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각자도생(各自圖生)' 거제발전에 '백해무익'
"거제 발전은 정치적 헤게모니 잡기 위한 정쟁 대상이 아니다"

▲ 김한표 국회의원과 변광용 거제시장(오른쪽)

거제시는 3일 변광용 거제시장이 ‘국비 확보를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등 전방위 노력을 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변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인 김태년 국회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박영선, 박범계, 김정호 국회의원을 만나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에 대한 정부 차원 대책 마련, 국제적인 평화 관광도시 구상, 동서간 연결도로(명진터널)에 국가지원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를 여러 번 읽어보아도 선거 때 내는 ‘누구를 만났다’는 식의 보여주기식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여당의 중요 국회의원을 찾았을 때는 아직 확정되지 않을 사안을 밖으로 밝힐 수 없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경기활성화와 조선업 회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국비 예산확보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확정해, 이미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에서 예산 심의를 거쳐 내년도 예산을 확정한다. 변광용 시장이 예산 확보를 위해 여당 국회의원을 만났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떠한 예산을 말하는지 보도자료에서는 명확치 않다.<아래 관련기사 참조>

정치 현안에 밝은 한 인사는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은 시가 어떻게 할 것인지 빨리 방향을 결정해서 그 방향대로 작업을 하고, 또 절차를 찾아서 가야 한다. 가장 초기 작업이 안되고 있다. 동서간 연결도로는 예산을 부탁한다고 예산을 줄 수 있는 도로가 아니다. 국가지원지방도나 국도로 승격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맥을 짚어서 난제를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광용 시장은 지난 14일 지역언론인과 간담회에서 밝혔듯이 “거제 지역구 김한표 국회의원을 거제시장에 당선된 후 아직까지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한표 국회의원은 예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이다. 앞으로 정부 예산을 논의하거나, 거제시 예산을 챙길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거제시장이 같은 당일 때는 거제 현안을 놓고 당정(黨政)협의‘를 했다. 거제시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찾아가 '이번에 이러이러한 국비 예산을 신청한다'고 알린 후 협치(協治)를 통해 예산 확보에 힘을 쏟았다.

권민호 전 거제시장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는 올해초부터 국회의원과 거제시장의 정책 조율은 이뤄지고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기조는 변광용 시장 취임 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한표 국회의원측 관계자는 “변광용 시장이 직접 오기가 그러하면, 거제시 예산담당 공무원을 시켜서라도 국회의원실에 가서 설명해라고 하면 되는데 그것조차도 안되고 있다. 시장은 공무원에게 지시를 안했고, 공무원들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한표 국회의원은 4일 본사와 전화 통화에서 “변광용 시장을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해서, 다른 지역구 국회의원은 만나면서 거제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은 경원시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당은 달라도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장이 만나 거제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다. 또 거제시 필요 예산은 국회의원에게 협조를 구하고, 국회의원과 시장이 서로 역할을 나눠서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느 거제시민이 박수를 치지 않겠나”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정치인은 이에 대해 “거제 현실이 이리 어려운데, 지역 현안을 놓고, 당을 떠나서, 개인 감정을 떠나서 머리를 맞대도 시원찮을 판에 각자 움직인다는 것은 거제의 큰 불행이다”고 개탄했다.

국회의원과 거제시장이 힘을 합쳐 거제발전 예산을 많이 확보하면 '서로' 칭찬을 받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시장은 시장대로 ‘공치사(功致辭)’를 해도 좋다.

거제시 발전은 정치인 간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정쟁(政爭) 대상이 아니다. 거제시는 또 김한표 국회의원과 변광용 시장의 것도 아니다. 거제시민의 것이다. 거제시민은 아주 짧은 시간에 국회의원과 시장에게 거제를 맡겨 놓은 것이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4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려간다.

‘삶에 적을 만드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구를 가까이하되 적은 더 가까이 해야 한다. 그래야 강해지고 행복진다.’ 이 말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 체조 만점 연기로 금메달을 딴 루마니아 체조선수 ‘나디아 코마네치’가 한 말이다. 지금은 자선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20여일 후 추석(秋夕)이다. 추석 민심 흐름에 ‘김한표 국회의원과 변광용 시장은 서로 소송까지 가면서 그동안 사이가 안 좋았는데, 거제 발전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는 덕담(德談)이 시민들 사이에 회자(膾炙)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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