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상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에 비유하곤 한다. 스포츠만큼 전 국민을 열광시키고, 한 마음으로 모을 수 있는 컨텐츠가 또 있을까? 올림픽과 월드컵 등 스포츠가 주는 감동과 기쁨에 우리는 얼마나 환호했던가?

더구나 박찬호 김연아 류현진 손흥민 등 스포츠 스타들은 세계를 무대로 국위선양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들은 외교사절로도 손색이 없다.

대한민국이 스포츠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지방체육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원 소속팀이 있어야 안정적으로 운동에 매진할 수 있다. 학교를 졸업한 선수들의 90% 정도는 시도체육회 및 시군구체육회에서 운영하는 실업팀에서 급여를 받으면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고, 그 중에서 우수한 선수들은 국가대표에 선발되어 국위선양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지방체육의 지원과 육성이 스포츠강국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자치단체장이 체육회장을 겸직할 수 있도록 한 제도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자치단체장이 체육회장을 겸임하면서 효율적인 예산지원과 행정적․제도적 뒷받침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1월 16일부터 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이 법으로 금지된다. ‘자율’과 ‘정치와 스포츠의 분리’라는 시대정신에 따라 민선 체육회장 선거를 내년 1월 15일까지 마쳐야 한다. ‘정치와 스포츠의 분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다르게 21대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민선 체육회장을 선출하는데 대해 ‘총선 전초전’ 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선거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크다.

가령, 자치단체장과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거나, 체육회장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후일 정치권 진입의 발판으로 삼으려 할 경우, 지자체의 예산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겠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실제로 지방체육회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 2018년 자료에 의하면 지방체육회 예산의 80%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었다.

2020년 1월 15일까지 민선 체육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거제시도 예외일 수 없다. 필자는 한때 체육정책을 입안한 사람으로, 체육발전을 위해 체육인들의 윤리관과 체육행정의 제도적 보완을 놓고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금번 민선 체육회장 선출과 관련하여 우려와 불안이 큰 만큼 거제시민들에게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신뢰받는 거제시체육회가 될 수 있도록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탈정치화를 해야 한다. 힘을 지닌 정치권과 체육인의 높은 대중적 영향력이 의기투합하여 간간히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엉뚱한 길을 가곤 했었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치권이 체육인을 이용하거나, 체육인들이 정치권에 줄서기 하는 풍토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금번 민선체육회장 선거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할 것이다.

둘째, 우려와 불안을 종식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안정적 체육예산 확보를 위해 시도체육회 및 시군구체육회를 ‘법정 법인화’하는 법률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누가 체육회장이 되어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체육회 예산을 쥐락펴락 하지 않게끔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법률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20대 국회가 자치단체장의 지방체육회장 겸직 금지를 법률로 정했듯이,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도 반드시 책임지고 마련해야 한다. 또한 경남도와 거제시도 조례로 체육회에 예산을 안정적으로 보조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셋째, 거제시민의 참여와 감시가 필요하다. 시민들은 스포츠를 즐길 권리가 있다. 시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시민들은 체육행정을 총괄하는 체육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특정인과 특정세력이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들이 체육회를 좌지우지해서도 안 된다.

민선 체육회장을 선출하는 법 취지의 순수한 뜻을 잘 실천하여 체육인과 시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뒷받침은 물론이고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지속되어야 올바른 체육회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넷째, 체육 행정을 맡는 담당자들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엘리트 선수 출신만이 체육인이고 선출(엘리트 선수출신)이 체육행정을 도맡아야 한다는 우월주의는 버려야 한다. 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민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따라서 체육 행정 담당자들은 시민들이 스포츠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활력 넘치는 거제시를 만들 수 있도록 소통해야 한다.

여러 갈등을 극복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사회통합으로 나아가는 데 스포츠만큼 좋은 매개체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선출은 선출대로 스포츠에 대한 깊은 애정과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동호인과 시민들에게 봉사하며 존경받는 스포츠 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동호인들은 자기가 속한 클럽과 종목을 넘어서서 스포츠를 즐기면서 얻었던 긍정의 에너지가 거제시민들과 거제시로 흘러넘칠 수 있도록 건전한 스포츠 문화를 만드는데 함께 나서야 한다.

공정하고 깨끗한 스포츠 문화에서 거제시민들이 마음껏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스포츠를 관광자원화 한다면 부가가치 측면에서도 거제시에 기여할 수 있다.

이것이 민선 체육회장 시대의 거제시체육회가 나아가야 할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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