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권민호 전 거제시장이 경남도지사 후보를 김경수 후보에게 ‘양보’(?)한 후 거제시장 후보 경선 경쟁자들에게 내놓은 ‘입장발표문’이 시민의 입방아에 오를 전망이다. 또 왜 이 시점에 입장발표문을 내야하는지에 대한 구구한 해석도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전 시장은 13일 민주당 거제시장 후보 경선에 대한 ‘입장발표문’을 냈다. 그는 “요즘 거제에서는 문상모, 변광용, 장운 세분의 후보님들이 경선을 통한 더불어민주당 시장 최종후보가 되기 위해 열심히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세분 다 역량이 탁월하며 앞으로 거제시정을 훌륭히 이끌어갈 적임자들이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덧붙여 “저는 세분의 후보를 매우 아끼는 입장에서 어느 특정한 후보를 도울 수 없는 입장을 이해해주시고, 오로지 시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 최종후보가 결정되면 단결된 힘으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는 어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다. 민주당 시장 후보가 결정되면 당선을 위해 도움이 되겠다는 입장 발표다.

변광용 문상모 예비후보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권민호 전 거제시장에 대해 ‘호(好)’, ‘불호(不好)’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장운 예비후보는 ‘불호(不好)’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장운 예비후보는 지난 12일 ‘행정혁신’에 대한 공약 발표에서 권 전 시장을 비판했다. 장운 예비후보는 “(권민호) 전임시장은 겉으로는 ‘경차 타고 찜질방 간다’며 청렴을 강조했지만 재임기간 중 특혜의혹이 산더미 같고, 직원들은 줄줄이 비리로 구속됐다”고 지적하고 “진짜 청렴한 거제시, 특정세력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시민중심 행정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장운 예비후보는 또 이날 공약 발표 자료에서 권민호 전 거제시장과 시장 공천 경쟁자 중 특정 후보의 결탁설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대통령과 함께 적폐청산에 나서야 할 민주당의 일부 시장예비후보들은 전 시장세력과 추문에 얽힌 낡은 세력들과 손잡는 경우가 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하고 “저는 낡은 세력을 철저히 극복하고 오직 시민의 힘으로 당선돼 깨끗한 시정을 펼 칠 것이다”고 밝혔다.

권민호 전 거제시장의 입장발표문에 대해 지방선거 후 있을 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 선출과 2년 뒤 국회의원 선거를 노린 의도된 발언이 아닌가하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은 변광용 전 위원장이 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당헌 당규에 따라 사퇴해, 공석이다. 변호영(71) 운영위원장이 지역위원장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는 김현철(59) 국민대 특임교수도 2년 뒤 거제지역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4일 권민호 전 거제시장과 기자간담회 때 한 기자가 “거제서 시장을 할 생각은 없는데, 혹시 거제서 국회의원 할 생각은 있는가”라고 물었다.

권 전 시장은 이때 “3선 안하고 떠나면서, 국회의원도 하지 않는다. 여기서 정치할 것 같으면 3선 시장하면서 마무리해야죠. 새로운 국회의원 정치길을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도지사 준비는 하겠다고 한 것이니까 무소속이든 어디든 한번 해보는 거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정치인은 “권 전 시장이 ‘2년 뒤 국회의원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한 것을 믿는 시민이 몇 사람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