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은숙 경남도의원(농해양수산위원회)

19일, 경남도의회 382차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학교급식지원조례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시작한 지 거의 8개월 만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먹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그것도 아무거나 먹어서는 안 되며 생활 에너지의 생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일차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인체의 성장, 보존, 발달에 필요한 음식이어야 하는데 이런 목표를 다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주변이 온통 오염되어 가고 있는 탓에 그 토양과 물, 공기를 먹고 자란 생산물들은 자연적으로 많든 적든 오염되어 있고 그중에는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서 결국 인체를 허물어버리는 물질도 많다. 친환경농산물이나 유기농산물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런 장기적이고 무대책한 유독물의 섭취를 줄여보려는 사람들의 몸부림이자 욕망인 것이다.

친환경농산물과 유기농산물은 상대적으로 비싸므로 입맛대로 사서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니 그것이 우리 서민들의 비애이다. 그러나 농약잔류 허용치 이내의 농작물인 GAP 인증을 받는 일조차도 생산단가도 높고 과정이 예사롭지가 않은 법인데 하물며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는 노동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는 다소 높은 가격이 충분히 합당하다고 다들 인정한다.

그렇다고 가격 때문에 수입농산물을 함부로 취할 것은 또 못 된다. 우리가 수입농산물을 꺼리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수입농산물은 우리의 토양에서 재배되지 않은 것들이다. 조상 대대로 이어 온 우리들의 DNA에는 우리 땅의 자양분을 먹고 진화되어 온바, 우리 땅에서 나는 농산물이 우리의 인체와는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라는 이유도 타당할 것이다.

그것보다도 더 큰 이유는 수확한 농산물의 품질을 보존하고 이동하는 동안의 관리를 위해서 이루어지는 ‘포스트 하베스트’라는 화학성분의 농약 처리 과정 때문이다. 때깔 좋은 농산물들은 이러한 처리를 거친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이제 누구나 다 안다.

엊그제 우리나라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WTO 최종판정에서 승소했다.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는지 이 과정을 이끈 국제변호사의 무용담이 화재로 떠 오를 정도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이후, 세슘 등 방사능 물질로 오염된 원전 오염수가 계속 태평양으로 유출되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계인의 식탁은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판국에 우리나라의 수입금지 조치가 과도하고 부당하다며 제소하는 일본은 참 염치도 없다.

이참에 일부 상품에만 적용하고 있는 수산물이력제를 의무화하여 국민의 식탁을 보호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역시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키운 농산물을 섭취하는 것인데 아쉽게도 현재의 식량 자급자족률은 23~25%에 불과하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 출하 시기에 안정된 가격을 보장받지도 못하고 과잉생산으로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폭락 사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등으로 농업인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농촌이 급속도로 노령화가 되어 가는 위기 속에서 청년농을 유치하기 위하여 지자체마다 열을 올리고 있으나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정책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광역학교급식 지원센터 및 시, 군의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운영될 것이다.

지역 강소농을 비롯한 영세농은 물론 대규모 농가, 영농조합법인 등, 친환경, 유기농, 우수농산물 인증 등 일정한 인증자격을 획득한 개인이나 단체가 계약재배를 시행함으로써 농가의 소득을 보장함과 동시에 경남 도민에게 더욱 안전한 농산물 공급은 물론 학교급식의 질을 대폭으로 향상하는 사업이다.

영세농을 비롯한 친환경 농가 등의 기본수입을 보장하는 동시에 성장하는 아이들의 건강한 식탁을 보장하는 이 정책을 지원하는 조례가 현실에 맞게 수정, 보완되어 통과된 것이다.

11대 도의회 사상 최초로 33대 19대 1기권이라는 표결로 결정된 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시·군 지자체의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될 광역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설립과 운영, 친환경농산물을 비롯한 지역 우수농수산물의 우선 사용, 그리고 감사 조항 삭제 등이다.

기존의 2개 시·군 지역을 포함하여 올해 2개 지자체, 내년에도 3~4개 지자체에 각각 약 20억의 예산이 투입되어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설립된다. 우리 거제시는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후 연차적으로 설립되어 향후 3~4년 후에는 경남의 전 지자체나 권역별로 운영될 예정인 이 센터는 경남 1,000여 개의 학교에 시·군 지자체별로 식재료를 자체 수집,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지역의 농가와 연계하여 계약재배를 하고 우수농수산물을 우선적으로 공급받아 아이들의 급식 식재료로 공급한다. 학교급식비는 운영비와 인건비, 그리고 식품비로 구성되어 있으며 경남의 식품비만 거의 2,041억에 달한다.

범위를 좁혀서 우리 거제시의 식품비만 따져보자. 식품비는 약 190억 원 가량 된다. 그 식품구입비로 지출되는 돈의 50%만 거제지역 우수농수산물을 구입한다고 치면 매달 적어도 9억 원이 거제시의 농어가에 지출되는 셈이다. 매달 2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올리는 가구는 거의 450가구에 이른다는 말이다.

경상남도 농정국이 발행한 ‘2018 경상남도 농·축산업 현황’에 따르면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고 오히려 농업 외 소득이나 이전소득이 더 높은 구조이다. 결국, 전업농가로는 기본적인 생계가 어렵다는 뜻일 것이니 이런 상황 속에서 어찌 청년농과 전업농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이 사업의 정착으로 농어가의 기본소득이 보장됨에 따라 휴경지역이 줄고 농어촌마다 젊은 사람들의 힘차고 밝은 목소리들이 들릴 것으로 기대한다.

모세혈관이 건강해야 인체가 건강하듯이 농산어촌의 행복이 우리 거제시의 행복이 될 것이다. ‘학교급식지원센터’가 거제시의 웃음을 되찾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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