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거제시장, 경남도의원 3명, 거제시의원 16명의 임기가 1일부터 시작됐다. 거제시장은 취임식 없이 바로 업무에 들어갔다. 경남도의회와 거제시의회는 5,6일 일제히 의장,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 구성을 마쳤다.

거제시의회는 옥영문 의장, 신금자 부의장, 노재하 운영위원장, 전기풍 총무사회위원장, 최양희 산업건설위원장이 ‘의장단’으로 구성됐다. 경남도의회는 김성갑 의원이 ‘경제환경위원회 위원장’, 송오성 의원 건설소방위, 옥은숙 의원이 교육위원회에 배정됐다.

오랜 기간의 선거 운동을 통해 시장, 도의원, 시의원으로 활동하는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국가의 녹봉(祿俸) 받는 ‘공직자 신분’이다. 다른 한편으로 거제가 가장 어려운 시절에 ‘선출직 공직자’로 선출돼 마음이 매우 무거울 것이다. 책임감 또한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다.

“지금 우리 시는 산업화 이후 겪어보지 못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조선산업의 침체는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거제를 떠나고 있는 현실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소득의 하락은 불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가치는 급락하고 원룸과 빈 상가는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고 공실만 늘어가는 실정이다.” 이 말은 변광용 거제시장이 4일 제8대 거제시의회 개원식을 축하하는 ‘축사’를 하면서 지역의 어려움을 언급한 내용이다.

아파트 입주민이 이사를 하기 위해 전세금을 받아야 하는데 집 주인은 줄 돈이 없다한다. 전세금을 받기 위해 아파트를 경매에 넘겨도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 경매가가 전세금보다 더 낮게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아파트 시세 정보’를 본사가 분석한 결과, 최근 1년 사이 거제 아파트 가격이 최소 3조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를 했다. 원룸은 거의 태반이 비어 있다. 원룸 주인들은 빈집을 그냥 둘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관리비 정도만 받고 임대를 놓고 있는 실정이다.

거제가 '올해 상반기 아파트 매매가 전국 최고 하락지역'으로 나타났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리얼티뱅크부동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지난해 12월 25일~올해 6월 25일) 아파트 매매가 하락률에서 거제는 -14.13%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내 곳곳에는 한 집 걸려 빈 점포다. ‘점포 임대’를 붙여놓아도 점포가 나가지 않는다. 지난 6말 기준으로 거제시 내국인 인구는 25만1,577명이다. 지난해 말은 25만4,073명이었다. 6개월 사이에 2,496명이 감소했다. 2016년 말 25만7,183명에 비해 5,600명이 줄었다. 26만 거제시에서 이제 25만명도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 올해 연말이면 24만명 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등록지는 거제시에 두었지만, 거제에 일자리가 없어 외지로 나간 시민도 부지기수다. 남편은 거제 밖으로 일자리 찾아서 떠나고, 부인과 자식은 거제에 남아있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거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거제호(號)’ 선장이 됐다. 거제시청 현관 입구에는 ‘세계로 가는 평화의 도시 거제’가 크게 걸려있다. 역대 민선 시장들은 ‘시정 비전’을 제시한다. 문재인 정부의 북방정책을 ‘시정비전’의 모티브로 삼은 듯하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6‧25전쟁 흥남철수작전과 관련된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 고려 의종의 둔덕 기성(岐城) 귀양살이 등의 ‘역사적 사실(史實)’을 통해 북한과 교류를 활성화하고, ‘관광 거제’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어서 변 시장은 “시민이 주인인 활력 거제, 세계로 향하는 관광거제, 더불어 잘 사는 행복 거제, 시민 중심 지속 성장 거제의 시정 지표를 설정했다”고 4일 시의회서 밝혔다. 시정 비전과 시정 지표가 다소 추상적이며, 시민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이다. 구체적이며 시민의 마음에 와닿는 경제 부흥 방안 등에 대한 갈증해소 차원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3명의 경남도의원에 대한 기대도 크다. 경남도의원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현안을 잠시 언급해보자. 거제~부산 2000번 시내버스 노선 연장 및 노선 분리,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또는 무료화 방안 모색, 국지도 58호선 연장 조기 착공, 국도 14호선 6차로 확장사업 조속 시행, 국도 5호선 창원시와 연결 및 확장, 통영~거제고속도로 건설,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 경남도에서 관리하는 지방어항 정비계획, 고현천‧수월천 등 지방하천 정비계획, 농어촌 발전 예산확보, 경남개발공사의 장목관광단지 조성 사업 등 챙겨야 할 현안은 부지기수다.

