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민주당·국회의원·거제시장·경남도의원·거제시의원 등은 민심에 얼마나 순응하는 지 되물어야

여름 휴가 기간이 끝났다. 일감 부족으로 양대(兩大) 조선소 근로자들의 휴가 기간이 어느 때보다 길었다. 한편으로 양대 조선소 근로자들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일자리를 많이 잃었다. 지역 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올해 들어 거제는 공동주택 미분양관리지역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관광산업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통시장 활기는 찾기 어렵다. 로드샵은 빈 점포가 눈에 많이 띈다. 전국에서 땅값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두 곳 중 한 곳이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있는 경남 거제시다. 어민들은 고수온으로 애지중지 키웠던 양식 생선이 죽어가는 광경을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분다. 가을이다. 1개월 후는 추석이다. 위축된 지역 경기, 김영란법 영향 등으로 명절도 예전 같지 않을 분위기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현재의 거제 상황이 1960년대 ‘보릿고개’ 시대에 견줄만큼 어렵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거제호(號)에 탄 모든 시민이 힘든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럴 때 유능한 선장(船長)이 나타나길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처럼 시민이 신뢰하는 선장을 기다리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눈을 돌려봤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지역구 국회의원, 거제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소위 정치인은 지역에서 ‘선장(船長)’격이다. 거제발전 화두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지금은 거제 출신 대통령까지 있다.

먼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에 한번 눈짓을 돌려보자.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소속 관계자들은 지난 4‧5월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고향 출신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지지해주면 조선업과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호소했다.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 후 거제는 ‘대통령 고향’이라는 또 하나의 자부심을 갖게 됐다. 변광룡 위원장은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선거 때 ‘730표차로 아깝게 석패(惜敗)를 했다’며 선거 후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경우가 훨씬 잦아졌다. 석패(惜敗)인지, 다 잡은 기회를 스스로 놓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단지 행사에 얼굴을 내밀고, 행사장에서 ‘내 자리’(?)만 차지한다고 이미지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거제발전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의 마음을 얻는 ‘정치(政治)’를 해야 할 시기다. 굵직굵직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믿음을 시민에게 보여주었을 경우, 다음 국회의원 선거는 당선 가능성이 한결 높아질 것이다. 

거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서 추진하는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의 승인‧고시, 100% 거제시 예산으로 건립하는 동서간연결도로(명진터널)을 국도‧국지도‧지방도 등으로 승격시키는 일에 정치적 역량을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정치력이 필요한 지역현안은 부지기수로 많다.

김한표 국회의원은 지난해 재선 국회의원이 된 후 그동안 여러 송사(訟事)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송사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그 송사(訟事)도 김한표 의원이 부른 자업자득(自業自得)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를 되돌아보면 김한표 의원의 ‘승리’라기보다는, 자기 고향에서도 민심(民心)을 얻지 못한 상대 후보의 이해할 수 없는 선거 결과에 대한 어부지리(漁父之利) 당선이었다.

김한표 의원은 그동안 거제의 굵직한 현안인 남부내륙철도 조기 건설, 대우조선해양 살리기,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인허가 절차 등에 많은 힘을 쏟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김한표 의원실에서 낸 보도자료를 보면 국회의원 사무실 소속 직원이 어떠한 일을 하고 있으며,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 한 눈에 읽을 수 있다. 김한표 국회의원실에서 낸 보도자료는 천편일률적이다.

‘김한표 의원이 누구를 만났다. 무슨 법안을 발의했다’는 등의 보도자료는 6년 동안 변함없이 ‘일관된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해진 틀에 A4 용지 한 장 분량, 관련 사진 1장이 전부다. 보도자료는 안건별로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해하기 쉽도록 첨부 자료, 그래픽, 도표 등을 곁들여 성심성의껏 보도자료를 낸 적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공부하는 의원상(像)’ 이미지를 보좌진이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김한표 의원실 보좌진은 그러한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통상 4급 보좌관 2인, 5급 비서관 2인, 6·7·9급 비서 각 1인 7명의 비서진을 둘 수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에 기반을 둔 국회의원이다. 국정과 지역 현안을 50% 정도 비율로 안배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수치상의 안배가 아니라, 인적 자원 배치에서 이에 상응한 조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 보좌진은 미래 지향적이고 발전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어야 한다. 지역 현안을 챙기는 보좌진은 최소한 거제시청 국과장급보다 지역 현안에 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관련 법에 지구당을 둘 수 없는 처지임은 백번 이해한다. 편법으로 후원회 사무실을 지구당 사무실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후원회 사무실 당직자로 김모 전 거제시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김모 전 공무원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 전 사무관은 공무원 출신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특성상 지역의 자잘한 민원보다는 거제 발전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정책적 차원의 미래 발전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조선과 관광을 양대 축으로 했을 경우 그에 따르는 전략과 비전을 찾아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고,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위원장까지 맡았다.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김한표 의원의 ‘3선 도전’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다. 민심을 듣기 위해 ‘택시기사 체험’도 했다.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는 각오로 ‘필사즉생(必死卽生)’ 각오를 후원회 사무실 외벽에 크게 붙였다.

‘김한표 의원이 그동안 여러 재판 때문에 시간을 많이 허비했지만, 그래도 일은 잘 한다 아이가’하는 말이 자연스레 나와야 할 것이다. 시민 반응이 어떠한지는 김 의원과 김 의원 주변 사람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지난 4월 18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후 탈당 이유도 오락가락이다. 또 자신이 바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입당과 관련해서도 발언이 일관성이 없다.

