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본회의서 작심 발언…"의회 시민 불신 초래, 권위 추락 자업자득이다"
변광용 시장 비롯 집행부 향해 "의회 무시행위 도를 넘고 있다"

거제시의원, 경남도의원을 거쳐 지난해 다시 거제시의회에 입성해 의장을 맡고 있는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이 변하고 있다.

거제시의회는 16명 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10명이다. 다수당이다. 옥영문 의장도 민주당 소속이다. 옥영문 의장은 5일 열린 의회 본회의서 동료 시의원들에게 자성(自省)을 촉구하는 강한 목소리를 냈다.

▲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

옥 의장은 전체 의원을 향해 발언했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거제시의회서는 최근,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시민 질타’ 받는 일이 여러 건 있었다. 최양희 시의원은 같은 당 소속 이인태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택도 없는 질의를 하고 있다’고 자기에게 한 마디 했다는 이유로 본회의에 회부했다. 본회의서 찬성 1명, 반대 14명으로 부결됐다. 의원 연수 중에도 민주당 소속 일부 시의원은 특정 정치인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 연수를 등한시 한 일도 있었다. 또 최양희 시의원은 본회의가 열릴 때마다 의안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질문으로 의사진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옥영문 의장은 또 변광용 거제시장을 비롯해 거제시 집행부를 항해서도 “의회 무시 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경고성 목소리도 냈다.

단초는 칠천연육교 20주년 기념행사 예산 2,000만원이다. 거제시는 기념행사 비용 2,000만원을 올해 당초 예산이 아닌 이번 ‘결산 추경’에 신청했다. 3일 열린 행정복지위원회서는 “계획성 없는 예산 신청은 문제가 있다”며 삭감시켰다. 그런데 4일 열린 예결산특별위원회서 다시 부활시켰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제2차 추경에서도 행정복지위원회는 야외스케이트장 조성사업 4억원, 사회복지 정보센터 구축 및 활성화 시범사업 5,000만원, 거제시 복지관 조직 및 인력운용 용역 1,900만원, 공중화장실 외부 CCTV 5,580만원을 합쳐 5억2,48만원을 삭감시켰다. 그런데 예결산특별위원회서 다수당 표결로 밀어붙여 다시 살려줬다.

이밖에 지난 10월 제2회 추경예산에 ‘송년불꽃축제’ 기존 예산 4,000만원에 5,200만원을 증액해 9,200만원 예산 승인 신청을 했다. 거제시 집행부는 송년불꽃축제 예산 승인을 요청하면서,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도 집행부 마음대로 행정복지위원회서 경제환경위원회로 바꿔 신청했다. 담당부서도 장승포동에서 문화예술과로 변경했다. 거제시의회는 통과시켜줬다.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집행부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옥 의장은 “‘절차도 내용도 맞지 않는 예산을 집행부가 불쑥불쑥 들이미는데 (승인해주는) 일을 계속 반복하실 겁니까.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동료의원들의 항의성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서두를 꺼냈다.

옥 의장은 “이 일은 우리가 자초했다. 내 스스로 시민들이 준 지위와 권한을 제대로 써먹지도 않고, 내 스스로 자리를 비하하고, 내 스스로 자리를 조롱하고, 내가 내 자리를 존중하지 않는데 누가 존중하고 사랑하고 누가 챙겨봐주겠나. 그 일은 우리가 자초한 일이다.”고 의원들을 향해 일갈(一喝)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을 비롯해 집행부 공무원을 향해서는 ‘일침(一針)’을 놓았다.

옥 의장은 “여기 계신 간부 공무원들에게 간곡히 부탁을 드리고 싶다. 여러분들 눈에 (의원들이)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 (의원들이) 깊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시민의 자격으로 (시의원을) 욕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 여러분들은 (시의원들이)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시민을 대표한 분이 시의원이라는 것을 한번도 잊어서는 안된다.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시민들이 뽑은 대표자들이다”고 집행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옥 의장은 경남도의원 시절 일화도 꺼냈다. 홍준표 도지사 시절에 광복절 기념행사 예산을 긴급하게 편성해 의회에 승인 요청했다. 3억원을 신청했다. 상임위, 예결특위에서 2억5천만원은 삭감시켰다. 친 홍지사 도의원들이 3억원을 다시 넣어 본회의에 수정안을 냈다. 수정안이 의안으로 상정됐을 때, 홍 지사와 같은 당 소속이었던 옥 의장이 “의회 의결권을 무시해도 되느냐”는 반대토론에 나섰다.

전자 투표 결과, 재석 의원 48명 중 수정안은 찬성 11명, 반대 32명, 기권 5명으로 수정안이 부결됐다. 홍 지사는 “‘초선인 옥영문 도의원이시네’하면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지만, 정말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직원들 단속도 철저히 하고 조심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옥 의장은 5일 본회의서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16명 의원이 앉아있다. ‘이 자리에 왜 앉아 있느냐. 무엇 때문에 앉아 있느냐’고 되물어야 한다. 앞으로 2년 반 남았다. 우리 스스로가 남한테 조롱받아서는 안된다. 비록 잘한다는 칭찬은 받지 못하더라도, 시민들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무를 충실히 하는 의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끝맺었다.

역대 의회에서 의회 의장은 집행부 인사나 예산 배정 등에 ‘일정한 목소리’를 냈다. 특정 공무원 승진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사례도 있다. 하지만 옥영문 의장은 같은 당 소속이며, 집행부 수장인 변광용 거제시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년 하반기 시의회 의장 선거 때 ‘다시 나서지 않을 것이다’는 이야기가 간간히 들린다. 도의원, 시의원을 다 거친 옥 의장의 남은 ‘정치적 선택지’는 2022년 거제시장 선거 도전 여부다. 이번 작심 발언이 ‘대장정(大長征)’ 첫걸음인지 가늠키는 어렵지만, 목소리에 기(氣)가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 거제시의회 본회의 장면
▲ 거제시의회 본회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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