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호 부산시의원, "부산시가 레인빅토리호 인수해 역사박물관 만들자"
김용운 시의원, "거제시가 2012년부터 추진했고, 현충시설로 지정까지 받았다"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평화’ 주제 메시지가 각 지자체 화두(話頭)로 등장하고 있다.

거제시가 흥남철수 기념공원 조성 사업을 2012년부터 수년에 걸쳐 추진하고 있는 것에 자극을 받은 듯, 부산시의회서 한국전쟁 당시 원산철수작전에 동원된 ‘레인 빅토리호’를 인수해 부산시의 역사적 상징물로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은 장승포 구 여객선터미널 부지를 활용하는 사업이다. 여객터미널 활용해 역사공원 6,720㎡, 전시관 1,712㎡를 조성하고, 메레디스 빅토리호를 부분적으로 복원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국비 95억 원, 도비 28억 5000만 원, 시비 66억 5000만 원을 합쳐 190억원이다. 사업기간은 2019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로 잡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12년 3월 경남도 지방재정 투자심사 승인을 받았다. 3년이 지나면 투자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올해 3월 경상남도에 지방재정투자심사 재심사를 요청했다. 경남도는 원형복원은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사업 재검토 결론을 내렸다. 거제시는 지난 8월 투자 심사를 다시 요청해놓은 상태다. 10월 중에 심사승인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장승포항 부지 사용을 위해서 지난해 1월 해수부, 경상남도와 협의를 거쳐, 여객터미널에서 해양공원으로 변경가능토록 ‘가협의’를 해놓은 상태다.

흥남철수기념공원은 지난해 4월 국가보훈처 현충시설심의위원회를 통과해 ‘현충시설’로 지정받아 놓고 있다. 관광자원 개발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문체부에 예산을 신청해 놓고 있는 상태다. 문체부 예산이 확보되면 내년에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해, 2023년 준공계획을 잡고 있다.

당초 거제시는 흥남철수작전에 동원돼 1만4,500명의 피난민을 흥남에서 거제 장승포항으로 수송한 메르더스 빅토리호와 유사한 레인빅토리호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권민호 전 거제시장이 미국을 방문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메레디스 빅토리호는 피난민 1만4,500명을 태우고 1950년 12월 23일 흥남항을 출발해 12월 24일 부산항에 도착했다. 부산항에 도착했지만 이미 피난민으로 가득찼다는 이유로 입항이 거절됐다. 크리스마스인 25일 거제도 장승포항에 피난민을 내려놓았다.

메레디스 빅토리호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조작전을 성공시킨 배로 인정돼 2004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하지만 1993년에 고철용으로 중국에 판매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흥남철수작전에 앞서 ‘레인 빅토리호'는 1950년 12월 6일 피난민 7,009(항해 중 여성 1명 출생)명을 싣고 원산항을 출발해, 12월 8일 부산에 도착했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항구에 정박해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재정 악화로 지원이 중단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레인 빅토리호

지난해 6월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0만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 작전을 언급하면서 “메르디스 빅토리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제 부모님도 계셨다. 2년 후 저는 메르디스 빅토리호가 내려준 거제도에서 태어났다.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에 따라 지난해 7월 '레인빅토리함 한국인도 추진단'(이하 추진단) 윤경원(59) 단장(예비역 해병 준장은 "조만간 레인빅토리호의 한국 인도를 위한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 ‘추진단’ 활동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거제시는 ‘레인 빅토리호’ 인수보다는 ‘메레디스 빅토리호’ 부분 복원에 무게를 기념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옥치덕 관광과장은 지난 7월 거제시의회 업무보고 때 “메레디스빅토리호 완전복원은 경남도에서 비용도 많이 들고 현재 여건에도 맞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완전복원이 아니라 배 선체 외각과 측면 부분만 복원하고 그 배 안에 있는 공간을 전부 전시관으로 쓰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조철호 부산시의원은 지난 12일 부산시의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부산시가 레인빅토리호 인수를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레인 빅토리호를 북항으로 인수해 북항을 역사박물관이자 해양문화·관광의 공간으로 만들어 그 역사적 상징성을 살리고, 그에 따른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도록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한다”는 요지로 발언했다.

조 의원은 “레인 빅토리호는 당시 7,000여 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부산 북항 제1부두에 입항해, 장소성과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며 “레인빅토리호가 정박한 북항 일대가 역사지구로 지정되어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7,010명의 피난민을 구한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장소로 활용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용운(정의당) 거제시의원은 이에 대해 “거제시가 2012년부터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했고, 장승포항은 메레디스 빅토리호가 기네스북에 기록될 정도로 피난민을 많이 수송한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거제시가 오랫동안 사업을 추진했고, 국가현충시설로 지정까지 받은 사업을 부산시가 뒤늦게 가로채 갈려는 것은 지자체 간 상생 원칙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덧붙여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한 발언 등으로 레인빅토리호 인수가 구체화된다면, 거제시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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