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거제 총선 분석…2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선회'…표심 '예측불허'
"선거는 생물, 사람 모으는 사업"…민주당 소속 정치인들, 자당 후보 패배 '일등공신'(?)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ㆍ15 총선이 막을 내렸다.

17일 아침에 만난 한 시민은 “선거 끝났는데, 너무 조용하다. 국회의원이 너무 쉽게 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시민은 “거대 여당이 등장했는데, 미래통합당 소속 초선 국회의원이 국회에 가서 뭘 하겠나. 거제 입장에서는 마이너스다. 3선 국회의원을 만들거나 민주당 소속으로 중앙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무튼 4ㆍ15 총선에서 거제시민은 미래통합당 서일준 후보를 거제시 대표 국회의원으로 뽑았다.

서일준 후보가 당선되기까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보수표 결집임은 부인할 수 없다. '사표' 방지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출마한 후보들의 득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18년 거제시장 선거 때, 대한애국당으로 출마한 박재행 후보는 그 당시 2,253표를 획득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493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태재, 염용하 후보 득표도 기대 이하였다. 

서 당선자는 거제시 부시장을 두 번 하는 등 인지도가 다른 후보에 비해 앞섰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거제시민의 실망, 선거전략, 공약 등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늘 겸손한 자세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관운도 뒤따랐다.

만약 민주당 후보로 중도성향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의문 후보를 다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인물론’이 당선 요인이라 분석했지만, 많은 시민이 공감하는데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 중도표 민심을 얻는 자가 '당선된다'

19만7,349명 유권자 중, 투표는 13만531명이 참여해 66.14% 투표율을 기록했다.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서일준 당선자는 유효투표수 12만9,183표 중 6만5,746표를 얻어, 50.89% 득표로 당선됐다. 문상모 후보는 4만9,136표, 38.03%를 기록했다. 표차는 1만6,610표였다.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에 비하면, 이번은 표차가 매우 컸다.  

서일준ㆍ이태재ㆍ박재행ㆍ염용하 후보를 ‘범보수’로 분류하고, 문상모ㆍ김해연 후보를 범진보로 분류했을 경우, 이번 선거에서 거제시민은 보수를 선택했다.

범보수표 합계는 6만9,095표, 53.49%를 기록했다. 범진보는 6만88표를 획득해 46.51%를 기록했다.

2년 전 거제시장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 변광용 시장이 11만9,966표 유효표 중 6만2,949표, 52.47%를 획득했다. 그 당시 보수성향은 서일준 후보와 박재행 후보를 합쳐 5만7,017표를 획득했다. 득표율 47.53%를 기록했다.

2년 사이 거제 민심 향배는 진보에서 보수로 돌아섰다. 결국 중도 성향 시민들이 이번에는 보수 후보를 선택했다.

한때 단일화가 거론됐던, 김해연 후보와 단일화 실패도 문상모 후보 패인중 하나다. 문상모 후보가 득표한 표와 김해연 후보가 득표한 표를 다 합쳐도 서일준 후보를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일화 후에는 양 후보의 지지층 결집 외에도 ‘단일화 컨벤션 효과’, ‘밴드왜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이 되었을 것이다.

결국, ‘득중원자 득천하(得中原者 得天下)', 중원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말은 진리다. 

■ 거제를 포함, 전국적인 높은 사전 투표율이 선거일 보수표 결집을 이끌었다. 사전 투표 후 선거운동이 승패 갈림길 '교훈'

거제시 사전 투표율은 28.86%를 기록했다. 전남을 비롯해 민주당 강세 지역 사전 투표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거제시 경우 관내 사전 투표는 4만4,922명이 참여했다. 문상모 후보는 사전 투표에서 1만9,114표를 얻었다. 특표율은 42.55%였다.

서일준 후보는 사전 투표에서 2만978표를 얻었다. 특표율이 46.70%였다. 두 후보간 표차는 1,864표 밖에 되지 않았다.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4.15%였다. 사전 투표까지는 박빙 승부였다. 

사전 투표 후 남은 3일 동안 선거운동 결과, 전국적인 표심 향배 등이 변화를 일으키면서 최종 개표 결과는 서일준 후보가 무난하게 당선됐다. 

서일준 후보는 최종 득표율이 50.89%로 사전투표 보다 4.19% 올라갔다.

이에 반해 문상모 후보는 최종 득표율이 38.03%로 사전 투표 보다 4.52% 내려갔다.

문상모 후보는 사전 투표의 경우 18개 면ㆍ동 중 7개 동에서 이기고 있었다.

이에 반해 서일준 후보는 9개 면과 장승포동ㆍ고현동에서 이기고 있었다.

그런데 최종 개표 결과, 서일준 후보가 17개 면ㆍ동에서 이겼고, 문상모 후보는 아주동에서만 승리했다.  

