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변광용 시장, 2일 시의회서 내년 시정 운영 방향 연설…'예산 1조, 관광'만 강조
창원시장, 김해시장 내년 시정운영 방향 첫번째가 '경제·산업'인데, 거제시는 '뺏나 몰랐나'

▲ 2일 변광용 거제시장 시정연설 장면

변광용 거제시장은 2일 거제시의회 제212회 본회의서 ‘2020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을 했다. 변 시장은 이날 올해 주요 시정 성과와 내년도 시정 운영방향, 예산편성 방향에 대해 연설했다.

거제시 2020년 예산안 총 규모는 9,955억원이다. 이는 올해 ‘당초예산’ 7,137억원보다 39% 2,818억원이 늘어났다. 거제시 예산 1조원 시대를 연 것은 1,200여 공직자의 숨은 노력이 있었음은 칭찬받을 일이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해야 할 것이다.

김동수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지적한 것처럼 거제시는 올해 3월 정부서 받은 보통교부세 661억원을 집행하지 않고 ‘기금’으로 놔눴다가 내년 당초 예산에 편성했다. 661억원을 포함해 ‘건전하지 못한 예산’ 865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내년 예산안에서 865억원을 빼면 9,090억원이다. 5일 거제시의회 본회의서 통과된 ‘제3차 추경예산’까지 포함하면 거제시 올해 결산 예산은 8,647억원이다. 내년 총예산안 9,955억원에서 연말 결산예산 8,647억원을 빼면 1,308억원이 늘어났다. 거기다가 ‘꼼수예산’(?) 865억원까지 빼면 443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변광용 거제시장과 거제시는 연일 “내년 예산이 1조원 시대를 열었다”며 ‘자화자찬(自畵自讚)’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모든 일에 지나치면 역효과 난다.

변 시장의 시정 연설 중 올해 시정 성과에 대해 언급한 몇몇 문장은 시민의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변 시장은 “2019년 변화와 혁신이 큰 화두였다. 변화와 혁신 속에 거제시민 모두가 행복한 세계로 가는 평화의 도시 거제를 만들기 위해 기틀을 닦는데 무던히도 애썼던 한 해였다”고 강조했다.

변 시장은 또 “거제 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의 일방적인 매각절차 진행에도 지역 경제를 살리고, 노동자와 시민의 삶을 지키겠다는 담대한 신념과 각오로 지난 1년 동안 시민과 함께 울고 웃으며 평화의 도시 거제를 향해 쉼 없이 시정을 이끌어 온 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변 시장은 또 “지역경제 회복과 1000만 관광도시 실현으로 누구나 행복한 도시,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로 새로운 거제의 희망을 만들어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거제시청, 면‧동 입구에 나붙은 ‘세계로 가는 평화의 도시, 거제’가 시민정서에 호응하지 못한 구호이듯, 변 시장이 언급한 ‘변화, 혁신, 담대한 신념과 각오, 새로운 거제 희망 만들기’ 등은 어색하다.

변 시장은 ‘새로운 거제 희망 만들기’에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거제~김천 간 남부내륙고속철도 예타면제 사업 확정 및 기본계획 수립 단계 진입, 국립난대수목원 조성 적지 선정, 저도 시범개방 등은 ‘거제 희망 만들기’ 나름의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11일 거제인터넷신문은 “‘거제 미래 희망없다’ 젊은층 거제엑소더스" 기사를 다뤘다.

변광용 시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 말에 거제시 인구는 25만1,436명이었다.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거제시 인구는 24만8,413명이었다. 지난해 7월 말에 비해 3,023명이 감소했다. 감소율은 1.20%다.

지난해 7월 말에는 30대 4만4,424명, 40대 4만7,083명 합쳐 9만1,507명이었다. 30대, 40대가 전체 인구의 36.39%를 차지했다.

올해 10월 말에는 30대는 4만321명, 40대는 4만7,245명이다. 합치면 8만7,566명이다. 지난해 7월 말과 인구와 비교할 경우 30대, 40대 인구가 3,941명 줄었다. 감소폭이 4.31%다. 전체 인구 감소에 비해 30대, 40대 인구 감소율이 3배에 육박한다.

30대만 따로 떼 내 살펴보면 심각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7월 말과 올해 10월 말을 비교했을 경우, 30대는 4만4,423명에서 4만321명으로 4,103명이나 줄었다. 지난해 7월에 비해 감소폭이 9.23%다. 전체 인구 감소폭에 비해, 30대 감소폭이 7.6배 높다. 30대는 수직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심각한 실정이다. 젊은 층 ‘엑소더스’를 방지할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

한 학부모는 “이제 조선업은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다. 또 거제에는 새로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젊었을 때 한시라도 빨리 거제를 떠나 다른 곳에서 자리를 잡을려는 마음에서 ‘엑소더스’가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변 시장은 ‘시정연설’에서 내년에는 “조선산업과 관광산업을 두 축으로 지역경제를 본궤도에 올려놓겠다”고 밝히면서 시정운영 방향 소제목으로 “예산 1조원 시대 열겠다.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실현하겠다. 도로 등 기본 인프라 확충과 함께 친환경적인 도시환경을 조성하겠다. 다함께 일하는 거제를 만들겠다. 더불어 잘사는 거제를 이루어 나가겠다”고 했다.

