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올해 목표액 36% 겨우 달성…'수주 절벽' 2017년 수준, 작년의 반토막
美中 무역전쟁 여파, 세계 선박 발주시장 개점휴업…대형 프로젝트 발주도 연기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일 우리나라 조선업 현황과 관련한 보도 자료를 내놨다. '2019년 조선업 수주, 4개월 연속 세계 1위'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산업부가 수년간 불황에 시달려온 우리나라 조선사 수주와 관련해 보도 자료를 내놓은 건 이례적이었다. 보도 자료대로라면 한국 조선사가 긴 불황의 터널을 뚫고 다시 호황을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어느 나라 얘기냐"는 반응이 많다.

한국 조선이 올 들어 신규 선박 수주 점유율에서 4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세계 선박 발주 시장은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이고, 올해 우리나라 선박 수주는 작년의 반 토막으로 줄었다.

◇한국 조선, 4개월 연속 수주 세계 1위?

한국 조선은 지난 5월부터 신규 선박 수주에서 4개월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조선·해운 분석 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8월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99만8000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t수) 중 한국이 73.6%에 달하는 73만5000CGT를 수주했다. 중국이 25만7000CGT를 기록했고, 일본은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일본이 월 단위로 수주 제로(0)를 기록한 건 2009년 11월 이후 10년 만이다. 일본은 지난 7월에도 한 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한국 조선이 최근 4개월 연속 선박 수주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세계 시장 부진으로 올해 수주액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대형 조선 3사의 올해 수주 목표 달성도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 조선이 최근 4개월 연속 선박 수주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세계 시장 부진으로 올해 수주액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대형 조선 3사의 올해 수주 목표 달성도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 조선의 올해 전체 수주 실적은 중국에 밀리고 있다. 8월 말까지 전 세계에서 1331만CGT가 발주됐는데 우리나라는 464만CGT를 수주해 중국(502만CGT)에 이어 2위다. 일본은 160만CGT에 불과하다. 다만 8월 말까지 수주액 기준으로 한국은 113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기록해 중국(109억달러)을 제치고 1위를 회복했다.

한국 조선이 최근 4개월 연속 수주 1위를 기록 중이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세계 신조선 시장은 개점휴업이라고 표현할 만큼 부진을 겪고 있다. 8월 말까지 세계 선박 발주량(1331만CGT)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했다. 일주일에 10척 발주되던 때와 달리 최근에는 3~5척 정도 발주가 고작이다. 특히 우리나라 조선사의 주력 선종인 LNG(액화천연가스)선 발주는 작년 39척에서 27척으로 올 들어 31% 감소했다.

선박 발주가 부진한 것은 세계 경기 부진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글로벌 교역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영국 선박 가치 평가 기관인 배슬스밸류(VesselsValue)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LNG선은 지난 8월까지 두 척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0여척에 달했다. 미국이 중국에 LNG 수출을 사실상 중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선박 발주 부진 탓에 우리나라 조선사의 수주도 작년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상황이다. 최근 20년간 우리나라 월평균 수주량은 105만CGT인데 올해 월평균 수주량은 58만CGT에 불과하다. 최악의 수주 절벽을 겪었던 2016년 이후 월평균 수주량(63만CGT)에도 못 미치고 있다.

◇조선 3사, 올 수주 목표 달성 난망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의 8월 말 현재 수주 실적은 57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5% 감소했다. 올해 연간 수주 목표액(159억 달러)의 36%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30억달러를 수주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고, 올해 목표(83억7,000만 달러) 달성률도 36%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수주 목표액 달성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삼성중공업이 42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액(78억 달러)의 절반을 겨우 넘은 정도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7,513억원 규모의 LNG 연료 추진 원유 운반선 10척을 수주하는 등 최근 가장 활발한 수주 실적을 보이고 있다.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대형 조선 3사의 수주 잔액은 45조7000억원으로 1.6 년치 일감만 남아 있다. 작년 말 수주 잔액(1.7 년)과 비교하면 일감이 줄어든 상황이다. 클락슨에 따르면 8월 말 한국 조선의 수주 잔량은 2044만CGT로 작년 말보다 10% 가까이 줄었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대형 프로젝트 줄줄이 연기

8월 이후 한국 조선사는 잇따라 선박 수주에 성공하면서 부진 탈출에 나서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대만 해운사인 에버그린(Evergreen) 이 발주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문제는 연초 기대했던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내년으로 연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타르 국영석유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현재 추진 중인 '노스필드 가스전' 프로젝트에 참여할 선사를 내년 6월 선정할 예정이다. 노스필드 프로젝트는 QP의 LNG 연간 생산량을 40% 이상 늘리는 초대형 사업이다. QP는 LNG 증산에 맞춰 지난 한해 전 세계 발주량과 맞먹는 60척 이상의 LNG선을 발주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이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조선 3사가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연내 싹쓸이 수주를 기대했다. 하지만 선사 선정 작업이 내년으로 미뤄지며 국내 조선사의 하반기 수주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국내 조선사의 신규수주는 기대에 못 미쳤다"며 "카타르, 야말, 모잠비크 등 대형 LNG선 발주가 미뤄졌고 비(非) LNG선 발주도 감소세가 지속하며 수주 잔액도 감소했다"고 밝혔다.<조선일보 인용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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