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공무원이 '안하무인' 의회를 무시해도 예산 통과시켜주기 혈안
다수당인 민주당 중심 의회 1년 4개월 의정활동 '낙제점'…"기대이하"

▲ 거제시의회 본회의 전경

거제시의회는 크게 네 가지의 지위를 갖는다. 주민대표기관으로서의 지위, 의결기관으로서의 지위, 입법기관의서의 지위, 감사기관의로서의 지위다.

그 중에서도 주민대표 기관으로서의 지위와 집행부를 ‘감시·감독(監視監督)하는 견제기관(牽制機關)’으로서의 지위가 매우 중요하다.

거제시의회(의장 옥영문) 의원은 16명이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10명, 자유한국당 5명, 정의당 1명이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다수당을 점하고 있다. 책임 정당이다. 책임 정당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는 ‘의회 권위’를 굳건히 지키는 일이다.

책임 정당은 비록 시장이 같은 당 소속이라고 해도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면서 거제시정을 반석(盤石) 위에 올려놓을 공동책임이 있다. 시의회가 제역할을 다해 거제시정(市政)이 시민의 지지를 받을 때 민주당 시의원의 지지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각종 선거에서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민주당 중심의 거제시의회를 평가하면 ‘낙제점’ 수준이다. 소소한 일에 매달려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같은 당 의원끼리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웃지 못할 감정싸움, ‘우물안 개구리’식 의정활동에 그치고 있다.

집행부서 제출한 예산 심의서 해당 상임위서 논의해 삭감시킨 예산을 예결위서 ‘의원수’로 밀어붙여 집행부 요구대로 되살려주는 일이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다. 의회 활동이 거제 전체 현안을 보기보다는 지역구 민원 챙기기에 골몰하고, 면‧동 수의계약에 사돈 8촌까지 동원해 이권 개입하는 ‘마을 이장’ 역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제시의회는 22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제211회 임시회를 갖고 있다. 이번 회기 동안에는 제2회 추경, 각종 조례안, 내년도 거제시정 주요 업무보고를 받는다. 이번 회기 동안 벌어진 몇몇 사안을 살펴보면, 동료 의원이 “창피스럽다”는 한숨 소리가 그냥 흘려버릴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 시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고현동 도시재생 사업’ 해당 상임위서는 집행부 ‘격려’,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이 문제점 지적

23일 거제시의회 경제관광위원회가 열렸다.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최양희 의원이다. 도시계획과는 도시재생사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에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고현동 도시재생사업에 대해서는 ‘시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거제시의원들은 '시민의 대변자로서' 고현동 도시재생 사업 시민 관심사에 당연히 발언이 이어지고, 문제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전혀 예기치 못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23일 박원석 거제시 도시계획과장의 추경예산안 설명이 끝난 후 추경예산안을 직접 심사하기 전에 최양희 위원장을 비롯해, 시의원과 거제시 도시계획과 공무원 간에 이야기가 오고 갔다.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최양희 위원장이 김태수 안전도시국장과 박원석 도시계획과장을 상대로 “이번에 도시재생 사업 두 건이 다 선정돼 수고했다”고 의례적인 발언을 했다. 김태수 안전도시국장은 이에 “언론에서 하도 이상하게 기사를 써서 많이 불편하다. 보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언론에서 이상하게 내놓으니까. 해야 되는 지 말아야 되는지 (고민이 된다)”는 투로 발언했다.

이에 최양희 위원장이 공무원을 향해 “열 받은 것 같아요. 옆에서 애쓰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수고 많았다”고 공무원을 두둔하는 투의 발언을 했다.

이날 경제관광위는 거제시 도시계획과가 제출한 추경예산에 대해 김용운 시의원만 간단히 질의하고 다른 의원 발언은 없었다. 경제관광위원회는 최양희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노재하‧김두호‧‧박형국‧안석봉, 한국당 윤부원‧고정이, 정의당 김용운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시민의 관심이 높은 고현동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애써 발언을 외면한 느낌이었다.

