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진실과 정의에 입각한 문제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장승포동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공원에 건립한 ‘거제 평화의 소녀상’ 건립 4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빗속에 열렸다.

거제평화의소녀상건립기념사업회(상임대표 황분희)는 지난 17일 소녀상이 위치한 예술회관 공원에서 시민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4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은 묵념과 상임대표 인사, 성명서 낭독, 시민단체 대표 발언, 시민 자유발언,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기념식에는 박명옥 거제시의원, 박광호 전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의장, 김복례 거제YWCA 회장, 장윤영 참교육학부모회 거제지회장, 류금열 전 거제개혁시민연대 대표, 김용운 전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집행위원장 등 당시 건립추진위 임원들과 박태원 비정규대외협력실장을 비롯한 대우조선노동조합 집행부, 송미량 거제시의원, 옥정희 거제민주평통 부의장, 김동성 통영거제하청노조 위원장, 장운 전 노무현재단거제지회장, 한은진 정의당 거제시위원장, 김경습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김해연 전 도의원 등이 참석했다.

특히 평소 소녀상 주변을 청소하며 가꾸고 있는 중앙고 등 학생들과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김서경 작가 부부가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황분희 상임대표(거제여성회 회장)는 인사말에서 “4년전 건립운동에 동참해 주셨던 시민들과 협조해 준 거제시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특히 이 소녀상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적극 나서 준 학생들의 노력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전 한·일 정부간의 합의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는지는 최근 드러난 이면합의에서 확인됐다”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2015년 한·일 정부간 합의 무효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성명서도 채택됐다. 기념사업회는 김복례 거제YWCA회장이 낭독한 성명서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트포스’가 밝힌 이면합의에 대해 “반인륜적인 전쟁 범죄를 단순한 외교적 협상거리로 전락시킨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2015년 합의는 진실과 정의가 배제된 것으로 무효이며 파기됐다”고 선언하고 10억엔을 일본 정부가 즉시 받아가고, 이 위로금을 근거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은 즉각 해산하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2011년 헌법재판소의 ‘국가의 부작위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인용하며 한국 정부가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는 “해마다 시민들이 이렇게 기념식을 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오늘 참석했다. 거제시민들께 감사를 드린다”며 “4년전 건립 당시나 지금이나 일본 정부의 인식은 한 걸음도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염원은 한국 정치를 변화시키고 정부로 하여금 위안부 문제에 대한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민 발언도 이어졌다.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강채원(중앙고1) 학생은 “우리 지역에 소녀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작은 실천이지만 이곳을 자주 찾고 주변 환경을 깨끗이 하는 일부터 하자고 마음먹었다. 할머니들의 한을 덜어드리고 정의로운 문제해결을 위한 길에 여러 어른들이 뜻을 함께 하고 계셔서 참 기쁘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정종화 거제수협 장승포지점장은 “장승포가 고향인 이곳에 소녀상이 세워져 무엇보다 기뻤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의 어업전진기지였던 장승포가 제국주의 수탈의 현장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마을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박광호 전 환경운동연합 의장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다. 다시는 과거의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 지역의 정치부터 제대로 바꿔나가자”고 당부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경남변호사회 통영지회에서 기념사업회에 300만원을 기부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법무법인 희망의 김한주 대표변호사가 통영지회를 대신해 기부금을 전달했다.

기념식을 끝낸 기념사업회 일부 임원들은 오후 통영시의 한 요양병원에 노환으로 입원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101세) 할머니를 찾아 위로했다. 이들은 기념식 행사 소식을 전하고 할머니의 쾌유를 기원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해부터 줄곧 화해치유재단이 친척에게 전달한 1억원의 위로금을 반납하겠다며 속히 되가져 가라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한편 ‘거제 평화의 소녀상'은 거제 시민단체와 대우조선노조 등이 중심이 된 건립추진위원회가 1여년의 활동 끝에 2014년 1월 17일 현재의 위치에 세웠다. 시민성금 3천여만원과 거제시 지원금 1천만원이 사용됐다. 높이 1.6미터 청동재질의 이 소녀상은 서울, 통영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알려져 있다. 일본 대마도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으며 이전 작품과는 달리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기 위해‘ 서 있는 형태로 제작됐다.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