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준 부산대 특임교수

지난 해 부터 거의 매주 거제에 온다. 고등학교 때 학업 때문에 거제를 떠난 이후 50대에 이르러 거제를 찾다보니 강산이 변한만큼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첫 번째 감정은 안타까움이다. 부모님이 사시고 친척 어른들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고향의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 먹고 사는 문제가 힘에 부친다. 조선 경기의 쇠락은 많은 것을 변화 시켰다. 집값은 폭락하고 인구는 줄어들고 민심은 흉흉해 졌다. 반짝하는 조선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문제는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든다.

두 번째 감정은 답답함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세계적인 조선경기의 불황 탓일까? 조선정책을 입안하는 중앙의 정책입안자들의 책임일까? 아니면 지난 시절 거제를 이끌어오며 호황일 때 불황을 준비 못한 우리네 어른들의 잘못일까?

원인이 어디에 있든, 현재의 상태가 지속되는 한 거제의 미래는 어둡다.

최근 거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일부 있지만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조선업이 다소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역 경기 침체는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왜냐하면 상권의 회복이나 주택경기의 부활은 인구의 증가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거제의 인구가 주민등록상 인구보다 실제 감소폭이 더 크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그 동안 인구 통계에 포함되지 않던 외국인이 지난 3년 사이 절반 이하로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조선업 불황으로 발생한 많은 실직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주민등록상 주소를 아직도 그대로 두고 있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결혼 기피 현상이 넘쳐나고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가시화되면 지금보다 인구가 더욱 줄 것으로 생각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결합

Roger & Me 라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가 있다. 제조업의 붕괴가 지역사회를 어떻게 몰락시키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도시가 점점 황폐화해져 가고 범죄도시로 전락하면서 실업자가 넘쳐나는 도시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제조업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기존 제조업과 관련한 서비스업의 유치를 주장한 것이 198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진행된 작업이었다. 기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결합이 지역사회 제조업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게 만드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제조업의 위기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기존 제조업과 새로운 서비스업의 결합 모델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거제가 사는 길 – 여수를 배우자.

여수는 거제와 유사한 인구규모, 산업구조 그리고 임해(臨海)라는 공통된 지역 배경을 가진 도시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 중화학공업 육성 계획에 의해 설립된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여수를 산업단지보다 관광도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2012년 여수 엑스포 효과 때문이다.

거제와 비슷한 인구와 여건을 가진 남해안의 작은 도시가 몇몇 시민들에 의해 주창된 국제박람회 개최로 인해 말 그대로 상전벽해를 이룬 것이다. 지난해 무려 1,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하는 엄청남 관광도시로 발돋움 했다. 이는 2012년 여수 박람회를 통해 잘 갖춰진 도로와 철도 등 SOC와 박람회를 통해 성장한 볼거리, 먹거리가 있기에 가능했다.

여수 엑스포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10조 7,900억원), 부가가치 유발(5조 3,800억원), 고용창출(156,700명)에 이르고, 산업별 생산 파급효과는 서비스업(2조4,955억원), SOC사업(1조3,997억원), 제조업(1조6,711억원)에 달했다.

2008년 여수가 국제대회를 유치할 당시 어느 누구도 여수가 국제대회를 쉽게 유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해냈고 그 때의 여수보다 지금의 거제는 훨씬 더 좋은 여건과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2027년 인정엑스포 유치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어떻게 가능한가?

국제박람회위원회(BIE)가 공인하는 엑스포는 등록엑스포와 인정엑스포 2가지로 나누어진다. 인정엑스포는 5년 단위로 진행되며 큰 주제, 넓은 면적, 긴 기간 동안 이루어지며 그 효과도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나다. 2005년 나고야, 2010년 상해, 2015년 이태리 밀라노에서 개최되었고 2020년 두바이, 2025년 오사카가 결정되어 있다. 부산이 2030년에 개최하려고 하는 대회가 등록엑스포이다.

그에 반해 등록엑스포 개최 중간에 열리는 인정엑스포는 특정 주제, 좁은 면적, 짧은 기간 동안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2012년 여수, 2017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2023년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결정되어 있고 2027년 개최지는 2022년에 결정된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2번의 엑스포는 모두 인정엑스포였다.

이러한 인정엑스포를 개최하자는 것이다. 지금부터 준비해서 올해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에 중앙정부에 국제대회 유치신청을 한 후, 2021년에 국제박람회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안을 해서 2022년 개최지 결정에 참여하자는 것이다.

인정엑스포는 박람회 개최 전후의 박람회 개최 효과와 박람회의 주제를 가장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여수 박람회는 세계박람회 주제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개최지로 결정되었다. 개발과 보존이 가장 조화를 이룬 지역일 뿐 아니라 경제 개발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었던 남해안 지역에 박람회를 유치함으로써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국토의 균형발전이 가능하며 미래형 해양레저관광도시로 발전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점이 개최지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거제가 주장하는 배(Ship) 박람회(Expo)는 어떤 주제보다 박람회의 취지에 잘 부합하는 주제가 될 것이다. 박람회를 계기로 조선과 조선기자재 산업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는 거제, 통영, 창원, 부산 등의 조선 산업을 사양 산업에서 미래의 먹거리,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관광이 주요 테마인 여수 박람회에 비해 투자 자본 회수율이나 산업 전반에 미치는 경제효과 등에서 훨씬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027년 거제 ‘배 엑스포(ship expo)’를 유치하자. 그 길이 거제가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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