고현동 도시재생 사업이 정작 이슈화된 곳은 추경 예산을 계수 조정하는 25일 예결산특별위원회였다. 자유한국당 소속 신금자 시의회 부의장이 고현동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신금자 부의장은 “박원석 과장이 고현동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해 언론에 기고한 글도 다 읽었다. 고현동은 엉망이다. 주민들 생각하고는 너무 동떨어지게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석 도시계획과장이 “주민협의체가 구성돼 있다. 공모에 어렵게 선정됐다”고 하자, 신금자 부의장은 “주민협의체 있는 것 안다. 주민협의체가 주민 의견을 다 담지 못했다. 이 정부는 도시재생사업을 올리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인가. 정부에서 예산을 왜 이렇게 쓰는지 모르겠다”고 질책했다.

신금자 부의장이 고현동 도시재생 선정 문제점을 쏘아 붙이자, 박원석 도시계획과장은 “주민과 협의체하고 한번 더 앉아서 전체적인 의견을 (다시) 듣도록 하겠다”며 고현동 도시재생 사업의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다시 거치겠다고 답변했다. 

■ 상임위서 삭감시킨 예산, 예결위서 다시 살려주고, 본회의서 통과시켜주는 집행부 ‘집사’ 노릇

거제시는 제211회 임시회에 세입‧세출 338억원이 증액된 8,245억원의 ‘제2차 추경안’을 제출했다. 통상적으로 본예산이나 추경예산이 의회에 제출되면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관례다. 경제관광위원회는 삭감없이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행정복지위원회는 야외스케이트장 조성사업 4억원, 사회복지 정보센터 구축 및 활성화 시범사업 5,000만원, 거제시 복지관 조직 및 인력운용 용역 1,900만원, 공중화장실 외부 CCTV 5,580만원을 합쳐 5억2,48만원을 삭감했다.

25일 열린 예결위서 상임위서 삭감시킨 예산을 ‘표결’로 밀어붙여 집행부 요구대로 모두 살려줬고, 28일 본회의서도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이에 대해 한 시의원은 “상임위서 깊이 있게 논의해 삭감시킨 예산을 예결위서 뒤집어버리면 상임위가 왜 필요하냐”며 “시의원들이 자기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에 앞장서는 모습을 시민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걱정된다”고 했다.

28일 본회의서는 거제시 희망복지재단 출연금 700만원만을 ‘절차 미이행’으로 최양희 의원이 문제를 제기해 삭감하는 데 그쳤다. 최양희 의원이 “출연금은 의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관련 법규 등을 검토하기 위해 한 차례 정회한 후 표결로 삭감했다.

‘야외스케이트장 설치’ 예산도 논란거리다. 의회 행정복지위원회서 4억원 예산을 삭감시켰다. 그런데 예결위서 되살려, 본회의에 회부됐다.

야외스케이트장 설치는 고현항 재개발 1단계 구역 내 약 8,000㎡의 부지에 겨울 스포츠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예산은 4억원이다. 겨울 2개월 동안만 운영한다. ‘2개월 한시용 야외스케이트장’이다.

윤부원 시의원은 “거제시는 상문동 롤러경기장에 15억원을 들여 영구적인 야외스케이트 시설을 할 것이라고 하면서, 2개월 사용하기 위해 4억원 쓰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다”고 지적했다.

이날 본회의서도 ‘2개월용 야외스케이트 운영 예산 4억원’은 아무런 이의제기없이 그대로 통과됐다.

■ 시장‧공무원이 행사 예산 늘릴려고 소관 상임위까지 마음대로 바꿔 예산 승인 신청했는데도 집행부 입맛대로 그대로 통과시켜줘…동료의원 “창피스럽다”

동료 시의원이 (제 역할을 못하는 시의회를 보고) “창피스럽다”고 한 사안은 올해 연말에 개최할 예정인 ‘장승포송년불꽃축제’ 예산 관련이다. 송년불꽃축제 예산은 올해 당초 예산에 4,000만원이 이미 장승포동 예산으로 편성돼 있다. 집행부서 6,000만원을 신청한 것을 지난해 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서 2,000만원 삭감해, 승인해줬다. 송년불꽃축제 예산은 거제시 지원 4,000만원, 주민 자부담 2,000만원을 합쳐 6,000만원이다.

