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주 재개로 일감 증가, 종사자 3년 새 5만 명 줄어  
낮아진 임금·고용 불안 탓에 기술 숙련공들 복귀 주저 

고강도 구조조정을 강행했던 거제지역 조선업계가 '인력난' 역풍을 맞고 있다. 수주 재개로 일감이 꾸준히 늘면서 올해 연말부터 일감이 풀리는데도 일할 사람이 없다. 불황을 거치며 임금 수준이 크게 낮아진 데다 언제든 구조조정 칼바람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쫓겨난 노동자가 돌아오지 않아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이 있는 거제지역은 2015년 12월 두 조선소와 사내·외 협력사를 포함해 9만 2000여 명에 달했던 조선업 종사자 수가 10월 말 현재 4만 9000여 명까지 줄었다. 불과 3년 새 절반 가까운 4만 3000여 명이 빠져나간 셈. 해양플랜트 부실에 따른 천문학적 손실에 수주 가뭄까지 겹쳐 빚어진 결과물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거제지역 조선업 업황이 조금씩 살아나는 추세다. 발주량이 늘면서 수주절벽을 벗어나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수주한 물량의 경우 이제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지난 1년간 선주사가 요구한 사양에 맞춰 선박을 설계하고 핵심 설비와 후판 같은 자재 수급을 마쳐서다.

그런데도 조선업 현장은 여전히 찬바람이다. 작업 현장에 투입할 일손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협력사들의 숙련공 공백이 크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거제지역 협력사들이 연말까지 확보해야 할 현장 노동자는 적어도 3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지금 상태로는 정상 조업이 불가능해 납기 지연과 품질 저하까지 우려된다. 

인력난의 배경으로는 선가(선박 가격) 추락으로 동반 하락한 임금이 첫손에 꼽힌다. 실제로 대형 조선사의 주력 선종 중 하나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불황 이전에 1척당 1억 달러를 훌쩍 넘겼지만 지금은 8000만 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고부가 선종인 LNG운반선도 마찬가지. 이 속에서 생산원가와 임금도 함께 깎였다. 한 조선기자재업체 노동자는 "예전과 같은 일을 해도 평균 100만 원 정도 적게 받는다. 조선업의 불확실한 미래도 복귀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거제지역을 떠난 노동자들이 이미 다른 대형 사업장에 터를 잡은 것도 인력난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용접을 비롯한 기술 숙련공 상당수는 요 몇 년 새 경기 평택시 바이오산업단지와 경남 사천시 태양광발전소 현장 등지로 떠났다. 한 용접 노동자는 "거기선 월 500만~600만 원을 받는데, 여기선 300만 원도 빠듯하다.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거제지역 노동계는 예상됐던 부작용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조선사에 눈앞 위기를 넘기려 인력을 줄이면 호황기가 왔을 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를 수없이 했다는 것. 민주노총 경남본부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인적 자원 확보와 유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일보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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