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산업은행, 현대중공업 관계자 불러 간담회 또 가져
1월 31일 매각 발표 후 2개월째 입장 발표 못해…'식물의회(?)'

“매각 반대 목소리를 내자니 벌써 본 계약이 체결된 상태라 버스가 벌써 지나가버린 뒤 손드는 격이 돼 버렸다. 거제시의회는 집권당 소속 시의원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을 대놓고 반대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깔려있을 것이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정부, 청와대와 인맥이 연결돼 있다.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매각에 찬성해라’는 유무형의 압력도 받고 있을 것이다. 정당 소속을 떠나 거제시의원들은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데 이상하다.”

“정부와 현대중공업을 항해 8일 본계약 때 선언적 의미로 밝힌 대우조선해양의 자율경영체제 유지, 대우조선해양 근로자의 고용안정 약속,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및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 유지 등의 약속에 대해 구체적 실행방안과 액션플랜을 요구해야 한다. 정부를 향해 ‘광주형 일자리’처럼 ‘거제형 일자리’ 선물을 내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현대중공업이 거제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며 실천가능한 상생방안을 밝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매각 찬성’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대우조선노조 등 ‘매각 반대측’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대우조선매각 문제에 대해 ‘매각 찬성이든 매각 반대이든’ 빨리 입장을 밝히고, 늪에서 빠져나왔어야 했다. 그런데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이 말도 못하고, 저 말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다보니 여론은 더 나빠지고,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진 꼴이 됐다.”

인용문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를 놓고 거제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 기자들의 반응이다.

1월 31일 대우조선 매각 발표, 3월 8일 본 계약 체결, 이번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등으로 매각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명색이 ‘거제시민의 대변자’라는 거제시의원들은 2개월 가까이 대우조선매각 문제에 대한 결의문, 성명서, 탄원서 등 여러 형식의 입장문 하나 밝히지 못하고 있다.

거제시의회(의장 옥영문)가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를 놓고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진 형국이다. 그렇지만 거제시의원들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는 흉내는 내고 있다. 의사 결정권을 가지지 못한 산업은행, 현대중공업 중간 간부들을 불러 ‘내가 거제시의원이다’하면서 지금까지 언론에 수없이 반복적으로 보도된 내용을 거론하면서 으름장을 놓고 있다.

거제시의회(의장 옥영문)는 21일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와 관련해, 산업은행, 현대중공업 관계자를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옥영문 의장과 16명 거제시의원이 모두가 참석했다.

산업은행측에서 강병호 기업구조조정2실장, 김수야 기업구조조정2실 대우조선해양계열팀장과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에 파견돼 있는 박상문 경영관리단장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가량 열렸다. 간담회가 열리기 전 거제시의회 입구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수십명이 경호를 섰다.

간담회를 시작하기 전 간담회 장 사진촬영은 허용됐다. 하지만 본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간담회 후 보도자료도 내지 않아 어떠한 내용이 거론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간담회장에 들어가기 전 강병호 실장은 몇몇 기자의 취재에 응했다. 이 자리서 강 실장은 “지난 8일 본 계약 때 밝힌 (대우조선해양의 자율경영 체제 유지 등) 내용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구체화하기에 앞서 지자체와 당사자들을 만나 이해시키고 설명시키는 과정이다. 의회 방문도 그런 과정의 일부다"고 했다.

강 실장은 "의회에 설명하고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한 방문이다. 의회에서 따로 답변을 요구하는 자료는 없었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조그만 정치이벤트를 해서 부풀러서 보도자료를 낸다. 그런데 거제시의회는 간담회를 가졌으면서도 보도자료 하나 못내고 있다. 단순히 ‘간담회를 가졌다’고만 보도자료를 내자니 내용이 없다. 아무런 내용도 없는 간담회를 가졌구나하는 언론과 여론 질책이 의식된다.

간담회에서 거론된 내용을 상세하게 기술해 보도자료를 내자니 ‘의회 권위’가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또 의회는 의원 개개인 신분을 보호해주는 방어막 역할도 해야 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의원들에게 간담회 자료가 배포됐다. 배표된 자료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에 대해 거제시의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좋은 반증 자료였다. 배포된 자료는 박성호 경남도지사 권한 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지난 2월 밝힌 ‘건의서’, 경남시장군수협의회가 지난 2월 28일 낸 ‘건의문’을 포함해 지금까지 경남도의회, 경남창원시의회 등이 밝힌 내용 묶음철이다.

한 동료 기자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수많은 입장문이 나왔는데도 거제시의원들이 자료도 한번 안 읽어봤다니 참으로 한심하다”며 “대우조선매각 문제에 대해 거제시의원들에게 뭔가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크게 잘못됐다”고 혀를 내눌렀다.

시의원은 간담회 후 거제인터넷신문과 통화에서 “구체적이며 거제 현실과 맞닿아 있는 문제를 놓고 정부측, 현대중공업과 줄다리기를 하고 심도있게 논의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언론에서 거론된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할 수 있느냐 등 원론적인 문제밖에 논의되지 않았다”며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하는 간담회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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