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저도 관광 자원화 비전·전략·실행계획 없는 즉흥적 대응으론 안된다
시범개방 1년 동안 본 개방 대비 완벽 준비…'팔각정' 등 중요시설 사라져

▲ 저도 전경

오는 9월말경 시범개방 예정인 ‘저도(猪島)’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방문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 방문이 있기 전에 그동안 거제시, 거제시의회, 행정안전부, 국방부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저도상생협의체’ 회의에서 저도 시범개방을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에서 “여기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보니까 정말 아름다운 곳이고, 또 특별한 곳이어서 이런 곳을 대통령 혼자서 즐길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국민들이 함께 즐겨야겠다라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며 “그래서 저도를 국민들께 완전히 개방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시범개방 가닥은 오는 9월말부터 1년 동안 화‧수‧금‧토‧일(월‧목 제외) 5일, 하루 2회 600명의 방문객을 저도에 입도시킨다. 군사훈련기간, 대통령 휴양 등 주요 일정에는 방문을 제한한다. 방문객의 체류시간은 2시간 내외로 한다.

1척 유람선 당 300명을 승선시켜, 오전‧오후 한 차례씩 입도(入島)해 2시간 전후 지체한 후 나오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달에 ‘저도상생협의체’ 회의를 통해 관계기관 간 개방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9월 초 ‘저도관광시스템’을 통해 사전예약 접수를 시작하면 9월 말경 ‘시범개방’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열 해군 진해기지사령관은 문재인 대통령 방문 때 ‘저도 개방 관련 준비상황’을 보고했다. 이 사령관은 “개방 관련해서 총 58개 과제 중 해군에서 자체적으로 준비 가능한 37개 과제는 완료했다. 현재 주요 진행과제는 탐방객 안전을 위해서 산책로 상에 야자매트, CCTV 설치와 탐방객 편의를 위한 안내소 및 포토존 설치 등을 8월 26일까지 완료 목표로 현재 정상 추진 중에 있다”고 보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에서 시범개방 후에는 저도를 ‘전면적으로, 본격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여기에 있는 군사시설에 대한 보호 장치, 유람선이 접안할 수 있는 선착장, 이런 시설들이 갖춰질 때까지는 시범 개방을 해 나가다가 준비가 갖춰지면 완전히 전면적으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렇게 개방을 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저도 개방의 바람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거제시와 경남도가 잘 활용해서 이곳을 정말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특히 ‘남해안 해안관광의 하나의 중심지로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문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저도를 ‘남해안 해양 관광 중심지’로 발돋움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준비해야 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시범개방 기간 동안 ‘상생협의체’ 회의를 지속하면서, 본 개방에 대비한 준비를 완벽하게 해야 할 것이다.

‘남해안 해양 관광 중심지’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해서는 저도의 관광자원화 비전, 목표, 계획 등이 명확해야 한다. 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개방만하면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다’고 환상은 버려야 한다.

가장 먼저 역사 전문가 등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저도와 저도 주변 지역에 담긴 ‘역사성’을 온전히 복원하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저도는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곳이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도 일대 바다는 옛날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께서 첫 번째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이 있었던 곳이다. 그리고 일제시대 때는 일본군의 군사시설 있었고, 6.25전쟁 기간 동안에는 유엔군 군사시설이 있었고, 휴전 후에 우리 한국 해군이 인수한 후로는 이승만 대통령 별장지로 사용되고, 또 박정희 대통령 때는 정식으로 ‘청해대’라는 이름을 붙여서 공식적으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이 됐다”고 했다.

저도와 저도 주변에는 영욕(榮辱)의 역사가 서린 곳이다. 옥포해전이 있었던 1592년 5월 7일 기록을 되살려보자. 이날 낮 12시경 조선 함대는 옥포 포구에 정박하고 있는 적선 50여 척을 발견하고 이를 동서로 포위해서 포구를 빠져나오려는 적선들에게 맹렬히 포격을 가해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이 싸움의 결과 아군은 별 피해 없이 적선 26척을 격침하는 큰 전과를 올려 최초의 해전을 승리로 장식했다.(옥포해전)

옥포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직후, 조선 연합군은 저도를 거쳐 거제도 영등포(永登浦 현 장목면 구영리) 앞바다로 나아가 이곳에서 밤을 지새기로 하고 군사들을 휴식시키려 하였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4시 무렵, 아군 척후선으로부터 일본 수군 대선 4척, 소선 1척이 주변을 지난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조선수군이 즉시 추격을 시작하자, 왜선은 필사적으로 도주해 웅천땅 합포 이르렀다.