그런데 이번 제2회 추경예산에 ‘송년불꽃축제’ 기존 예산 4,000만원에 5,200만원이 증액돼 9,200만원으로 예산 승인 요청이 들어왔다. 거제시는 증액된 송년불꽃축제 예산 9,200만원을 승인 요청하면서,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도 집행부 마음대로 행정복지위원회서 경제환경위원회로 바꿔버렸다. 담당부서도 장승포동에서 문화예술과로 변경했다.

예산을 왜 증액했는지도 공무원마다 말이 바뀐다. 정거룡 기획예산담당관은 “KTX 착공 염원을 담아 크게 한번 해 보자”는 뜻에서 예산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신금자 부의장이 지난 23일 기획예산담당관실 추경 예산 심의서 “KTX 동시에 착공을 하자 하는 것은 시민이 다 알고 있는 일이다. 그 말 한마디 덧붙이면서 돈을 5000만 원 증액하느냐. 상임위를 무시하면 안되죠. 앞으로 이런 일 절대 있으면 안된다. 전에는 이런 일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정창욱 문화예술과장은 지난 25일 추경 예결산특별위원회서 “시장님이 연두 순시할 때 장승포동에서 (송년불꽃축제를)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건의사항이 있었다. 9월 달 쯤 시장님께서 축제를 좀 더 규모를 키우고 불꽃만 하는 것보다는 문화예술행사를 가미해서 같이 해서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어서 예산을 증액했다”고 논지로 발언했다.

신금자 부의장이 또 예결특위서 정창욱 문화예술과장을 상대로 “예산을 이렇게 편성해도 되는 겁니까? 돈이 문제가 아니다. 업무보고는 행정복지위원회서 하고 예산은 경제환경위원회로 가고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이다. 시장이 지시하더라도 ‘시장님, 이런 이런 절차를 밟아야 됩니다’고 말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창피스럽습니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거제시의회를 무시하고, 변광용 거제시장과 담당 공무원 마음대로 소관 상임위도 바꿔 송년불꽃축제 예산을 4,000만원에서 5,200만원 증액한 9,200만원을 올려 추경 승인을 요청했다. 경제환경위원회는 원안대로 통과시켰고, 본회의서도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이 밖에도 거제시의회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앞장 서 ‘집행부 거수기 노릇’을 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또 민주당 소속 박 모 시의원은 최근 정치자금법 1심 선고에서 벌금 80만원의 형을 선고 받았다. 벌금 80만원도 엄연히 ‘유죄’다. 그런데 박 모 시의원은 자숙하기는커녕 이번 선고를 놓고 "불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는 이상한(?) 입장이 언론에 보도됐다. 일부 시의원들은 국회의원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일부 정치인들의 '수행비서' 역할이 더 몸에 맞는 듯 행사장을 누비고 있다.

A 전직 거제시의회 의장은 최근 “거제시나 거제시의회가 대한민국 정치보다 더 못하는 것 같다. 할 것은 안하고, 안 할 것을 하니 문제다. 의회가 힘없이 무기력하다. 눈에 띄는 의원이 안 보인다. 기대 이하다. 알맹이도 없고, 중요 사안에 대해 소신있게 발언하는 의원도 없다”고 했다.

또 B 전직 거제시의원은 최근 “(고현동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아무리 사업 할 것이 없다고, 비용을 그렇게 많이 주고 호텔을 산다 말이가. 사줄려고 작정한 것 밖에 더 되나. 어디 할 데가 없어서 그런데 한단 말이가. 의회에서 왜 쉽게 동의를 해주나. 희한하고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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