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차선을 재도색한 아주동 도로, 3개월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차량 앞 5m여 정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거제시가 비만 오면 도로에 그려진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데도 차선 밝기를 높이는 차선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예산 탓만 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에 소홀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도로교통법 제4조2항에 "교통안전 시설의 설치ㆍ관리기준은 주야간이나 기상 상태 등에 관계없이 교통안전 시설이 운전자 및 보행자의 눈에 잘 띄도록 정한다"고 명기되어 있어 비가 오더라도 차선은 잘 보여야 한다.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차선이 안 보여 불편하고 불안하다"고 했다. 20년째 택시를 운전하는 고 모(55) 씨는 "비 올 때 차선이 보이지 않아 감으로 운전하고 있다"며 "수십 년간 경험한 일이다"고 토로했다.

수양로를 자주 다닌다는 신 모(46) 씨는 "비 오는 밤이면 차선이, 특히 중앙선이 안 보일 때는 난감하여 앞차 꽁무니만 졸졸 따라간 적이 있다“고 했다.

지난 18일 비가 약하게 내리는 새벽, 직접 운전하면서 차선을 유심히 봤다. 이 차선은 다른 도로 차선이 아예 보이지 않는 것에 비해 그나마 차량 앞 5m여 정도가 희미하게 보였다. 이 차선은 거제시에 확인 결과,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으로 새로 칠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이처럼 운전자라면 경험하듯 비가 오거나 특히 비가 오는 밤이면 차선이 보이지 않는 데는 거제시의 차선도색 업체 선정이나 도색 완료 시 반사 성능을 검사한 후에는 하자 검사를 하지 않는 등 차선관리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제경찰서 교통과 담당자는 이에 대해 "차선도색 시공업체가 입찰 단가 때문에 차선 밝기(휘도) 검사만 통과하면 되니까 저렴한 페인트나 유리알을 사용하기도 하고 유리알 함량도 시공업체에 따라 차이가 있어 문제다"고 지적했다.

공공재인 도로에 그려진 차선이 잘 보여야 하는 것은 운전자는 물론이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다. 거제시가 차량의 전조등 빛을 운전자의 시선 쪽으로 반사하는 성능인 차선 밝기를 지금 기준 보다 높여야 하는 이유다.

거제경찰서 교통과 담당자와 ‘차선도색 반사 성능 보증제’를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경기도 건설본부 도로건설과 담당자는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두 관계자는 “지금 기준보다 내구성이 3배 이상 강한 도료(페인트)와 빛 반사 성능(굴절률)이 2배 이상 높은 유리알을 사용해야 한다. 도색 6개월 후에도 반사 성능이 유지되도록 도색 후 3개월마다 반사 성능을 검사하여, 반사 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면 시공업체가 재도색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차선을 칠하는 방식도 도료(페인트 가루, 에폭시 수지 등을 융합)를 150°C 이상의 고온으로 녹여서 도색하는 융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이 방식은 차선 수명이 길지만 단가가 비싸다”고 했다.

▲ 인천광역시 차선 도색 사례

거제시 교통행정과 담당자는 이에 대해 "한 해 예산 4억 원으로 탈색 등 노후화가 70% 정도 된 차선(반사 성능 검사 없이 맨눈으로 확인)을 우선으로 보수하고 있다. 매년 재도색 등 차선 밝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예산을 최소 2배 이상 늘려야 한다. 도색방식인 융착식을 동 지역인 도심 도로에만 적용하고 있다. 면 지역 도로까지 확대할 경우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가 도저히 할 수가 없다"고 예산 타령이다.

3년 전에도 "비 올 때 차선이 잘 보이게 도색해 주세요"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거제시는 "차선도색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여전히 예산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거제시 교통행정과 최무경 과장은 이에 대해 "예산 증액을 매번 요구하나 시의 재정 여건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내년에는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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