변 시장의 ‘시정연설’을 여러 번 읽어보았다. 그런데 뭔가 중요한 것이 빠진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이웃 지자체인 창원시, 김해시의 내년도 ‘시정연설’을 검색해보았다.

허성무 창원시장과 허성곤 김해시장의 ‘시정연설’은 올해 시정성과, 내년 시정운영방향을 언급한 점은 변광용 시장과 큰 차이가 없었다. 큰 차이점은 허성무 창원시장과 허성곤 김해시장은 내년도 시정운영 방향을 언급하면서, 첫 번째로 거론한 것이 ‘경제‧산업’이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개방적 혁신성장도시 기반 구축’을 내세우며 ‘혁신기관 유치, 산업생태계 조성, 스마트 선도산단, 강소연구개발특구, 소재‧부품산업 제2전성기, 제2신항 건설 항만·물류 분야 역량 강화, 신산업육성 정책, 수소 액화기지 구축 등 수소산업 특별시 진입, 무인선박 분야 기술축척, 서비스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 등을 중점적으로 언급했다.

허성곤 김해시장도 지난달 21일 내년 예산안 제출과 함께 한 ‘시정연설’에서 “일자리 10만개 창출 프로젝트의 성공적 이행과 기업의 자생력을 키울 100개 김해형 강소기업 육성, 스마트공장 확대를 통한 제조 혁신, 의생명산업의 본격 육성으로 미래 100년 성장 동력 확보, 김해 대동첨단일반산업단지 조성하고, 제2김해테크노밸리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변광용 거제시장 시정 연설에는 첫번째, 두번째 어디에도 ‘경제‧산업’이 없었다. 몰랐는지, 아니면 알고도 의도적으로 빠뜨렸는지 의아스럽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다. 가장 큰 난관으로 생각하는 EU 기업결합 ‘일반심사’ 결과가 오는 17일 결론이 난다. 결과에 따라 앞으로 거제에는 큰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기업 결합 심사 큰 고비를 넘기고 나면, 대우조선해양을 그냥 둘리는 만무하다. ‘경쟁력 확보’라는 미명하에 인력구조 조정과 조선 물량 빼가기가 일어날 것이다. 거제시는 특정 세력 눈치보며 ‘현대중공업의 거제 발전 청사진은 무엇이냐’며 묻지도‧따지지도‧플랜B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수주 호조를 다소 보이고 있지만, 5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드릴십 계약 취소 등으로 손실규모가 크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3분기 드릴십 계약취소와 저가 수주 선박들의 실적 반영 등 영향으로 영업이익 적자로 돌아섰다. 지역 경제 양대 축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아직 불황 터널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은 지난 몇년간 수주 부진 여파로 가장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이웃 지자체들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어떻게 대응할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또 첨단산업단지 조성, 스마트산단 조성, 수소경제 생태계 조성 등 이웃 지자체 움직임이 연일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성장 동력 확보에 사활(死活)을 걸었다.

그런데 거제시는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 국가산단 문제만 나오면 골치 아프니, 되도록 거론이 안 되었으면 하는 눈치다. '경제‧산업' 없이 앞으로 뭘 어떻게 먹고 살겠다는 것인지 난감하다.

거제시가 ‘1,000만 관광객’을 부르짖고 있지만, 설상 거제시에 1,000만명, 2,000만명 관광객이 온다한들 지역 경제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 제대로 된 공장 하나 없는 인근 ‘남해군민’의 아우성을 한번 들어보면 답이 훤히 보인다. ‘관광도시’ 경북 경주시, 전라북도 남원시도 매한가지다.

앞으로 중요 지역 현안은 해당 지자체 단독이 아닌 ‘광역적’, ‘융복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이 광역교통본부, 광역관광본부를 출범시키고 머리를 맞댔다. 또 부산‧울산‧경남은 산업‧경제‧물류‧교육‧교통‧문화‧관광 등 모든 현안을 ‘융복합 클러스터 구축’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다.

관광산업도 부산‧울산‧경남권 ‘광역’, ‘클러스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거제시는 바다‧식물‧산 등 천혜의 자연자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부산‧울산‧경남권의 광역‧클러스터 ‘관광 중심지’가 될 수 있다. 부산‧울산‧경남 광역클러스터 지역 ‘관광‧치유‧힐링은 거제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 선거 구호였다.

"경제‧산업은 까먹지 말자"(Don't forget economy and indu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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