사전 투표 후 선거일 투표까지 남은 기간 선거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 선거는 살아있는 생물(生物)이다 

선거 상황은 언제 어떻게 변화될 지 모른다. 한마디로 변화무쌍하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거제시장, 도의원 3명, 시의원 10명을 당선시켰다. 그 당시 거제시는 민주당 '천하'로 바뀐 듯했다. 그러나 민심이 돌아서는데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2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 고향이라는 큰 ‘응원군’을 갖고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거제시장, 도의원, 시의원들은 민주당 지지세를 다 까먹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시민과 약속한 중요 공약을 흐지부지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행정, 공무원 인사, 이통장 정당 가입 현황 파악 시도, 'n번방' 거제시 공무원 연루, 청렴도 하락 등이 시민 구설수에 올랐다. 처신이 진중하지 못하다는 평이다. 민주당 시의원들의 ‘무능’도 민심이 돌아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 민주당 후보 낙선 일등공신은 거제시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다'는 말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같은 내용이 '페이스북'에 게시되고 있다. 

▲ 김영춘 거제에코투어 대표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변광용 시장은 시장선거 때는 LH공사를 끌어들여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을 바로 승인 받을 수 있을 것처럼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당선 후는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국가산단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다 문상모 후보는 국가산단 ‘포기’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조선해양클러스터 조성, 첨단산업단지를 공약했다. 그런데 클러스터, 첨단산단을 어디에 조성할 것이냐는 물음에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이 권민호 전 거제시장이 취임한 2010년부터 ‘차세대산업단지’로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할 때, 해양클러스터 조성이나 첨단산업단지는 현실성이 없는 공약이다.

예타면제 사업인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 거제국립 난대수목원 조성지 적지 발표, 예산 1조원 시대 개막 등으로 거제시민의 민심을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에서도 문상모 후보는 ‘매각 동의’, 고용보장·조선산업 생태계 파괴 우려에 대해 “기우(杞憂)에 불과할 것이다”는 자세를 보여, 반감을 샀다. 

민주당 소속 시장인 거제시에서는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지원책 등 여러 가지 민심 달래기 정책을 펼쳤지만 힘이 닿지 못했다.  

■ 선거는 사람을 모으는 사업이다

민주당은 경선 과정에서 입은 내상(內傷)으로 ‘원팀’이 되지 못했다.

김해연 후보가 큰 영향을 미쳤다. 경선 중에 당원자격을 6개월 정지당했다. 김해연 후보는 탈당했다. 후보자 매수 의혹까지 제기됐다.

문상모 후보는 경선에서 패배한 이기우 전 인천재능대 총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문상모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으로 거제에 나름대로 세력을 가지고 있는 권민호 전 거제시장도 민주당 선거운동 때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선거는 후보자의 가장 핵심적인 지지 지역을 중심으로 지지도가 확산된다. 문상모 후보 가장 강세 지역은 ‘고향인’ 거제면이 돼야 한다. 그런데 거제면에서도 서일준 후보에게 졌다. 거제면 4,337표 유효표 중 문상모 후보는 1,501표, 34.61% 밖에 받지 못했다. 서일준 후보가 2,490표, 57.41%를 획득했다.

반면에 서일준 당선자는 고향인 연초면에서 61.14%를 득표했다. 문상모 후보는 연초면에서 28.98%를 득표했다. 당락에 좋은 비교가 된다.

변광용 거제시장도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선거 때 '고향인' 일운면에서 김한표 의원에게 패배했다. 국회의원에 당선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거제시장 선거 때 일운면에서 1,748표 대 1,420표로, 서일준 후보에게 이겨 시장에 당선됐다. 지지자들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나와 인연이 깊은 곳에서 지지세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거제시 18개 면ㆍ동 중에서 서일준 후보는 17개 면동에서 문상모 후보를 이겼다. 문상모 후보는 아주동에서 '유일하게' 서일준 후보를 이겼다.

지금까지 역대 여러 선거에서 거제시민들은 첫 선거에 출마하자마자, 바로 당선시켜 주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정치인들에게 힘겨운 시련을 안겨주었다. 문상모 후보는 경선까지 포함하면 거제에서 두번째 출마지만, 첫 출마나 다름없다.

지난 6일 (주)피플네트웍스 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문상모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후보자의 자질과 경력’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소속 정당 때문에 지지했다는 답변이 후보자의 자질과 경력에 비해 다섯 배 높게 나왔다.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 서일준 당선자 앞길에도 난관 도사리고 있어

서일준 당선자도 앞길은 순탄치 않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말끔히 정리하는 일이 남았다. 검찰이 선거사범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됐다. 서 당선자 측에서는 이번 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건을 조사받고 있다. 본인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본인과 관련이 밝혀지면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 국회의원 취임 후에도 각종 선거법 소송으로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도 높다. 

‘1호 공약’인 거제경제자유구역청 신설,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승인,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 공약 관철 등 약속을 지키기 위해 풀어야 할 난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서일준 당선자 또한 거제시장 선거에 한번 실패한 후, 2년이 채 되지 않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본인은 이번 당선이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제 국회의원들의 당선 사례에서 보듯, 이번은 ‘너무 쉽게 국회의원이 됐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시민의 지지에 담긴 깊은 뜻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민심의 바다는 순식간에 돌변해, 방금 띄운 배를 언제 전복시킬 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래는 국회의원 선거 거제시 투표구별 득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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