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갑작스러운 의견 제시…관계기관 협약서 작성도 무산…시·지역사회 "의미 퇴색"반발

▲ 지난 5월 17일 거제시민 저도 방문

거제시 저도가 오는 9월부터 시범 개방되는 가운데 섬 내부 시설 등 공개 범위를 두고 청와대가 갑자기 모래 해변 개방을 보류하자는 의견을 내놓자 거제시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 별장 공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해변까지 빠지면 저도를 개방하는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22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달 '저도상생협의체' 세 번째 실무 회의 끝에 9월 중순부터 1년간 저도를 시범 개방하기로 하고, 후속 절차로 지난 10일 국방부·해군·행정안전부 등 관계 기관이 모여 시범 개방과 관련한 협약서 초안을 작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협약안 작성에 앞서 지난달 24일 행안부 관계자가 시를 방문해 대통령 경호처 견해를 전달하고 나서 상황이 틀어졌다. 경호처는 시범 개방 기간 대통령 별장과 가까운 모래 해변 공개는 보류하고, 상시 개방 때 다시 논의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는 난데없는 소식에 발끈했다. 경호처에 모래 해변 개방을 보류하려는 이유를 밝혀달라고 했지만, "경호상의 이유"라며 뚜렷한 이유를 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애초 10일로 예정한 협약서 작성 회의는 없던 일이 됐다.

시는 행안부에 "모래 해변이 개방 범위에 포함돼야 차기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도 보냈다. 정부에 해변 개방 보류 의견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시 관계자는 "모래 해변을 비공개하면 저도 탐방이 아주 단순해져 섬을 개방하는 의미가 퇴색된다"며 "저도는 면적이 작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데 제한적이라 해변 코스가 섬 일주 등 탐방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했다.

시는 시일이 다소 걸리더라도 청와대 측과 해변 개방 문제를 완전히 매듭지을 방침이다.

양측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 9월 중순 시범 개방 일정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선 섬 개방 시기가 애초 계획보다 미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저도의 조속한 개방과 소유권 이전 등을 요구해온 거제시발전연합회(회장 김수원)도 반발하고 나섰다.

연합회는 지난 19일 회의를 열어 다음 달 18일 청와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앞서 2월 저도 반환 촉구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3월 초에는 저도 앞 해상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앞서 시와 해군은 지난달 16일 올해 9월 중순부터 1년간 저도를 시범 개방한다고 밝혔다. 또 이 기간 매주 5일(화·수·금·토·일요일) 유람선을 하루 2회 운항하기로 합의하고, 1일 입도 인원은 최대 600명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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