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종합청렴도 4등급, 내부청렴도 경남 8개 시(市)부 중 '8위'…심각한 문제
거제시정 운영 '신뢰 상실', ‘이어행(利於行)’의 양약(良藥)‧충언(忠言)으로 삼아야

변광용 시장은 지난 11월 16일 거제시의회서 시정운영 방향 연설에서 “청렴과 적극행정 정착을 통해 공직분위기를 쇄신하고 청렴한 도시로 거듭나겠습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국민권익위는 이번달 9일 ‘2020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를 발표했다. 거제시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종합청렴도에서 하위권인 ‘4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3등급’을 받은 내부청렴도는 올해 ‘4등급’을 받았다. ‘내부청렴도’는 경상남도 8개 시(市)부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다. 8개 시부 중에서 내부청렴도에서 ‘4등급’을 받은 곳은 거제시가 유일하다.

종합청렴도는 경남 8개 시부 기초자치단체 중 김해시·양산시·진주시·창원시·통영시는 2등급, 밀양시는 3등급, 거제시·사천시는 4등급이다.

거제시 청렴도 결과는 청렴도 향상을 담당하는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변광용 거제시장의 시정운영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다. 

거제시 내부청렴도가 ‘4등급’ 나온 것은 결코 가볍게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변광용 거제시장의 시정 운영 방향에 대해 거제시청 공무원들이 반기를 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변광용 시장의 시정운영 방식이 공무원들에게 ‘신뢰(信賴)’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거제시청 공무원 사회의 인심(人心)을 얻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경종(警鐘)’이고, 경고메세지다.

전임 권민호 시장은 재선 후 7년차, 8년차에도 내부청렴도는 ‘3등급’을 받았다. 권 시장 시절에는 내부청렴도 ‘2등급’을 받은 적도 있다. 변광용 시장은 지난 2018년 7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해 3년차를 지나고 있다. 임기 3년 차에 내부청렴도가 경남 8개 시부 중 ‘뒤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n번방’ 사건에 거제시청 공무원이 직접 연루돼,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았다’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거제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거제시 공무원들의 민심향방을 읽을 수 있는 글이 많이 있다.

최근에 게시된 글은 “희롱 좀 그만 하자”는 제목의 글이 게재돼 있다. ‘상대방을 동료로 생각하면 그런 말을 할까. 술집 여자도 들으면 기분 더러울 그런 말을 어찌 그리도 잘하는지, 본인 딸이 사회생활하면서 상사가 그런 말 나한테 하더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지 너는 왜 그리 유난 떠느냐고 나무랄지 궁금하네요.’

“인사 규정이 안 맞다”는 제목 글 내용 중에 ‘4급 국장 승진이 너무너무 안 맞다. 우리 거제시 전체가 손해를 보고 있다. 시장에게 ’아리가또‘하는 과장을 국장 승진시켜 준다. 5급 과장들은 언제 4급 달아보고 퇴직하나요. 4급도 8년 달고, 또 4급은 6년을 달고 참 한심하다.’

“요즘 안팎으로 J간부, K간부, L계장 얘기가 많네요”라는 글은 L계장이 실명을 ‘당당히’(?) 밝히고, 시청 내 갈등을 외부로 알리고 있다.

또 거제시 인사 문제를 지적하는 글도 있다. “(거제시) 인사는 정말 불합리하고 내가 왜 열심히 일해야 하고 늦은 밤까지 노력해야 되며, 온갓 욕이 난무하는 민원전화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계기로 저 또한 남들처럼 열심히 하지 않고 밥통이 되겠다. 일도 대충, 업무도 대충 뭐든 하는 둥 마는 둥 해야만 진급하고 이동하니까. 이런 분들이 지금까지 다들 진급하던데. 열심히 하니까 제자리고 열심히 한다고 업무만 3인분 주고, 정신병 걸릴 것 같다. 이미 우울증도 있지만 휴직하면 이 업무 누가 하나요. 지금부터 그냥 나도 일 안하고 아랫 직원 나 몰라라 하며 책임지지 않고 일을 안해야 되나요. 정말 악순환이다.”

어느 특정 부서를 꼬집는 글도 있다. “일은 안하지 업무는 아랫 직원에게 주고, 성과는 다 들고 가지. 연장 근무는 허위로 올리고 나돌아 다니지. 위에선 알고도 눈감지. 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만 불쌍해 보이지. 나도 저들처럼 일 다 떠넘기고 쉬엄쉬엄 할까? 참 고민된다. 그리고 너무 썩었다 이곳은.”

