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거제시장실 입구 봉쇄 7일째 농성

거제시장실이 7일째 입구를 봉쇄당해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의 농성 때문이다.

'국비 도비를 지원해주는데 저상버스를 연차별로 도입한다고 해놓고 왜 도입하지 않았느냐', '장애인콜택시 운영을 왜 장애인 단체에 주었느냐'는 것이 농성의 주된 이유다.

이 단체는 2008년 5월 16일 저녁, 거제시장실 앞에서 한 차례 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이때 이 단체의 대표와 거제시장은 3개항의 합의를 했다. '저상버스를 연차별로 도입하겠다. 장애인콜택시를 연차별로 도입하겠다. 교통약자 조례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2008년 5월 16일 거제시와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간 작성한 협약서

협약서 주요내용
거제시 장애인 권리 확보를 위한 5대 정책 요구에 대한 회시 건 시행계획을 다음과 같이 이행할 것을 약속합니다.

1. 저상버스 도입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거제시의 합의문대로 도입한다. 특히 2008년에는 2대 도입을 위하여 경남도에 국도비를 요청하며, 제2회 추경시에 시비를 편성한다.

2.특별교통수단
특별교통수단도 관련법령이 규정한 기준에 따라 도입하며, 2008년에 5대 구입을 위한 소요예산을 제2회 추경시 편성하고 교통행정과 소관으로서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거제시와 합의안대로 운영한다.

3. 거제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조례 제정
동 조례를 제정함에 있어 입법예고 전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사전협의하며, 조례는 2008년말까지 제정한다.
 

이 합의문 3개항에는 '경남장애인자활센터협의회' 이름이 명시돼 있다. 마치 이 단체가 경남의 장애인을 대표하는 단체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 이 단체는 경남의 여러 장애인 단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 단체가 거제시장실을 왜 봉쇄하는 것일까? 이 단체의 산하기관이 거제에도 있기 때문에 '상급 단체'로써 지원 농성을 해주는 것일까?

거제시청 입구에서 '거제장애인자립생활센터'라는 명칭으로 피켓 시위를 하고 있어,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김정일 사무처장에게 '거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있느냐, 회원이 몇 명이냐고 12일 물어보았다.

"2일 전에 설립했고, 회원이 2명이다"는 답변이다. 무슨 이유인지 농성을 시작한 후 부랴부랴 급조했음이 드러났다.(취재결과, 집회를 하고 있는 '거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거제시민이 2009년 11월에 자발적으로 결성한 '거제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는 다른 단체임)

이 단체가 내놓은 전단지를 보면 이번 농성에 거제장애인단체는 하나도 없음을 알 수 있다.

지체장애인협회 거제지회 관계자는 "거제의 장애인 문제는 거제의 장애인이 풀 것인데, 왜 타지 단체가 '콩 놔라 팥 놔라'식으로 나서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이번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거제에 소속된 단체는 없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김은동 시의원 또한 "거제 장애인 문제는 거제 장애인이 풀어야 한다"며 "타 지역 장애인 단체의 점거 농성은 맞지 않다"고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일은 거제시민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문제로 거제시 또한 전임시장 때처럼 끌려가기식 합의는 지양해야 한다. 장애인 콜택시 일부 운영을 지체장애인협회 거제지회에 맡긴 것이 이 단체의 주장처럼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정상적으로 되돌리면 된다.

저상버스 도입은 저상버스 주된 이용층인 노인 단체 등과 머리를 맞대 도입을 앞당겨야 하고, 저상버스 운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도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버스 회사 또한 시민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저상버스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편 늘상 거제 시민을 대표한다는 시민단체는 어디갔는가? 이럴 때 장애인 거제시민을 대변하는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거제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거제경찰서 또한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는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은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고 시장실 봉쇄 농성이 정당화될 수 없다. 업무파악도 제대로 안된 신임 시장이 취임하자 말자 농성을 벌이는 모습은 시민에게 호응을 얻기 어렵다. 깨끗하게 점거 농성을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 "혹 저상버스 회사가 배후에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는 시민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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