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2038년 유치 현실성 결여…2027(8)년 엑스포 유치 검토 필요
남부내륙철도 완공, 지역경제 회생, 국제도시 거제 발돋움 '妙手'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해 시장 선거 때 ‘조선해양엑스포 유치 추진’을 공약했다. 변 시장의 공약은 5년 주기로 개최하는 ‘등록’엑스포 중간 연도에 열리는 ‘인정’ 엑스포를 말한다.

취임 후 내부 논의를 거쳐 확정한 100대 공약 중 두 번째인 ‘조선업 부활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강화’ 큰 공약의 세부 내용에 ‘조선해양엑스포 유치 추진’이 들어가 있다.

▲ 변광용 거제시장 공약 중 일부

‘조선해양엑스포 유치 추진’ 공약의 세부 내용에 들어가면 변 시장 임기 내에는 ‘기본계획 수립 및 절차 이행’만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공약 달성률은 100%가 된다고 했다. 의아스럽다.

지금까지 추진된 일정을 보면 지난해 11월 5일 조선해양 엑스포 유치 추진 계획 기본안 작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11월 6일 거제시 정책자문단 자문도 마쳤다. 지난해까지 공약 달성률이 10%다. 올해 1분기에 기본계획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공약달성률은 20%가 된다.

내년에는 조선해양엑스포 추진단 구성(T/F팀)하면, 공약 달성률이 50%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2022년 1분기에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공약은 100% 달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선해양엑스포 유치 추진을 하면 기대효과가 생산유발 12조, 부가가치 6조, 고용유발 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 조선해양엑스포 유치 추진 세부 공약 내용

변광용 시장 임기 내에 ‘조선해양엑스포 유치 추진’ 공약달성률은 엄밀하게 말하면 ‘0’%다. 그렇다면 조선해양엑스포는 언제 유치해 개최하겠다는 것인가. 거제시는 지금부터 20년 후인 2038년으로 잡아놓았다.

2023년 인정엑스포 개최지는 아르헨티나 수도 브에노스아이레스다. 아직 개최지를 결정하지 않은 인정엑스포는 2027년 또는 2028년, 2032년 또는 2033년이다.(인정엑스포 개최연도는 다소 유동적이다. 여수엑스포는 2012년에 개최했다. 2017년, 2028년 인정엑스포 개최연도는 2021년에 결정한다.) 그런데 왜 2038년으로 잡아놓았을까.

이에 대해 거제시 조선경제과 담당자는 “거제시 정책자문단 자문 결과, 부산에서 2030년 등록엑스포 유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이 등록엑스포 개최지로 결정되면 대륙별 개최지 안배 원칙 등을 감안하면 2038년에나 유치가 가능하다는 자문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산이 2030년 등록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 우리나라에서 인정엑스포 유치 가능 시기가 2027년이나 2033년으로 앞당겨 질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시 관계자는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변 시장은 조선해양엑스포를 유치 ‘추진’한다고 했지, ‘조선해양엑스포를 유치한다’고는 공약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논리는 시민을 우롱하는 말장난이나 다름없다.

최근 김범준 부산대 특임교수가 “거제가 살 길은 2027(8)년 인정 배(ship) 엑스포를 유치하는 것이다”고 몇몇 지역 언론에 기고를 발표했다. 김 교수가 주장하는 ‘배 엑스포(ship expo)'는 변 시장이 주장하는 ’조선해양엑스포‘나 같은 것이다.

김범준 특임교수는 지난해까지 부산광역시 서울본부장을 했다. 부산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산시가 2030년 등록엑스포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데, 2027(8)년 인정엑스포를 거제에 유치하자고 주장하는 것일까. 김범준 교수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뜻을 두고 있어, 정치인들은 으레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주장하기도 한다고 흘려버릴 것인가.

김 교수가 2027(8)년 인정엑스포 거제 유치를 주장하는 근저에는 2030년 등록엑스포 부산 유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등록엑스포 개최지는 2020년 두바이, 2025년 오사카로 결정됐다. 대륙별 안배 원칙에 따라 2030년 등록엑스포 개최지가 아시아로 결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범준 교수는 2027(8)년 인정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는 지금도 늦지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금부터 준비해서 올해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에 중앙정부에 국제대회 유치신청을 한 후, 2021년에 국제박람회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안을 해서 2022년 개최지 결정에 참여하자”고 했다.

인정엑스포 개최는 한꺼번에 여러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만약에 2028년 인정엑스포 개최를 유치한다면, 예타면제사업으로 확정발표되기는 했지만 언제 완공될지 막연한 남부내륙철도가 정부 계획대로 적기에 완공될 수 있다. 여수엑스포,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때문에 여수, 강릉 고속철도가 적기에 완공된 사례가 있다.

이밖에도 엑스포 개최를 통해 얻는 효과는 조선해양산업 지속 성장, 지역경제 회생, 국제도시 거제 발돋움, 관광 거제 토대 마련, 지역 숙원 SOC 사업 일시에 준공할 수 있다.

SOC 사업만 잠깐 살펴보자. 송정~문동 국지도 58호선 연장, 국도 14호선 신거제대교~사곡삼거리 6차선 확장, 명진터널, 국도5호선 창원~거제 해상구간 연결, 노선연장 한산도~통영 연결, 대전~통영 고속국도 거제연장 등 지역 숙원사업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수(妙手)’다.

김범준 교수가 자유한국당 소속이라 ‘우리 편이 아닌 사람이 주장하는 것은 거들떠보지도 말고 관심 가지 말아라’고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제시는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바꿔 조선해양엑스포 2038년 유치 ‘플랜A’가 아니라 2027(8)년 유치 ‘플랜B'를 조속히 준비해야 한다. 추진단 구성, 기본계획 수립, 유치타당성 기본용역, 유치 건의, 국가사업화 추진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변광용 시장은 힘 있는 집권당 여당 시장을 늘 강조한다. 이럴 때 힘을 써야 한다. 거기다가 거제는 문재인 대통령 고향이지 않는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2027(8)년 인정엑스포 개최지를 거제로 결정해놓으면, 국제행사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어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여수엑스포 개최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11월 27일 결정됐다. 여수엑스포 개최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했다.

‘2027(8)년 거제 엑스포 개최 확정’이라는 큰 선물만 거제시민에게 안겨준다면, ‘크게 구하는 섬, 거제(巨濟)’가 경남과 대한민국을 다시 살리게 될 것이다. 나아가 변광용 시장의 시정 비전(vision)인 ‘세계로 가는 평화의 도시 거제’가 구현(具現)될 것이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경남도와 협의‧합의해 기본구상안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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