아군이 합포 앞바다까지 진격하자, 더 도망갈 곳이 없게 된 왜군은 배를 버린 채 육지로 올라가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조총을 쏘아 댔다. 활을 쏘아 왜의 큰 배 한 척을 남김없이 부수고 불태웠다. 밤을 타서 노를 재촉하여 창원 땅 남포 앞바다에 진을 치고 밤을 지냈다. 427년 전의 일이지만, ‘역사는 오래된 미래다’는 말처럼 너무나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저도 인근에서 조선수군이 왜군을 무찌른 전투는 1592년 5월 7일 옥포해전, 합포해전, 6월 7일 율포해전, 7월 10일 안골포해전, 1593년 2월 10일 웅천해전, 1594년 9월 29일 제1차 장문포해전, 10월 2일 영등포해전, 1594년 10월 4일 제2차 장문포해전 등이다.

원균이 이끈 조선 수군이 패전의 역사를 간직한 곳도 저도 주변이다. 1597년 6월 19일 가덕도해전, 1597년 7월 16일 칠천량해전도 저도와 지척이다.

그리고 저도와 저도 주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지리적 요충지다. 대한민국은 2017년 기준으로 세계 5위 수출국이다. 부산항은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5위 항만이다. 부산항 신항이 2단계 21선식을 확장하면 세계 3위 항만으로 부상한다. 저도는 대한민국이 세계로 뻗어가는 부산항 신항과 마주보고 있고, 대형 컨테이너선이 저도 앞에서 뱃고동을 울리고 전 세계로 진출(進出)한다. 이외에도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STX조선 등지에서 건조한 무수한 배들이 저도를 뒤로하고 세계로 항해(航海)한다.

변광용 거제시장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 저도가 거제, 경남에 아주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 완도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국립난대수목원이 거제에 유치되면 저도와 국립난대수목원이 한 세트가 되어서 동남권, 그리고 남해안벨트의 최고의 관광지로 부상되지 않을까 그런 비전을 갖고 열심히 해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거제를 포함한 남해안 해양관광의 중심지로 분명하게 커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변 시장은 국립난대수목원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변 시장의 이날 전체 브리핑 내용을 살펴보면, 저도를 어떻게 남해안 해양 관광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확고한 비전 철학은 제시하지 못한 느낌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전임시장 시설부터 저도 이관 및 개방 방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제시에는 저도를 ‘남해안 해양 관광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비전 목표, 관광 파급효과 예측 등이 명확하게 담긴 ‘용역보고서나 전문 연구보고서’ 하나 없는 실정이다. 거제시의회도 이러한 것을 요구하고,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의원이 없었다. 갈 길을 명확하게 보면서 가는 것과 가다보면 어찌되겠지하면서 가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즉흥적‧주먹구구식‧무계획적이다.

그나마 거제시는 시범개방 기간 동안 용역을 한번 맡겨볼 계획을 잡고 있지만, 시급성은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일이다. 변광용 시장이 대통령 앞에서 ‘거제시는 저도 개방에 대비해 미리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큰 목소리로 브리핑 했다면 더 큰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저도 방문 행사 때 전국에서 온 탐방객, 일반 국민이 100여명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에는 거제지역 인사가 눈에 많이 띄었다. 무슨 목적으로 갔는지 궁금하다. 단지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내 얼굴’도 사진에 한번 찍혔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를 쓰고 갔을 것이다. ‘내도 저도에 갔다왔다’는 자랑질(?)이 SNS에 다반사로 올라오는 정도지, ‘탐방을 가보니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고, 앞으로 이러한 점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식의 글은 보이지 않았다. 인원이 한정되다보니 정작 가야 할 사람은 가지 못하는 형국이 됐다.

또 저도 개방에 따르는 수혜는 장목면 유호‧임호‧간곡‧궁농‧구영 등 장목면 북부권 주민, 나아가 장목면민‧거제시민이 가져야 한다. 벌써부터 유람선사 등 일부에서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는 등 볼썽사납다. 거제시도 시범개방기간 동안에는 준비 부족으로 어쩔 수 없더라도, 본 개방 때는 저도 인근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유람선사 등에게 운영권을 줘야 할 것이다.

거가대교가 개통되기 전에 태평양을 바라보는 지점에 ‘팔각정’이 있었다. 거가대교가 개통 후 팔각정이 사라졌다. 팔각정을 해체해 전망이 더 좋은 저도의 다른 곳으로 옮겼는지, 아니면 허물어버렸는지 알 수 없다. 해군측은 거가대교 개통 후 저도에 군 휴양시설인 콘도미니엄을 건립했다. 이수열 해군 진해기지사령관은 이날 대통령 앞에서 브리핑하면서 “건축물로는 대통령 경호유관시설인 1‧2관을 포함해서 총 5가지 건물이 있다”고만 보고했다. ‘군 휴양시설 콘도도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군측의 폐쇄성으로 저도에 있는 중요한 시설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없다. 이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저도를 방문했기 때문에 전 국민의 관심은 매우 높다. 행정안전부나 청와대 경호처는 저도 관리에 더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 저도에 있었던 팔각정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