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문화공원을 인공해변으로 바꾸려는 계획을 당장 철회하라

최근 고현항재개발사업 시행사인 ‘빅아일랜드PFV(주)’가 사업부지 내에 예정된 32,954m2(약 1만평)의 시민문화공원에 인공해변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자의 변경 명분은 거제시 관광활성화를 위해 관광객을 끌어 모을 집객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제시도 사업시행사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애초 고현항재개발사업 허가권자인 해양수산부가 2015년 6월 승인, 고시한 실시계획에 명시된 문화공원은 녹지와 수로, 공연장, 광장 등이 어우러진 시민들의 휴식과 문화 활동을 위한 도심공원이다.

우리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거제경실련)은 사업자와 거제시의 공원 변경 계획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원의 목적과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사업자가 밝힌 구상도에 따르면 도심 녹지·광장형 공원은 인공 해수욕장을 겸한 놀이시설로 변한다. 애초 ‘항만재개발사업’이란 명분으로 17만평이나 되는 거제시민의 공유재산인 인근 바다를 매립하면서 그나마 시민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 이 공원이다. 시민들은 휴식과 만남의 장소를 원했고 회색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심에 녹색 섬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계획된 것이 지금의 공원 모습이다. 그러므로 이곳에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인공해변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원의 목적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둘째, 녹지 공간과 공원 시설물이 크게 줄어든다.

애초 공원계획에서 인공해변이 들어서는 것으로 변경되면 녹지면적이 약 1천 평(10%) 줄어든다. 뿐만 아니다. 야외공연장, 데크, 수로, 바닥 분수 등 4천여 평(40%)의 시설물이 사라진다. 그 대신 약 2천 평 정도의 인공해변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시민 누구나 누려야 할 녹지와 휴식 공간 절반을 없애면서까지 인공해변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사방이 바다이고 곳곳에 수많은 해수욕장이 널린 거제시의 도심에 인공해변이 들어설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공원의 면적 자체가 크게 줄어든다.

인공해변이 들어서면 공원 지하에 조성하기로 한 430여대 규모의 지하주차장 건립이 불가능하다. 바닷물과 모래로 이루어진 인공해변 구역 지하에 주차장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업자는 인공해변이 위치하지 않은 곳에만 지하주차장(150대분)을 짓고 250대분 주차장을 지상에 설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상주차장을 위해 왕복 2차선 도로도 생겨난다. 이렇게 지상주차장과 도로에 들어가는 면적이 3,200여 평, 전체 공원 면적의 32%를 차지한다. 거제시 담당부서장은 지상주차장과 도로도 공원에 포함되기 때문에 공원 면적 자체는 줄지 않았다고 공언했다. 어불성설이다. 주차장과 도로가 공원면적에 포함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애초 설계된, 실제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공간 32%가 사라진다는 점이 본질이다. 지하에 지으면 아무 문제도 없을 주차장을 인공해변 때문에 지상으로 끌어올려 공원을 축소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공원을 이용하는 보행자들의 안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넷째, 사업자의 공원계획 변경사유도 적절치 않다.

사업시행사는 공원계획을 변경하는 사유로 겉으로는 관광활성화를 위한 집객시설 필요성, 차별화된 랜드마크 공원 조성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준공을 앞둔 2단계 매립 부지내 문화공원을 둘러싼 상업용지의 분양률이 예상에 미치지 못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비나 시비가 들어가는 재정사업이 아닌 민간자본을 유치해 추진하는 항만재개발 사업의 특성상 사업자의 사업비 조달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애초 계획된 공원의 취지와 형태를 변경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사업비 조달’이라는 사업자의 편의를 위해 시민 문화공원을 손댈 수는 없다. 사업자는 정해진 책무와 권리를 다하면 된다.

다섯째, 주민과 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문화공원 계획이 변경되면 430대 분량의 지하주차장 건립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상으로 250대분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하주차장 건립은 2015년 12월 전임 권민호 시장과 고현항매립반대시민대책위와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대책위는 매립반대 활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중곡동~매립지 인도교 설치, 장평 구간 6차선 확장 등 공익 목적의 5개항에 합의했다. ‘문화공원 면적에 상응하는 지하주차장 건립’도 그 중 하나다. 사업자 역시 동일한 내용을 담은 협약서에 사인했다. 원래대로라면 지하에 1만평의 주차장을 지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계획은 사업자가 시행한 용역 결과와 변화한 현실을 반영해 그 면적을 2/3 수준으로 줄였다. 지하주차장 건립비용은 사업자가 따로 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총사업비 6,965억원 내에서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비용마련을 위해 문화공원 인근 주차장부지 2곳 등을 상업용지로 변경하기도 했다. 없어진 주차장부지는 지하주차장에서 흡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지하주차장 건립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

여섯째, 거제시가 왜곡된 정보를 동원하고 있다.

고현항재개발사업이 오늘날 시행되어 오기까지 환경 문제, 침수 문제, 구도심 공동화 문제, 주차 문제 등 격렬한 논란이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수부는 사업 승인 당시 이같은 지역 여론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고, 2015년 사업승인과 동시에 50개항의 ‘실시계획 승인조건’을 달아 사업자에게 통보했다. 이 중 중요한 것이 48번 조항이다. ‘사업시행사는 거제시와 협의하여 기존 도심의 상권 활성화 및 신 상권과의 상생방안, 도시재생전략 등을 마련하고, 문화공원내 주차장 설치 및 추가 주차장 확보에 관한 위치·규모 등에 대하여 거제시와 지속적으로 협의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문화공원내 주차장 설치에 관해 거제시와 협의하라는 말은 공익을 대변하는 거제시의 의견을 존중하라는 것이며 해수부에서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시의 담당부서장은 최근 시의회 답변에서 공원계획 변경의 또 하나의 사유로 지하주차장 조성 계획에 해수부가 부정적이므로 인공해변을 넣어 보다 많은 사람이 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해수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해수부가 당초 계획된 문화공원 형태로는 지하주차장 건립을 허용할 수 없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지하주차장 조성에 필요한 비용만큼 사업비를 추가로 인정해 달라는 것도 아닌데 해수부가 이를 반대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거제시는 이에 대한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독 기관의 의도까지 고의로 왜곡해 가며 사업자와 한 통속이 되어 공원 변경 계획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볼 때 ‘빅아일랜드PFV(주)’는 그들의 사업성 극대화를 위해 결국 공공시설을 축소하고 상업시설을 더 확대하려는 데 목적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거제경실련은 시민문화공원 계획을 변경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으며 계획 변경이 시민의 이익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사업자는 곧 실시계획 변경안을 해수부에 제출할 것이다. 거제시의 의견이 제출될 수밖에 없다. 거제시가 사업자의 변경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이 전해져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사업자는 계획 변경 시도를 즉각 철회해야 하고, 거제시 역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

2020. 6. 25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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