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계약 저지" 대우조선 노조 산업은행서 경찰과 충돌
자율경영, 근로자 고용안전, 협력업체·부품업체 거래선 유지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본계약 체결식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를 위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간 본계약이 체결됐다.

8일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오후 3시 본점 대회의실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의 지분을 넘기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본계약 체결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조선합작법인(중간지주)과 현대중공업(사업법인)으로 물적분할하고, 산업은행은 보유중인 대우조선 지분 56%(5973만8211주)를 중간지주에 출자한 뒤 신주(보통주 8000억원, 전환우선주 1조2500억원)를 취득하는 형태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날 체결된 본 계약에는 지분 거래 외에도 △현대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 실시 △'중대하고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되지 않는 한 거래 완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 경주 △기업결합 승인 이전까지는 현대 및 대우 양사의 독자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위법한 행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양 사는 이날 계약식에서 대우조선 임직원의 고용안정과 협력업체 기존 거래선 유지 등 상생 발전 방안을 담은 공동발표문도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이번 거래를 통해 대우조선이 근본적인 경영정상화의 여건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수한 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회사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그룹 산하 4개 조선사를 영업 및 설계, 생산에 최적화 시키고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조선해양'은 콘트롤타워 겸 연구개발(R&D) 및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로 발전시켜 양사의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아래 공동발표문 전문 참조>

한편 상경 투쟁에 나선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산업은행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조원 500여명은 8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집회를 연 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본계약 체결을 저지해야 한다"며 본관 진입을 전격 시도했다.

이들은 진입을 막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노조원들은 앞서 이날 오전 버스 20여대에 나눠 타고 거제 옥포조선소를 출발해 정오께 여의도에 도착했다.

당초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사옥 앞에서 집회한 뒤 청와대로 행진할 예정이었으나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매각 계약 체결 장소가 산업은행으로 확인됐다며 돌연 장소를 변경했다.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16개 중대 1천200여명을 종로에 배치했던 경찰은 해당 병력을 모두 긴급히 여의도로 옮겨 상황에 대비했다.

이날 산업은행 진입 시도에 앞서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부실에 빠진 대우조선을 노동조합 동지들의 피땀으로 정상화했는데, 촛불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현대 자본에 회사를 헐값에 갖다 바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3시면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다"며 "산업은행 철문을 넘고 본계약 장소까지 들어가 오늘 결사의 각오로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지회장은 매각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현장에서 삭발 투쟁을 단행하기도 했다.

<아래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공동발표문 전문>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오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한 본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산업인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고용을 안정시키고, 조선업을 더욱 발전시키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건강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에 뜻을 같이 하였습니다.

첫째, 대우조선해양의 현 자율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인수되더라도 현재의 자율적 책임경영체제가 유지될 것입니다. 다만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발현시키기 위해 기초연구 관련 조직의 협업체계 구축 및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을 통해 기술력과 경쟁력을 제고시켜 대우조선해양의 가동률을 극대화시킬 것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이 글로벌 기업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산업은행은 이를 뒷받침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대우조선해양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약속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들은 세계 1위 조선강국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와 자부심이 우리 조선 산업을 다시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생산성이 유지되는 한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보장은 기존 현대중공업그룹과 동일한 조건으로 지켜질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 구성원들께서도 생산성 개선에 더욱 노력해 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셋째,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 유지를 보장합니다.

협력업체와 부품업체는 지역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며, 협력업체, 부품업체들의 협력 없이 조선 산업의 재건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대외 경쟁력이 있는 협력업체와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은 그대로 유지될 것입니다. 아울러 지역의 협력업체, 부품업체와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상시 협의해 나가는 체제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넷째,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 나갈 공동협의체를 구성할 것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향후 예상되는 다양한 현안 및 요구사항에 대해 각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공동협의체를 구성하여 공동의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다섯째, 학계와 산업계 그리고 정부가 참가하는 ‘한국조선산업 발전협의체(가칭)’ 구성을 추진해 조선 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의 어려운 시기 동안 조선 산업 관련 임직원들은 물론, 기자재업체, 협력업체 등이 많은 고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우리 조선 산업의 재도약과 안정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선 산업의 생태계 복원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앞으로 출범할 ‘한국조선산업 발전협의체’는 조선사와 협력사간의 상생을 통한 동반 성장을 목표로 우리 조선 산업의 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해 나갈 것입니다.

여섯째, 거래종결까지 필요한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여 혹시 생길지 모르는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세계 조선업 시황은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한 가족이 되는 것은 우리 조선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이번 인수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져 우리 조선업이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산업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3월8일

현대중공업그룹·산업은행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