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노조, 26일 2천명 거리투쟁, 27일 500명 상경투쟁
이동걸 산은 회장, "투쟁 파업으로는 일자리 지켜지지 않는다"
경남도・경남시장군수협의회 "매각 우려" 대정부 건의서

다음달 8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매각’ 본계약을 앞두고 일촉즉발(一觸卽發)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26일 부분파업, 상경집회 등으로 투쟁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노조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을 압박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우조선 노조를 향해 “과격한 행동을 계속하면 협상은 없다"는 초강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이달 중순 사의를 표명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대해 ”정성립 사장 역할은 이제 끝났다. 후임 사장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가 26일 부분파업을 벌이고, 거리 투쟁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지회장 신상기)는 26일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고 옥포 시가지 행진, 거리홍보전, 집회를 열었다. 대우조선 노동자 2000여 명은 사내 민주광장에서 출발해 국도를 따라 옥포동 롯데마트~중앙사거리~거제수협마트 옥포점 앞까지 행진했다.

신상기 대우조선지회장은 "이번 매각 저지 투쟁은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니다. 거제시민과 나아가 경남도민 전체의 생존권이 달린 투쟁이다"며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 추진을 즉각 철회하고, 노동자와 대화에 나서라"고 정부와 산업은행을 성토했다.

한 노동자는 투쟁사에서 "대우조선 전체 구성원이 하나가 될 때 대우조선과 거제시를 지켜낼 수 있다"며 거제시민 동참을 호소했다. 대우조선지회는 시민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매각 추진의 부당함도 알렸다. 이들은 "겨우 조선 경기가 살아나고 수주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으로의 동종사 매각이 발표됐다"며 "거제시는 더는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을 감당할 수 없다. 거제시민 여러분이 나서서 대우조선해양을 지켜달라"고 했다.

대우조선지회는 매각(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대우조선 노동자 3만 명 고용이 위협받고, 노동자가 쫓겨나면 거제 경제가 무너지며, 나아가 조선 기자재 1200개 업체와 관련 노동자 7만 명도 거리로 내몰린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지회는 27일에는 전체 조합원 중 10%인 500여명이 상경투쟁을 벌이기 위해 오전 8시 옥포조선소를 출발했다. 오후 3시에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함께 산업은행 건물 앞에서 매각반대 집회를 연다. 대우조선지회와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결의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회 노조 간부 30여명도 상경해 집회에 동참한다. 두 지회는 산업은행 집회에 이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6일 민영화에 반대하며 강경투쟁 노선을 걷는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에 대해 "투쟁과 파업으로는 일자리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세상은 4차산업 시대로 가는데 저희만 석기시대에 살 수는 없다. 투쟁과 파업으로 일자리가 지켜지고 기업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강경투쟁으로는) 기업 경쟁력이 제고되지 않고, 일자리도 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 결과를 낳는다"며 "상호 불신과 투쟁에서 벗어나 노사, 지역경제, 협력사의 미래를 같이 열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 노조가 지난 21일 상경 투쟁에서 산은 본점에 계란을 던지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인 데 대해 이 회장은 "(산은) 어린이집에 계란을 던져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으면 백번이라도 해결됐을 것"이라며 "왜 꼭 2천명을 몰고 와서 위협적으로 물리적으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호타이어 때도, 한국지엠 때도 노조에는 항상 열려 있었다. 과격한 행동을 자제해달라"며 "노조가 원하면 언제든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있으면 (거제) 지역에 내려가고, 지역 단체와 협력업체, 지자체장을 다 만나 설득할 것"이라며 "그분들에게 법률적 권리는 없다. 제가 밀어붙이면 되는 건데, 밀어붙여서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화하고 설득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에 대해) 인력 구조조정을 충분히 해서 추가 구조조정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도 총고용 규모 보장까지 요구하면, (노조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뭘 해줄 수 있나"라며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할 테니, 너희가 알아서 기업을 살리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을 살릴 용의가 있으면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화하면 고맙겠다"며 "마지막 기회다. 과거를 빨리 털고 미래를 대비하자"고 당부했다.

현시점에 대우조선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선 "흑자로 돌아섰다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약간의 변동 요인만 있으면 적자로 돌아선다"며 "조선산업 전체 수주 상황도 이후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 시점이 그나마 시장 상황이 좋아 (구조조정에)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사의를 표명한 현대상선 유창근 사장도 거론하면서 "유창근 사장과 정성립 사장이 애를 많이 썼다"며 "'팽 당했다'는 말을 하는데, 그분들 역할은 이제 끝났고, 새 시대에 미래지향적인 (사장을) 뽑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과 현대상선 후임 사장을 선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한 뒤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의 회장이 IT 출 신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풀어가야 한다"며 "(이들 회사 대표 후보군에) IT 전문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남은 과제와 관련해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 영구채는 협상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서도 "통과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 경남도・경남시장군수협의회 "대우조선해양 매각 우려" 대정부 건의서 발송

경상남도는 박성호 도지사 권한대행 명의로 고용 불안 가중 등 지역 우려와 건의 사항을 담은 대정부 건의서를 발송했다고 27일 밝혔다.

박 권한대행은 건의서에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획은 지역 큰 이슈다.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업계에서는 조선통합법인인 전체 선박 수주물량이 현대중공업과 그 협력사에 우선 배정되면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도내 업계 일감 확보가 어려워져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고용불안도 가중될 것이는 걱정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볼 것이지만, 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방식 변화로 인해 지역 사회에 일어날 현실적인 문제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박 권한대행은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이번 인수가 지역 경제와 고용에 미칠 영향을 먼저 고려해 주고, 정부와 산업은행, 경남도, 거제시, 대우조선 등 관계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또, "인수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 간에 협의된 사항들이 반드시 이행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도 건의했다.

박 권한대행은 "이번 인수가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지역 경제와 도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는 대정부 건의서를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기획재정부장관, 산업은행장, 금융위원장 앞으로 보냈다.

경남시장군수협의회도 고용 안정과 물량 보장 등이 담긴 건의문을 관계 부처에 전달했다.

협의회는 건의문에서 "올해부터 2017, 2018년도에 수주한 물량이 야드에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조선업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였지만 대우조선해양 매각이라는 발표에 따라 거제시와 경남 경제가 또 다시 암울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에 매각된다면 물량 대부분이 비어 있는 현대중공업 야드로 옮겨갈 것이고, 납품자재 또한 현대 계열에서 구매하도록 할 것이다"며 "그렇게 되면 경남 협력사들은 줄도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절박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경남 경제에도 치명적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협의회는 대우조선해양의 연 매출액(9조원)과 기존 협력사의 산업 생태계 유지 보장을 건의했다. 또, 인력 감축 등 고용 안정 보장과 도내 협력사, 기자재 업체 물량 장기적 보장을 요청했다.

협의회는 이 건의문을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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