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이례적으로 결론 못 내…국외 경쟁국 판단 '커닝'의심…시민사회단체 "불승인해야"

현대중공업그룹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시작한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사는 해를 넘겨 1년째 감감무소식이다.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며, 필요하면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자료 보정 기간을 포함한 실제 심사 기간은 120일을 초과할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하더라도 1년을 넘긴 것은 이례적이다.

국외 경쟁 당국 심사도 더디다. 카자흐스탄이 작년 10월 두 회사 합병을 처음 승인한 가운데 중국·싱가포르·유럽연합(EU)·일본은 심층 심사에 들어가는 등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특히 EU는 최근 이번 기업결합 심사를 일시 유예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EU 집행위원회가 오는 9월 3일로 제시한 결정 시한이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 KDB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말까지 이번 인수·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우조선 매각 최대 변수로 꼽히는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면서 언제쯤 최종 판가름날지 알 수 없는 흐름이다.

이처럼 기업결합 심사가 장기화하면서 '특혜 매각, 졸속 매각'을 이유로 대우조선 매각에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공정위가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유력한 국외 경쟁 당국 결정을 지켜보며 판단을 미루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재벌 특혜 대우조선 매각 저지 전국대책위원회는 15일 오전 10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기업결합 심사는 사실상 역대 최장 기간을 넘길 수도 있다"며 "국외 당국 심사 결과를 눈치 봐가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스스로 판단 내리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큰 결정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에 빗대 공정위 태도도 비판했다. 이들은 "유럽연합은 1단계 심사를 마친 중간보고에서 일부 선종은 경쟁 제한 우려가 해소됐지만, 가스운반선 분야에 더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며 "왜 심사가 늦어지는지도 밝히지 않고, 시민 사회 면담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국 공정위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거제 및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대우조선 매각과 현대중공업으로의 합병을 막고자 계속 저항해나갈 것"이라며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을 불허하라"고 요구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도 한목소리를 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15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 반대 지역경제 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등과 함께 세종시 공정위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 기업결합 불승인을 촉구했다. 공정위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항의 서한도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기업결합과 관계자는 "이번 건은 국제적인 기업 간 결합으로 경쟁 제한 우려 등을 심도 있게 보고 있다. 외국 시장 상황 파악 등 생각보다 살필 부분이 많다"며 "자료 보정을 비롯해 쟁점이 많은 건은 심사하는 데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1년 이상 장기 심사한 사례로는 앞서 5월 조건부 승인한 전력 케이블용 반도전 제조 업체 보레알리스 아게(Borealis AG)와 디와이엠솔루션 기업결합 건을 들었다. 이 건은 2018년 하반기에 심사 접수한 것이다. 또 국외 당국 결과를 눈치 본다는 지적을 두고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월 발표한 '2019년 기업결합 주요 특징·동향' 자료에서 "현재 조선업(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건) 분야 등에서 대형 인수·합병 신고를 해 해당 기업결합에 대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고자 다각적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쟁 제한 우려가 없는 기업결합은 제때 이뤄질 수 있도록 가급적 20일(보정 기간 제외) 이내에 심사·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경남도민일보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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