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의대 교수 이학박사 윤석봉
▲ 윤석봉 전 동의대 교수(이학박사)

우리가 정치인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하는 것은 시민들을 대신해서 시민의 삶을 바른 방향으로 설정하여 그에 따른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를 배정하는 권한을 부여하였고 또한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이들의 활동의 모든 비용은 거제시민의 세금인 것이다. 주인은 거제시민인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면 조선업계를 지배하는 ‘수퍼 빅1’ 조선사가 출현한다. 산업은행은 현대•대우•삼성 ‘빅(Big)3'로 구성된 국내 조선업이 ’빅2‘로 재편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조선업계에선 거대 독점 체제인 ’슈퍼 빅1‘으로 재편될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LNG선 합계 수주잔고는 전 세계의 59.5%(121척 중 72척), VL탱커 수주잔량은 전 세계의 60.2%(89척 중 59척)이고 합계 인도량(수주잔고 포함)은 전 세계의 51.1%(751척 중 384척), 15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합계 수주잔량은 전 세계의 43.5%(62척 중 27척)이고 합계 인도량(수주잔고 포함)은 전 세계의 75.8%(1320척 중 1000척)에 육박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등장한 거대 조선사가 거제를 포함한 국내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첫째, ‘슈퍼 빅1’ 출현으로 협력업체 ‘단가 낮추기’ 경쟁 심화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는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다.

국내 조선업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으로 구성된 빅3 조선사에 협력업체들이 선박 건조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를 납품하는 구조이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세계 2위 조선소인 대우조선해양이라는 거래처는 사실상 기존 현대중공업의 거래처와 경쟁을 해야 한다. 협력업체들은 지금도 생존을 위해 조선사의 요구에 따라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데 거대 조선사의 탄생은 악순환을 더 강화시켜 그나마 유지되던 조선업 생태계 파괴로 거제 경제는 파산에 이를 것이다.

둘째, ‘슈퍼 빅1’의 출현으로 삼성중공업의 입장이 더 어려워질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조선업을 포기할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조선업계는 ‘쪽박’ 아니면 ‘대박’을 오가는 산업인 만큼 불황에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저가 수주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슈퍼 빅1’이 된다고 해서 저가 수주를 막을 수 있다는 건 논리에 불과하다. 글로벌 산업인 조선업은 또다시 해외 조선소들과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슈퍼 빅1’ 출현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삼성중공업이 사업에 대한 지속력을 보장할 수 없을 때 거제의 경제는 ‘군산’이란 도시 이상으로 황폐화 될 것이 자명한 이치이다.

2019년 3월 8일(금)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 계약 체결한 날이다. 이날은 거제의 시치일(市恥日)로 기억될 것이다.

수주 권한이 없는 대우조선해양이 ‘자율경영체제 유지’가 가능한지,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고용안정과 협력사 유지’가 가능한지를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거제의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거제의 시치일(市恥日)이 될 이 사건을 두고 어떤 정치인도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반대하는 단식투쟁도 없었고, 일부에서는 인수조건으로 내건 3가지 약속을 시민들에게 설득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의 정치생명 유지에만 급급해 하는 모습은 거제시민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거제를 떠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거제시민들의 마음을 한번이라도 깊이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2020년 9월 말 기준 장승포동과 능포동의 인구는 장승포동(6,383명), 능포동(9,587명)으로 지난 2년 동안 매달 어김없이 인구가 감소하여, 장승포동은 1,267명, 능포동은 1,118명의 인구가 감소되었다. 2년 동안 1000명 이상 빠져나갔다. 다시 말하면, 1년에 약 500명씩 인구가 감소되었다는 것으로 계산된다. 물론 유동인구까지 고려한다면 피부로 느끼는 인구감소 폭은 더할 것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산술적으로 10년 후 2030년에는 장승포동은 1,000명 수준, 능포동은 4,000명 수준이 될 수 있다. 아주동도 올해부터 인구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인구감소의 문제는 이제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인구감소 속도를 더 빠르게 할 것이며, 거제시가 전체적으로 인구절벽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거제시민 여러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남의 일처럼 방관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힘을 모아서 우리 거제시를 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정치인들에게 힘을 보태어 주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여⋅야는 물론이고, 진보⋅보수의 개념을 초월한 우리 거제인 모두의 생존에 대한 문제가 달려 있는 절박한 일입니다.

자신의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우리 거제시민 모두가 공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야만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지속가능한 거제를 통한, 내 자식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하여....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