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부당 금융지원해 WTO 규범 위반”

일본 정부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과정에서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을 위반했다며 한국 정부를 제소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WTO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한일 조선업 분쟁 양자협의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을 두고 WTO 분쟁해결절차 상의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일본의 양자협의 요청으로 양국은 30일 이내에 협의를 시작한다. 합의에 실패할 경우, 제소국인 일본은 1심인 패널 설치를 요청하고 패널이 구성되면 심리에 들어가게 된다. 패널 심리 이후에도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상소절차를 진행한다.

일본은 이번 양자협의요청서에서 “한국 정부가 조선산업 구조조정 조치 과정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부당지원을 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 분야에서 일본이 한국을 WTO에 제소한 것은 2018년 1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2018년 11월, 일본은 공공 금융기관의 대우조선해양 금융지원, 성동조선해양·STX조선해양·대한조선 등 구조조정, 친환경선박 건조 지원 등에 대해 제소했다. 2018년 12월, 제소 이후 30일 이내 양자협의가 이뤄져 당시 일본은 공식 재판 절차인 패널 설치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번 양자협의요청서에서 일본은 2018년 첫 번째 제소사항에 덧붙여 추가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지난해 초 공공 금융기관인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약 5970만주를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대신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 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전환주 912만주와 보통주 610만주를 받기로 한 점, 자금 부족시 산은이 추가로 1조원 재정 지원을 보장한 점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가 내놓은 선수금반환보증 발급과 신규 선박 건조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조선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등에 지원한 대출, 보증, 보험 등 역시 WTO 보조금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요청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직접 금융 제공 등을 통해 자국의 조선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했다”며 WTO의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과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제소는 양사의 합병을 막아 자국의 조선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 미쓰이 E&S홀딩스 등 일본 조선사들은 중국과 한국에 밀리면서 사업 재편, 조선소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일본이 조선산업의 위기 속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WTO 제소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10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존 제소에서 합의가 이뤄진 사항에 새로운 사항을 추가해 다시 제소하는 일은 흔치 않은 만큼 이번 제소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6개국 중 처음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승인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일본의 제소가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일 “WTO에 양자협의를 요청한 주체는 일본 국토교통성으로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있는 공정취인위원회와 다르다”며 “기업결합 심사와는 무관한 조치”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도 “현재 공정위가 진행하고 있는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WTO가 중지시킬 권한은 없다”며 “WTO제소와 무관하게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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