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시민 대책위, 13일 집회 이어 18일부터 1인 시위, 투쟁수위 높여
통행료 인하 결정권 가진 경남·부산, 인하요구에 입장 '미지근'

아래 기사는 경남도민일보 18일자 1·3면에 보도된 기사다. 기사는 이동열 기자가 썼다. 이동열 기자는 그 동안 '새거제신문'에서 14년 동안 근무했다. 지난 11월 12일부로 '경남도민일보 편집국 자치행정2부(거제 파견) 기자'로 근무지를 옮겨 활동하고 있다.<편집자 주>  

■ [몰비춤]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요구
"비싸서 못 다녀요" 경부고속도로의 25배〈1종 승용차 기준·㎞당 단가〉
범시민대책위 창립 뒤 인하운동
할증료 과도…물류비 되레 부담

▲ 이동열 경남도민일보 기자

한때는 새로운 '꿈의 바닷길'로 불렸다. 거제도와 가덕도 사이를 다리와 해저 터널로 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문제는 오갈 때 드는 돈이었다. 거제시 연초면과 부산 강서구 천성동을 잇는 '거가대로(길이 25.72㎞)'를 두고 하는 말이다. 불붙은 거가대로 통행료 인하 움직임과 경남도·부산시 입장, 국내 다른 교량의 통행료 등을 1·3면 '몰비춤'으로 진단했다.

2011년 개통 전에 통행료가 1만 원이 넘을 거란 얘기가 나왔다. 당시 김해연 경남도의원 등 지역 정치권에서 턱없이 비싸다며 반발했다. 각종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이 길로 주로 다닐 거제 주민들이 아우성을 쳤다.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런데도 별 소용 없었다. 통행료가 예정치(1만 1000원대)에서 찔끔 내린 1만 원(소형차 기준)으로 정해져서다.

통행료 징수 기간(40년)을 고려하면 이용자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주민들은 부당하다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는 등으로 맞섰다. 감사 결과 적정 수준 인하를 권고했지만, 이미 정한 통행료를 낮추기는 어려웠다. 시간이 가면서 통행료 인하 움직임도 흐지부지됐다. 이제는 빠른데 '비싼 바닷길'로 통한다.

여러 해가 흐른 지금, 거제에서 또 들고일어났다. 지난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엔 통행료를 꼭 내리겠단 각오다. 지난달 20일 창립총회를 거쳐 공식 출범한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주축이다. 범대위는 뒤이은 집행위원회 구성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13일에는 거가대교 개통 8주년을 맞아 경남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총궐기대회)를 여는 등 통행료 인하 운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래전 꺼진 줄 알았던 들불이 다시 불붙었다.

 ▲ 거가대교 통행료인하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3일 경남도청 앞에서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범대위 요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비싼 거가대교 통행료를 내려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범대위는 "거가대교는 총 8.2㎞의 민자사업 구간 통행료를 편도 1종 승용차 기준 1만 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는 385㎞인 경부고속도로 1종 승용차 기준과 ㎞당 단가로 비교하면 약 25배이고, 3종 화물차 기준으로는 약 6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 "효용 가치라는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적용해 비슷한 규모의 민자유치 사업인 인천대교 통행료(1종 승용차 기준 5500원)와 비교해도 ㎞당 4배가 비싼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대교(18.4㎞) 통행료의 ㎞당 단가는 300원가량이며, 거가대교 통행료의 ㎞당 단가는 1220원가량이다.

차종별 요금 기준도 만만찮다. 범대위는 "일반 고속국도 기준 3종 화물차는 약 7% 할증인데, 거가대교는 무려 150%라는 말도 안 되는 할증료를 부과해 국가기간산업인 조선업이 주력인 거제지역 실정에서 과도한 물류비 부담을 완화해줘야 함에도 통행료 부담으로 이용을 기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거가대교 대형차(2축 차량, 윤 폭 279.4㎜·1800㎜ 초과) 통행료는 2만 5000원이고, 특대형차(3축 이상 차량)는 3만 원에 달한다. 물류비용 절감과 국가 경쟁력 제고, 지역 개발 촉진 등 애초 거가대교 건설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연간 차종별 통행량이 이를 뒷받침한다. 경남도에 따르면 거가대교 통행량은 개통 첫해인 2011년 776만 7644대로 이 가운데 대형 23만 5481대, 특대형 13만 7470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행량은 920만 2827대에 대형 21만 5630대, 특대형 12만 9597대를 기록했다. 그 사이 전체 통행량은 100만 대 이상 부쩍 늘었는데, 대형이나 특대형차 통행은 적게는 7800여 대에서 많게는 2만 대 가까이 줄었다. 이 기간 거가대교를 가장 많이 이용한 차량은 소형이다. 2011년 669만 630대, 2017년 773만 1252대로 한 해 통행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 거가대교 통행량

