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이 시민 세금으로 응당 해야할 일 해놓고 감사패 받았다?

▲ 최재룡 기자
6·2지방선거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지방선거 예비후보자가 ‘어디 어디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그럴 때마다 감사패를 받은 이가 참 좋은 일을 했나 보다 하다가 그 사연을 알고 나서는 우러러보는 마음보다, 주는 쪽에서 그동안 얼마나 골치가 아팠고 애가 탔으면 감사패까지 줄까 하는 측은지심마저 생긴다.

감사패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고받는 정[情]과 고마움을 담아서 표현하는 소박한 작은 인생 사발이요 추억의 한 조각으로, 주는 이와 받는 이가 마음을 나누고 기억하기 위한 ‘아름다운 의식’이라고 평소 되뇌곤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순수한 뜻과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감사패의 다른 얼굴이 드러나고 있어 아쉽고 안타깝다.

소리나지 않게 선행을 베푼 이는 감사패를 받아도 밖으로 드러내기를 싫어하고 자꾸만 감추고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은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하게, 스스로 뭇사람에게 밝히고 알리며 자랑한다.

또한, 감사패에 담긴 내용도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쪽은 수년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과 봉사 또는 수천 내지 수억 원의 기부로써 지역과 단체에 이바지한 것이다.

반면 다른 한쪽은 자신을 훤히 드러내 놓고, 자신의 자리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건립, 체육관 준공, 진입도로 개설 등 눈에 보이는 지역 민원이나 숙원사업을 세금으로 해결한 것이다.

또 한쪽은 자기 돈과 시간을 써 가면서 자기 몸을 희생하고 아무런 대가도 없을뿐더러 바라지도 않는다. 반면, 다른 한쪽은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세금)을 쓰고 수천만 원의 연봉까지 받는다. 거기에다 때에 따라 활동평가 상도 받아 적극적으로 자신의 자산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마땅히 해야 하는 자신의 직무를 혈세로써 자신만이 이룬 공으로 스스로 자랑하고 싶은 이여!

감사패를 받은 자체만으로도 고마워하라. 준 사람이 기억해 주면 더 고마워하라. 그것만으로도 과분하니 말이다.

차라리 현재 앉는 자리를 누가 줬는지 곱씹어 보고 ‘처음약속’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어떤 편익을 주고 있는지를 자랑하기 바라면서 이런 말도 전하고 싶다.

“이름은 뒷날을 기다리고, 이익은 남에게 미룬다. 세상을 살아감은 나그네처럼, 벼슬에 있는 것은 손님같이(名待後日, 利付他人. 在世如旅, 在官如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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