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정부서 '결과 뒤집을 사항 없었다'고 하자 정치인들 꿀먹은 벙어리(?)
'방산비리 업체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 주장이 핵심인데, 본질은 외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그동안 범시민대책위, 거제시, 경남도의원, 거제시의원, 국회의원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2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과 설훈 의원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우선협상자 선정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방위사업청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울산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기밀 유출에 대해서는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라며 "경남 의원들의 지역사랑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역 감정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우선입찰자 선정을 번복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가정보원이나 안보지원사령부에 보안 요인이 사업에 감점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해당 사항이 아니라고 해서 사업이 진행됐던 것”이라며 “(대우조선 측의) 이의 신청에 재검증을 했지만 결과를 뒤집을 만한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달 또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사법부 판단(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확실하게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27일 대우조선해양이 제기한 관련 가처분 신청에 대해 지난 27일 기각 결정을 했다.

이같은 결과가 나왔으면 거제 정치권은 무슨 반응이 있어야 할 것인데, 전혀 반응이 없다.

먼저 변광용 거제시장의 그동안 행보를 살펴보자. 지난달 27일 민홍철 위원장을 만나 “‘객관적이고 철저한 재검증을 통해 차기구축함 설계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25만 거제시민을 비롯, 모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거제시는 변광용 시장의 민홍철 위원장 방문 보도자료에서 “이번 KDDX 기본설계사업의 대우조선해양 배제 파문이 거제지역경제에 미칠 타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광용 시장은 20일 ‘페이스북’에 “방사청의 차기 구축함(KDDX) 기본 설계 사업자 선정 평가과정과 현대중공업의 기술 도촬 및 활용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민홍철 국방위원장께서 재평가위를 구성, 공정한 재평가를 촉구했습니다. 적극 지지하며 방사청은 공정한 재평가를 통해 방위사업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정과 정의를 반드시 세워야 할 것입니다”고 소회를 밝혔다.

변 시장 주장은 ‘재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재검증을 했지만 결과를 뒤집을 만한 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거제시의회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거제시의회는 이번달 6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전면 재심사 촉구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주문은 “현대중공업의 기밀서류 훔치기와 이와 관련된 KDDX 사업자 선정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할 것을 촉구하며 나아가 공정한 평가와 심사를 통해 능력 있고 신뢰받은 기업이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전면 재심사할 것을 촉구합니다”로 끝맺고 있다.

거제시의회는 결의안을 청와대, 국방부장관,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민의힘 대표, 정의당 대표, 열린민주당 대표, 국민의당 대표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결의문을 받아본 청와대, 국방부장관 등은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시민의 대표 기관인 거제시의회가 결의문 내용 어디에도 ‘방산비리를 저지른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없다. ‘거제시민을 대표하는 거제시의회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하지 않는구나’로 받아들일 것이다.

서일준 국회의원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된 ‘국정감사’ 보도자료에서 ‘방산비리’에 초점을 맞춰 국정감사를 벌였다. 서 의원은 “방산비리라는 오명을 듣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일준 국회의원은 “개념설계를 도둑촬영한 것은 맞으나 활용하지는 않았다 해놓고 전시회에서 거의 같은 모형을 전시한 것은 설계를 빼긴 것이라는 ‘빼박’ 증거가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창군 이래 최악의 방산비리라는 오명을 듣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와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시민대책위원회를 제외하고, 국회의원‧거제시장‧거제시의회 등 정치인들은 ‘정치적 쇼’를 했다. 이번 사건을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삼았다.

방산비리를 저지르는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을 넘길 경우 거제지역 경제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과 위기감으로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거제시장, 거제시의원들이 주장해야 할 핵심 내용은 “방산비리를 저지른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서는 안된다”이다.

‘방산비리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업체에게 대우조선해양을 맡길 경우,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규모 인력 구조 조정과 대우조선해양 규모 축소, 아주‧장승포‧능포동‧옥포동 인구 축소, 공동주택 공실 증가, 지역 경제 추락, 슬럼화, 거제시 몰락 순으로 진행될 것은 뻔하다’에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주장이 이어져야 한다.

야당 소속 국회의원은 차치하더라도, 집권당 소속 거제시장, 경남도의원, 거제시의원들의 목소리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반대’ 이어지지 않는 것은, 벌써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로비(?)를 당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조선 빅3’ 중에서 수주목표를 차근차근 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한다’는 이야기는 전 세계 선주사들에게 다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수주에 선방한다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이다.

집권당 소속 정치인들은 내부적으로는 매각에 찬성하더라도 지금은 반대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현대중공업도 거제시민을 달래는 ‘당근’을 내놓을 것이 아닌가.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가 진행될 때 중간 법인인 한국조선해양 본사는 울산에 두도록 삭발 투쟁을 벌이지 않았나.

아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 ‘인력 축소와 협력업체 구조조정’을 착착 진행하고, 물량 빼가기 등으로 대우조선해양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 그 때는 뭐라 말할 것인가.

2022년이면 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해둔다면 ‘쇼’(?)라도 해야 될 것 아닌가. 공천을 주는 것은 당(黨)일지는 몰라도 뽑아주는 사람은 거제시민이다. 당(黨) 눈치 보느라고 아무런 소리 못하고 있다가 ‘지역 경제’가 몰락한 후 다시 뽑아달라고 하면 과연 뽑아줄 것인가.

‘지역 경제 파탄 책임 정치인’ 민주당 소속 시장, 도의원, 시의원을 선거로 응징하자고 거제시민 목소리가 높아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집권당 소속 시장, 도의원, 시의원이 ‘반대’ 목소리를 내면, 중앙정부나 당에서 ‘왜 그러냐’고 달래기 위해서라도 '당근'(?)이라도 더 줄 것 아닌가.

또한 현대중공업에 경고 메시지가 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더라고 ‘거제는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는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인원은 한명도 축소하지 않겠다. 1차, 2차 협력업체 생태계는 그대로 유지한다. 거제시 발전을 위해 무슨무슨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을 거제형 상생형 일자리 산단으로 개발하겠다. 대규모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 거제시 관광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등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얻어낼 약속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거제 경제를 살리는 ‘구세주’가 될 리는 만무할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거제경제를 사수(死守)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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