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제안 가능성 제한적…현대중공업 본계약 당겨질 수도

▲ 대우조선해양(왼쪽)과 삼성중공업 야드 전경

삼성중공업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제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8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산은의 인수제안서 공문을 접수한 이후 경영진이 회의를 개최하는 등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경영진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라며 "투자제안서를 받은 직후 설 연휴가 있어서 아직 어떤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민영화 기본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삼성중공업에도 인수제안서를 보냈다.

삼성중공업이 회신 기한인 이달 28일까지 제안서를 내면 산은은 다음 달 4일까지 제안서를 평가해 인수자를 결정하고 나흘 뒤인 8일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의 계약은 조건부로 삼성중공업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기존 계약은 무효가 되고 삼성중공업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검토할 시간이 촉박하고,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선업을 키울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점 등에 따라 불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3개월 이상 대우조선 민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삼성중공업에 주어진 시간은 1개월에 그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대우조선 인수) 얘기가 나왔고,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작년 10월 말 정도"라고 말했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의 계약은 주식 교환을 통해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기존 민영화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인수의향자를 미리 확보한 상태에서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의향이 있었다면 이번 입찰은 삼성중공업에 불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인수할 뜻이 없다는 점을 밝혀왔다.

신영증권 엄경아 연구원은 "조선업에 대한 삼성그룹의 의지가 크지 않았다는 점 등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인수의향을 드러낼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강성'으로 분류되는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을 인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마감일 전이라도 포기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중공업이 포기하면 본 계약 체결은 3월 8일 이전이 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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