■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요구]인하 목소리에 경남·부산 '미지근'
대책위 '통행료 절반 낮추면 통행량 증가 예상'주장
변경실시협약으로 재정부담 낮춘 두 지자체 관심 적어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범시민대책위(범대위) 활동이 본격화했지만, 정작 주무관청인 경남도와 부산시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앞서 GK해상도로㈜와의 협약으로 재정 부담을 크게 덜어낸 것도 한 원인으로 읽힌다. 적어도 '곳간'이 비고 살림살이가 쪼들리는 상황은 닥치지 않을 테니 급할 게 없다는 식이다. 범대위가 성과를 내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두 지자체는 2013년 11월 GK해상도로와 변경실시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애초 MRG(Minimum Revenue Guarantee·최소운영수입보장) 방식에서 SCS(Standard Cost Support·표준비용보전) 방식으로 사업 재구조화가 이뤄졌다. MRG 방식은 실제 운영수입이 협약상 수입에 미달하면 금액을 지원하는 것으로 협약상 운영비가 비용 보전 기준이 된다. 반면 SCS는 실제 운영수입이 사업비에 미치지 못할 때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비를 따져 보전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 드는 돈은 경남도와 부산시가 절반씩 부담한다.

특히 거가대교 운영 방식이 MRG에서 SCS로 변경되면서 통행료 결정 주체도 민간사업자(GK해상도로)에서 주무관청(경남도·부산시)으로 바뀌었다. 경남도와 부산시가 마음만 먹으면 통행료 인하 역시 어려운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범대위가 다시금 통행료 인하 운동에 나서면서 경남도와 부산시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범대위 측은 통행료가 절반으로 내려가면 통행량이 하루 2만 3000~2만 5000대 수준에서 3만 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주무관청 재정 부담도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도는 경남발전연구원이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SCS 방식으로 전환하면 초기 비용은 많이 들지만, 이후로 가면서 점차 수익이 발생해 전체적으로는 요금 미인상을 전제로 해도 6조 5963억 원의 기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경남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변경실시협약 체결 전에는 '최소운영수입보전금'으로 2011년 232억 200만 원, 2012년 278억 8900만 원, 2013년은 3분기까지 226억 3100만 원을 GK해상도로 쪽에 지급했다. 한 해 200억 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 진휘재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범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이 18일 거제쪽 요금소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비용보전금'으로 바뀌고서는 부담이 확 줄었다. 2013년 4분기 10억 9500만 원, 2014년 26억 1200만 원, 2015년 18억 1400만 원, 2016년 46억 6800만 원으로 예전 수준을 한참 밑돌았다. 다만, 2017년부터는 보장 금액과 운영 수입 간 격차(분기별 100억 원 안팎)가 커 지난해에는 226억 4600만 원을 보태줬고, 올해는 2분기까지 131억 6600만 원을 채워줬다.

이런 배경에선지 경남도 공식 견해 또한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경남도 관계자는 "범대위 건의 내용을 포함한 장기·중기·단기적인 통행료 인하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거쳐 그 결과를 토대로 중앙 부처와 부산시, 사업시행자 등에 통행료 인하 방안 등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 없는 눈치다. 부산시 재정 공시(결산 기준)를 보면 지난해까지 GK해상도로에 재정지원금으로 965억 2600만 원을 보전했다. 또 올해를 포함해 향후 1731억 6500만 원을 추가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범대위의 통행료 인하 요구와 행보는 언론 보도 등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통행료 인하는 경남도와 공동으로 협의해 처리할 사안이라 앞으로 긴밀하게 협의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이해 당사자인 GK해상도로는 "경남도와 부산시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처지라 통행료 인하와 관련한 의견을 밝히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통행료 인하에 실질적인 권한이 없지만 거제시는 "어려운 지역경제 상황 극복과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서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수익형 민자사업(BTO·Build-Transfer-Operate)으로 추진된 거가대교는 총사업비 1조 4397억 원(1999년 12월 말 기준 불변 가격)을 들여 2004년 12월 착공해 2010년 12월 준공했다. 국가지원지방도 58호선(나주~부산)에 속하며 총길이 8.2㎞ 4차로이다. 침매터널(3.7㎞)과 사장교 2개소(1.6㎞), 접속교 4개소(1.9㎞), 터널 등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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