 건립하는 것이었다.

2013년 8월 5일 농어촌관광휴양단지 지정 열람 공고, 2013년 11월 13일 농어촌관광휴양단지 지정‧고시가 있었다. 2014년 2월 14일 낙동강유역환경청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를 거쳐, 거제시는 2014년 2월 19일 해바라기 농어촌관광휴양단지를 승인을 해줬다.

관광휴양단지 지정고시가 있은 후 환경영향평가를 해 의아스러웠다. 거제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관광휴양단지는 지정 고시 후 환경영향평가, 세부 시설계획 검토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승인을 한다"고 했다.

계획대로이면 지난해 연말 공사가 끝나야 함에도 공사가 중단돼 있었다. 거제시는 지난해 7월 18일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공사 중지를 내린 이유는 사업대상지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식물인 ‘자주땅귀개’가 자생하는 군락지였기 때문이다.

자주땅귀개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자생하는 희귀한 식충식물이다. 식물 크기는 약 8㎝며, 꽃은 8~10월에 연분홍색으로 핀다.

거제시는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공사 중지로 발생할 수 있는 토사 유출 등 환경 상의 피해 사전 예방 대책을 세우고, 자주땅귀개 정밀 조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거제시 담당공무원은 “업체측이 전문가를 섭외해 자주땅귀개 정밀 조사 서류를 제출하겠다는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업체측은 전문가가 참여해 3회에 걸쳐 자주땅귀개 정밀조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지난해는 조사를 하지 못했다. 업체측은 자주땅귀개 관찰이 가능한 올해 8월부터 10월 초순까지 조사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업체측에서 자주땅귀개가 서식하는 곳을 이미 갈아엎어버렸기 때문에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해 7월 11일 ‘연합뉴스’는 “멸종위기 식충식물 ’자주땅귀개‘ 자생지 갈아엎었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환경부 지정 경남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에서 2010년에 펴낸 ‘거제시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분포현황 조사’ 최종조사보고서에 자주땅귀개가 나온다”며 “1천 개체 이상의 자주땅귀개가 자생했던 식생 지대를 농어촌관광휴양단지를 만든다며 갈아엎어 허허벌판으로 만들어버렸고, 군락지를 무차별 훼손된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 연합뉴스 보도에서 거제시는 ‘사업지에 그러한 식물 군락지가 있었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2013년 말에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 의뢰가 들어와 이듬해인 2014년 2월 조건부 동의로 회신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덧붙여 “보호가 필요한 동식물이 발견되면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협의 의견이 나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연합뉴스 보도에서 “거제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이 개발 현장에 대해 정밀하게 조사하지 못한 것으로 추청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연합뉴스 보도에서 환경단체 관계자는 “자주땅귀개 거제 군락지는 이제 복원이 불가능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해당 지자체와 환경영향평가 사업자, 개발사업자 등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자주땅귀개가 자생하던 곳을 갈아엎어버렸는데 올해 어떻게 조사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거제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다시 날 수도 있고, 안 날수도 있다. 올해 8월에서 11월까지 조사를 거친 후 전문가의 최종 의견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했다.

거제 곳곳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멸종 위기 야생 식물 2급으로 지정된 자주땅귀개 군락지가 ‘난개발 희생양’이 되는 안타까운 사연이 발생했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21일 거제시의회 시정질문 답변에서 "거제가 관광도시로 가는 차원에서 난개발은 막아야 한다"는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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