▲ 제11대 경남도의회 개원 기념사진

거제시의원이 살펴야 할 현안은 끝이 없다. 지역의 중추 산업인 조선산업 부활 행정적 지원과 1000만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 인프라 구축 등이 당장 시급하다. 또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서 추진하고 있는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에 대한 결론 도출, 저도 이관 후 관광 자원화 계획 수립, 2030 거제도시기본계획 수립 등이 중요한 현안이다.

이 밖에도 장승포 유원지 조성, 옥포대첩 국민관광지 조성사업, 학동케이블카 조기 완공, 고현항 항만재개발 구역 주차장 등 공공부지 확보, 연초 여객터미널 이전 완료. 행정타운 조성, 수월군부대 이전, 화물주차장 건립, 거제자연생태테마파크 완공 등 현안은 말할 수 없이 많이 쌓여 있다.

▲ 제8대 거제시의회 개원 기념사진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민주당 당선자들은 그동안 오랜 기간 거제에서는 ‘변방’에 머물렀다. 거제 역사의 새로운 중심부에 진입하게 됐다. 고 신영복 교수는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곰플렉스가 없어야 한다. 중심부에 열등의식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를 청산하지 못하는 한, 변방은 그야말로 ‘변방’(邊方)에 지나지 않는다. 중심부에 대한 허망한 환상과 콤플렉스를 청산하지 못하는 한, 변방은 중심부보다 더욱 완고하고 교조적인 틀에 갇힌다”고 했다.

그 동안 일부 시의원의 의정활동을 보면, 마치 ‘한풀이’ 정치를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정제되고 품위있는 언어와 태도가 아니라 마치 ‘도떼기 시장, 자갈치 시장’을 연상케하는 발언과 행동이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한단계 수준 높은 정치를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선거 후 지난 6월 18일 수석보좌관 회의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높은 지지는 한편으로는 굉장히 두려운 일이다.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의 두려움이 아니라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그런 정도의 두려움이라 생각한다. 지지가 높았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지지에 대해 답하지 못하면, 그리고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의 골도 깊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직자의 높은 도덕성, 공직자의 태도 등을 강조하며, “국민을 모시는 공직자라면 국민을 받드는, 그리고 겸손한 태도를 반드시 갖춰야 된다”고 했다.

기자, 예술인, 운동선수 등에게 흔하게 하는 말이 있다. ‘하루, 공부나 연습‧운동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이 안다. 이틀 동안 공부나 연습‧운동하지 않으면 동료 기자, 동료 예술인, 동료 선수가 안다. 3일 동안 공부하지 않으면 독자, 관객, 관중, 갤러리가 안다’는 것이다.

정치인도 예외일 수 없다. 끊임없이 ‘공부, 공부, 공부’를 하는 일이다. 행정을 100% 다 알고, 거제시장, 도의원 시의원을 하지는 않는다. 시장, 도의원, 시의원을 하면서 늘 배우는 것이다. 결국 뛰어난 시장, 도‧시의원은 끊임없이 공부하는데서 차이가 난다. 시작 시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4년 뒤에는 ‘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는 현격한 차이가 생길 것이다.

‘호문즉유(好問則裕) 자용즉소(自用則小)’라는 말이 있다. 묻기를 좋아하면 여유롭고 넉넉해지고, 자기 자신의 좁은 그릇에 얽매이면 작아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인이 공무원‧시민‧전문가‧이해관계인에게 묻기를 좋아하면 '큰 정치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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