또 다른 글도 있다. ‘성과를 내도 보상이 없다’라는 말이 안 나오고, ‘열심히 하면 보상이 있다’라는 말이 나오는 살아있는 조직이 되고, 그런 인사가 되길 바란다.

게시글 중에는 물론 현재의 거제시정을 옹호·대변하는 글도 있다.

종합청렴도에서 26.5%를 차지하는 ‘내부청렴도’ 조사 설문은 크게 조직 내 청렴문화지수와 업무청렴지수를 조사한다. 조사기간은 2019년 7월 1일부터 2020년 6월 말까지였다.

조사방법은 거제시청 소속직원 대상으로 이메일 조사를 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조사도 병행했다. 조사대상 공무원은 거제시청 4급 이하 1000명의 공무원이다. 명단을 의무적으로 국민권익위에 제출해야 한다.

청렴문화지수에는 조직문화 5문항, 부패방지제도 2문항이다. 한 예로 ‘업무를 처리하면서 지연‧학연‧혈연 등에 영향을 받아 일부 사람에게만 부당하게 특혜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등의 설문이다.

업무청렴지수에는 인사업무 7개 문항, 예산집행 7개 문항, 업무지시 공정성 2개 문항, 외부부패 사례 내부 응답 7개 문항이다. 인사업무 설문으로는 ‘지난 1년간 채용, 승진, 전보 등 인사와 관련하여 관련자에게 직접 혹은 그 배우자를 통해 금품을 제공토록 요구받거나, 직접 제공한 경험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문항도 있다.

▲ 설문지 중 일부

내부청렴도가 낮게 나온 것은 여러 복합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내부청렴도 조사 설문지에서도 알 수 있듯, 설문 조사항목은 종합적이다. 어느 특정 문제만 부각돼 내부청렴도가 낮게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내부청렴도 4등급 받은 것을 너무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변광용 시장은 내부청렴도가 왜 낮게 나왔는지 통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변광용 시장의 시정 운영에 대해 거제 미래를 보는 시장, 겸손한 시장, 능력위주 인사, 탕평인사 등의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기보다는 지연‧학연‧측근중심 인사, 단견적이고 인기영합 시정운영, 몇몇 정치지향적 공무원에 경도된 시정 운영 등의 부정적인 면이 더 부각되고 있다.

변광용 시장 취임 후 조례까지 만들어 ‘시정혁신위원회’를 두었다. 또 시정혁신과(課)도 신설했다. 4대 위원회 위원 1차 모집에 선뜻 나서는 시민이 없어, 재공고를 통해 겨우 위원회 정수를 채웠다.

‘겸손하다’, ‘무게가 있다’, ‘인기 영합보다는 거제 미래를 보고 묵묵히 시정을 운영한다’는 이미지와 ‘권위주의적이다’, ‘겸손하지 못하다’, ‘사람이 가볍다’, ‘고언을 듣지 않는다’, ‘인간 관계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 등의 이미지를 비교할 때, 어디에 해당될까를 자문(自問)해봐야 할 것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2022년에 있을 거제시장 선거에 ‘재선(再選)’에 도전할 것이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모든 ‘행정행위’를 표(票)로 연결시켜, 이해득실을 따져 시정을 운영하는 경향이 있다. 연초여객터미널 조성, 거제경찰서 이전, 국립난대수목원 유치, 남부내륙철도 건설, 가덕신공항 유치 등이 그러한 사례다. 정치행위와 행정행위를 구분치 못하고 있다.

거제시청 1,200여명 공무원들은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천명이다. 공무원들에게 인심(人心)을 잃고,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거제시청 공무원 사회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4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변광용 시장은 거제시청 공무원들에게는 낮은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공무원들은 여론 전파력이 매우 크다. 그리고 거제는 매우 좁다. ‘거제시청 공무원들이 변광용 시장을 신뢰하지 않고, 공무원들에게 인기가 없다카더라, 청렴도가 경남에서 가장 낮게 나왔다카더라’는 소문이 여론을 타기 시작하면 하루 이틀 사이에 거제 전역에 전파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변광용 시장에게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공무원 사회서 신뢰받는 거제시정을 펼칠 경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내부청렴도가 낮게 나온 것이 ‘이어행(利於行)’의 양약(良藥)‧충언(忠言)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변광용 시장 자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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