탈당 이유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대선 후보를 내면 안되는데 후보를 내서 탈당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도정 행정을 가만히 볼 수 없어 탈당했다. 거제발전을 위해 탈당했다‘는 등 각양각색이다.

더불어민주당 입당 추진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입당원서는 내지는 않을 것이다. 입당해서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가고 싶다. 민주당에서 영입하는 케이스이면 입당을 할 것이다. 중앙당에서 영입인사 입당을 추진하고 있다. 그 때 입당을 하게 될 것이다”는 등 종잡을 수가 없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 발언이 변한다는 것은 중심(中心)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거제시정이 눈에 들어올 리가 만무하다.

3명의 경남도의회 의원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시민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정치를 한다고 다소 낮춰보는 지적도 있었지만, 과거 김 모 도의원처럼 자신의 의정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던 것에 비하면 지금의 도의원들은 존재가치를 거의 느낄 수 없는 지경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시절, 권민호 거제시장과의 불편한 관계 등으로 경남도와 거제시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불편한 관계는 예산 확보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경남도의원들이 나서 거제시 예산을 확보하는 등 경남도정과 거제시정의 가교 역할을 하라고 도의원을 뽑아 놓은 것이다.

거제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은 페이스북,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의정활동 기간에는 실시간으로 시의원의 의정 수준을 시민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행정사무감사 등을 모니터링해보면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시의원들은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 수십년 행정을 익힌 공무원보다 복잡한 행정을 다 아는 것은 물론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공부하는 자세는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한 예로 행정사무감사는 집행부에 대한 행정 행위의 잘잘못을 따지는 감사이다. 그런데 감사 대상 부서를 상대로 가장 기초적인 사항도 모르고, 감사장에서 ‘이것은 무엇이냐. 저것은 무엇이냐’식으로 되레 묻는 수준이다.

또 거제시의원은 최소한 거제시정 전체를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일부 시의원은 동네 이장(里長)·통장(統長)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구 자잘한 민원은 평소 의정활동 중에 공무원과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생중계되는 의정 단상에서 ‘이것 좀 해 달라. 저것 좀 해 달라’는 식이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시의원 감투에 맛을 들인 시의원들은 내년 선거에 모두 출마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다 거제시정이 크게 우려된다. ‘마음은 콩 밭에 가 있는’ 권민호 거제시장을 대신해서 서일준 거제시 부시장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시장 역할까지 도맡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해 둔 것인지 부시장 행보에 잡음(?)이 많이 들린다. ‘어디를 방문해 마을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다음 날 바로 수천만원의 예산을 내려준다’는 식이다. 부족한 세수에 어디서 '숨겨놓은 쌈지돈' 예산이 나오는지 궁금하다. 거제발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자잘할 지역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일이 훨씬 많아졌다.

공직선거법 제86조에는 ‘공무원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소속직원 또는 선거구민에게 교육 기타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포함)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업적’은 선거에서 긍정적 평가 자료가 될 수 있는 일체의 사회적 행위를 말하며, 그 동기에 불구하고 그러한 업적을 홍보하는 것이 금지된다.

또 공무원은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는 행위’라 함은 선거운동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일체의 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행위 또는 그 계획을 직접 실시하거나 실시에 관하여 지시·지도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연설문, 인터뷰자료, 선거공약, 토론회 자료, 보도자료, 당선소감 등을 작성하는 행위도 행위 양태에 따라 ‘선거운동 기획 등’에 참여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권민호 시장 재선 취임 후 거제시는 ‘시민의식을 개혁한다’는 명목으로 ‘나부터 다함께 시민운동본부’(나다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시민고충처리담당관 소관 ‘시민의식 개혁’ 예산 항목으로 2016년에 1억1,450만원, 2017년에 1억1,732만원을 편성했다. 2015년에 ‘범시민 의식 개혁 운동 추진’에 1억1,625만원을 썼다.

‘시민의식 선진화 운동 추진’ 단체에 민간경상 보조형태로 올해 6,000만원, 지난해 5,000만원을 지원했다. ‘무슨 무슨 면‧동 나다운 캠페인’을 했다는 보도자료가 언론사에 자주 온다. 그런데 거제시 예산 항목에는 캠페인 참여자에게는 참여 수당을 주고 있는 것을 돼 있다. 나다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캠페인 참여자들이 수당을 받는 것은 없다. 자체적으로 회비를 내서 경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의식 선진화 차원에서 만든 단체 관계자가 무슨 당 입당원서를 무더기로 들고 다니며, 입당원서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들린다. 나다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상대진영에서 그러한 소문을 퍼트릴 수는 있지만, 나다운 관계자가 정당 입당 원서를 받는 사례는 없다"고 해명했다. 거제시 예산으로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만큼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거제시는 정부 예산 확보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2011년 4월부터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다. 수억원의 보증금, 매년 상주 직원 2명 인건비와 사무실 유지비 등을 지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주요 정부 부처는 세종특별시로 옮겼다.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세종시에 '사무소’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서울에 있다. 모 시의원은 ‘역할과 실체가 모호한’ 서울 사무소라고 표현했다. 한 해 수억원의 예산을 들이면서 서울사무소는 재경거제향인회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사무소장은 재경거제향인회 사무총장을 겸하고 있다. 서울사무소가 본래 목적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짚어볼 문제다.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배를 엎을 수도 있다. 세상에는 백성보다 더 두려운 것이 없다”고 한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글귀를 자주 인용한다. 지난해 탄핵 정국에 이어 올해 대통령 선거까지 ‘민심(民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체험했다. 지역 정치인들은 심기일전(心機一轉)해야 할 것이다.(민유수야 수능재주 역능복주 물무험어민자의<民猶水也 水能載舟 亦能覆舟 物無險於民者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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