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준 부산대학교 특임교수 

■ ’거제‘가 살 수 있는 길

거제가 어렵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섬 전체가 침몰 직전이다.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젊은이들은 거제를 등진다. 가게 매출은 반 토막이 나고 집값은 폭락했다. 조선경기가 회복되어 간다지만 예전과 같으리라 믿는 시민은 아무도 없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많아 뉴스를 보기가 겁날 만큼 살고 싶은 도시가 아닌 것이다. 내일이 염려되는 도시인 것이다.

거제가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얘기하지만 기대만큼 관광객이 많지는 않다. 볼거리, 먹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조선경기가 조금 나아진다지만 지금의 조선산업이 미래를 보장할 것 같지는 않다.

거가대교 통행료를 줄이는 일,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은 거제를 먹여 살릴, 거제 사람들이 먹고 살 ’미래 먹거리‘를 빨리 찾는 일이다. 혁신적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국내에 먹을 게 없으면 외국이라도 나가야 한다.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한 이유다.

■ 2027년 국제박람회(엑스포)를 유치하자

결론부터 말하면, 거제에 ’2027년 국제박람회(엑스포)를 유치‘하자는 것이다. 국제대회 개최를 통해 거제의 도시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하고 관광객이 물밀 듯 오게 만들자는 것이다. 전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국제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 국제대회를 개최하면 도시를 개조할 수 있고 관광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지방 중소도시에 불과했던 여수와 강릉이 엑스포와 올림픽을 계기로 관광도시로 거듭나고 도로, 철도, 문화 등 도시의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은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면 거제가 과연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을까? 필자는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개인적으로 현재 부산시가 추진중인 2030년 엑스포 유치와 관련하여 국제박람회기구(BIE) 관계자들, 행안부, 기재부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업무협의를 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에 비추어 엑스포 개최를 위한 ’주제, 시기‘ 등에서 거제가 다른 도시들보다 엑스포 유치의 최적지라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엑스포 개최는 유치를 희망하는 국내 도시들 간 예선 경쟁 후 본선에서 국제박람회위원회의 실사를 거친 외국 도시들 간 다시 경쟁을 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2027년 엑스포 유치를 위한 경쟁에는 국내 도시 중에는 엑스포 효과를 제대로 누린 여수시가 이미 유치전에 돌입했고, 외국도시로는 미국의 미네아폴리스가 2017년에 이어 또 다시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 배(ship) 박람회

거제와 경쟁도시인 여수는 섬(island)을 주제로 정했고, 미네아폴리스는 건강(health)를 주제로 선정했다. 거제가 배(ship)를 주제로 이 도시들과 경쟁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첫 번째로, 산업적인 측면에서 거제는 이미 세계적인 조선 도시인 동시에 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사양산업으로 홀대받던 조선산업이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전환되는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산업은 어선이나 상선, 여객선 외에도 기술력이 담보되어야 제작 가능한 요트와 크루즈, 군함, 특수선 등의 엄청난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이다. 그 중에서도 요트나 크루즈 등은 국민소득 4만불이 넘으면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지는 산업이기 때문에 박람회가 개최되는 2027년 이후에는 거제의 바다 곳곳이 요트와 크루즈로 뒤덥히게 될 지도 모른다.

배 박람회가 개최되면 요트, 크루저, 특수선 등 미래 조선산업의 성장과 연계하여 사곡의 해양 플랜트 국가산단에 연구개발 단지와 학교, 연구소 등 각종 인프라가 구축되어 거제가 명실상부한 세계 조선산업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두 번째로, 정치적인 측면에서 현 정부 출범이후 어느 지역보다 악화일로인 동남권의 경제상황을 정부차원에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93년 대전 엑스포는 충청권에서 개최되었고, 2012년의 여수 엑스포는 호남권에서 개최되었다. 조선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지역의 산업붕괴를 막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거제, 통영, 고성, 창원,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 도시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절호의 기회인 박람회 유치전에서 거제를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박람회가 개최되면 사람이 몰리고 돈이 몰린다. 관광산업은 저절로 성장하게 된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사람들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학교가 생기고 살고 싶은 도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되는 것이다.

■ 남부내륙철도의 확실한 경제성 담보

남부내륙철도가 2022년 착공, 2028년도 준공예정이다. 정치적 부심을 겪은 사업이라 확실한 준공시기를 담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거제에 엑스포가 개최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제성이 확보됨과 동시에 준공시기도 단축되는 것이다. 원래의 준공시기보다 1년 앞당겨 2027년에 개통해야 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거제의 엑스포 유치가 남부내륙철도 공사를 확실히 담보하게 되는 것이다.

■ 거제가 사는 유일한 길

국제박람회위원회(BIE)는 2027년 개최지를 2021년 정기총회에서 공모하고 2022년에 투표로 선정한다. 우리 거제가 한국의 대표로 국제박람회위원회(BIE)에 제안되려면 내년에는 정부에 유치의사를 밝혀야 한다.

지금이 적기다. 명분이든 실리든 거제가 2027년 국제박람회를 개최하기 가장 좋은 장소이다. 2027년 국제박람회를 거제에 유치해야 한다. 그 길만이 거제가 살 길이다.

* 김범준(50) 교수는 장승포동 출신으로 부산대 법대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국제정치학 박사이다. 새누리당 중앙당 부대변인, 부산시 서울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 부산대학교 특임교수와 거제의 내일을 고민하는 시민모임인 ‘거제N내일’ 대표를 맡고 있다.

*참고 : 엑스포(EXPO·국제박람회)는 크게 공인엑스포와 비공인엑스포로 나뉜다. 공인엑스포는 세계박람회기구(BIE)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개최지를 결정한다. 공인엑스포는 등록엑스포(Registered Exhibitions·World Expo)와 인정엑스포(Recognized Exhibitions·International Expo)로 구분된다. 등록엑스포는 5년 주기로 열린다. 인정엑스포는 5년 주기 사이에 개최한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는 등록엑스포였다. 1993년 대전엑스포, 2012년 여수엑스포는 인정엑스포였다. 비공인엑스포는 고성공룡엑스포 등 BIE 심사를 거치지 않고, 주최자가 임의로 개최하는 엑스포다. 김범준 교수가 주장하는 2027년 거제 엑스포 개최는 ‘인정엑스포’를 말한다. 개최 규모는 3주 이상, 전시 규모는 25만 m2 이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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