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달 30일 거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선 7기 주년 성과 및 2030 미래비전’ 기자간담회 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변 시장은 “직원들한테 따뜻하게 한마디라도 하면서 좀 더 열심히 일하게 할걸. 인사를 하게 되면 항상 최선을 다한 인사였는가, 혹시 이 인사로 인해서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마음을 아파하는 이런 직원들은 없을까 이런 부분들을 인사 후에는 되뇌이고 느끼게 했다. 남모르는 아픔, 아쉬움 섭섭함이 있었다면 넓은 아량으로 이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경상 전 시 행정국장은 지난해 12월 23일 거제시의회서 ‘퇴임인사’를 하면서 “저도 승진에 밀리기도 하고 집에 가서 이불 둘러쓰고 울기도 많이 했다. 인사는 상대적인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사로 집에 가서 이불 둘러쓰고 우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거제시가 7월 정기인사를 한 지 1주일이 지났다. 변광용 시장 말처럼, 이번 인사로 인해 ‘남모르게 눈물을 흘린, 마음 아파하는 직원들은 없었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 여 전 국장 말처럼 ‘이불 둘러쓰고 운 사람은 없었을까’ 관심을 가져본다.

이번 인사에 대한 거제시 공무원들의 ‘민심 향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거제시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다. 게시글은 이번 인사를 비꼬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기묘사화’ 닉네임을 가진 공무원은 지난달 23일 자유게시판에 게시한 글 중에 “사람이 모이는 곳에 계파가 없을수야 없겠지만, 지나치게 한쪽 계파만 득세를 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휴’ 닉네임을 가진 공무원은 ‘기묘사화’ 닉네임 게시글 아래 ‘댓글’에 “아무리 대한민국 국민들 잘한다 어쩐다 코로나 잘 이겨낸다 선진국보다 낫다 해도 국민성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거기다 ‘친일파’ 쪽바리들까지 득세하니.”라고 했다.

요즘 거제시청에서 가장 유행하는 단어는 ‘친일파’다. 변광용 거제시장 고향이 일운면이다. 일운면 출신 공무원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는 세태를 빗대 ‘친일파’라는 말로 희화화(戲畫化)하고 있다.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제목 시를 인용해 “공직생활에 처음 보는 희한한 인사가 떴고 앞으로 더한 일들도 있을 것 같아요”라고 꼬집었다.

댓글에 “이번 인사는 정말 불합리하고 내가 왜 열심히 일해야 하고 늦은 밤까지 노력해야 되며…(중략) 남들처럼 열심히 하지 않고 밥통이 되겠습니다. 업무도 대충 뭐든 하는 둥 마는 둥 이래야만 진급하고 이동하니깐요. 이런 분들이 지금까지 다들 진급하던데. 열심히 하니깐 제자리고 열심히 한다고 업무만 3인분 주고 정신병 걸릴 것 같아요.”라고 했다.

‘변하면 좋겠습니다’ 닉네임으로 게시한 글은 “몇 년 됐으니 승진, 몇 년 됐으니 주요 직위 전보, 연공서열을 당연시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요? 열심히 일 잘하는 공무원을 우대하고 자리에 따른 인사발령 보다 성과에 따른 인사발령으로 시민 복지증진과 시민을 위한 행정을 할 시대 아닌가요?”라고 이번 거제시 인사를 두둔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거제시는 이번 인사에 기획, 일자리, 관광정책, 산업정책 담당 직위 공모를 했다.

‘공개모집을 보면서’ 닉네임 공무원은 ‘직위공모제’를 꼬집었다. “주요 현안 사업 관련 직위 공개모집을 한다고 공지가 올랐다. 공개모집의 대상과 기간, 신청방법은 고지가 되어 있다. 그런데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신청자를 평가하고 선택할 것인지는 없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의도는 좋다. 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마음대로 할꺼라는 말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글에서 “이쯤에서 왜 대통령님의 말이 생각이 날까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기회가 평등한 것 까지는 따라하고 나머지는 모르겠다는 것인지? 미리 갈 사람을 정해놓고 당위성을 확보를 위해 천여명 조직원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은 아닌지? 6개월 뒤에 또 공개모집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인지? 호국보훈의 달이라서 그런가. 어찌 지킨 나라인데 ‘친일매국노’가 득세를 하나 싶다.”고 했다.

‘조합원’ 닉네임 공무원은 댓글에 “그렇게 무겁고 중요한 자리인 것을 6개월 전에는 모르고 인사를 했나요?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 적임자가 아니라는 말 아닌가요. 너무 가혹한 인사 아닙니까? 결원이 생긴 자리도 아니고, 6개월 전에 발령 나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의 자리를 갑자기 공모한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공모 안하고 일반으로 하는 것이 그 자리에 있는 분들한테 덜 가혹하지 않았을까요? 인사가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예측가능하고 납득할 수 있는 인사였으면 좋겠습니다“고 했다.

거제시 7월 정기인사에서 보직을 맡은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공무원을 이동시킨 경우가 많았다. 4급으로 승진시킨 공무원을 4급 서기관 자리 중 서열이 높은 행정국장으로 바로 발령냈다. 맡은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행정국장은 환경사업소장으로 밀려났다. 또 홍보담당관은 발령받은 지 6개월 만에 감사법무담당관으로 전보 조처됐다. 6개월 만에 자리를 옮긴 공무원은 이밖에 여럿이다.

유력 정치인과 가깝다는 이유로 한직 중 한직으로 내쫓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공무원은 이번 인사에 승진 서열에 들었다. 그런데 승진에서 탈락시킨 후 ‘거제시 기구표’에 이름조차 없는 도서관으로 보냈다.

‘하이드’ 닉네임을 가진 공무원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인사는 솔로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느 정도 구성원이 동의한 원칙과 선은 있어야 한다. 인사는 균형과 불균형, 공정과 불공정,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다. 조령모개가 횡행하는 조직은 언제나 불안한 법이다. 예측가능한 인사행정이 자리잡는 거제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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