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난대수목원 무산 시민 실망감 큰데, 집행부 거수기 노릇 '충실'
시민은 어려워 아우성인데, 해외연수 비용, 업무추진비 '인상' 시도했으니

변광용 시장을 비롯해 거제시 집행부는 국립난대수목원 입지 선정에서 탈락한 후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좌불안석(坐不安席)’ 형국이다. 국립난대수목원 대신에 ‘한·아세안국가정원’을 들고 나왔다.

변광용 시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올해 1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아세안국가정원’ 에드벌룬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변 시장은 “난대수목원 유치를 위해 거제시민이 보내준 오랜 기간의 열정과 노력, 염원이 한·아세안국가정원 결실로 이어졌다”고 했다. 전형적인 아전인수(我田引水), 견강부회(牽强附會)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거제시민을 속이는 언어도단이다. 난대수목원 유치에 힘을 쏟은 25만 거제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전형적인 물 타기이자 불신감이 높아진 시민여론 무마용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산림청이 거제에 한·아세안국가정원을 추진하겠다’고 해도 적정성 검토, 기본구상, 예비타당성 조사, 기획재정부 사업 및 예산 승인까지는 요원(遼遠)한 상태다. 이에 반해 완도 국립난대수목원은 산림청·기획재정부가 사업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은 가운데, 예산 배정에 앞서, 사전 법적 절차인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난대수목원 경우를 비교하면, 국가정원이 정상궤도에 오르는데 최소 3년이 걸린다. 

'난대수목원 입지 결정' 과정에 거제시민의 자존심이 깡그리 무너졌다. ‘지역낙후도’라는 이상한 평가항목을 정해, 거제가 덜 낙후됐기 때문에 난대수목원 대상지로 탈락시켰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생각있는(?) 시장이라면, 산림청장에게 ‘이런 식으로 난대수목원 입지를 결정할 수 있느냐. 더 낙후된 지역, 관광객 덜 방문하는 지역에 난대수목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국가 예산 낭비 아니냐’고 강력히 항의라도 해야 맞지 않느냐. 그래야 시민의 분노와 울분이 조금이라도 삭여질 것이다.

여기서 잠시 거제시의회로 눈을 돌려보자.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 거제시 집행부를 견제·감시·감독해야 할 거제시의회는 제 역할을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거제시의원들이 산림녹지과 소속 공무원 분장 업무와 ‘2021년 주요 업무보고’를 유심히 관찰했으면, 이같은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8일 거제시의회에 산림녹지과가 올해 주요 업무보고를 했다. 산림녹지과 올해 주요 업무에 ‘난대수목원 조성 사업’은 어디에도 없었다. 전기풍·김동수 시의원이 “난대수목원은 어찌 돼 가고 있느냐”고 물었다. 시 공무원은 “기본구상 용역은 끝났다. 내년 8월까지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하는데, 그때 가서 입지가 결정난다”고 답변했다.

시의원들이 “지난해 10월 28일 최종보고회를 가진 ‘기본구상 용역 결과’가 어떻게 났느냐. 용역 책자를 보자. 이미 완도로 결정났고, 거제는 탈락한 것이 아니냐”고 더 집요하게 따져 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고현항 재개발 구역 문화공원 조성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거제빅아이랜드측은 평면형 문화공원에서 입체형 ‘빅아일랜드 빅 파크형’ 문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결국 평면형 문화공원으로 귀착(歸着)됐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몇몇 시의원들은 반대대책위와 합의 사항을 거론하며, ‘평면형 문화공원’을 주장했다. 반대대책위 합의사항 어디에도 문화공원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단지 문화공원 면적에 상응하는 ‘주차장’을 만든다는 것이 합의 사항이다. 위원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어떤 목적에서,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의정 활동을 벌였는지 의구심이 든다.

남부내륙철도 거제역 입지 선정을 놓고 지역 주민들끼리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거제경찰서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지역구 표 관리’에만 신경을 쓰고, 정작 중요한 ‘치안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일에는 관심없다는 자세다.

부산일보는 10일 “부산 지역 13개 기초의회가 올해 5억 원 넘는 의원 해외연수 예산을 편성해 비판을 받는 가운데, 부산시의회도 같은 명목으로 1억 6000만 원을 짠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반해 전남도의회는 관련 예산 1억 7000만 원, 광주시의회는 1억 5800만 원을 삭감했다.

국민들은 ‘비록 관행이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편성했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확산 사태 속에 해외연수 예산을 편성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코로나로 고통을 받는 시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 주는 꼴이 된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그렇다면 거제시의회(의장 옥영문)는 어떨까. 거제시는 지역 경제 양대축인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수주 부진, 연초부터 대우조선해양 명예퇴직 신청 접수, 코로나 장기화로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 폐업 일보 직전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제시의회는 지난해 의원 국외여비를 전년도 5,200만원 보다 800만원 증액된 6000만원을 편성해, 의회 운영위원회에 상정했다. 또 여기에다 의장, 부의장, 4명의 상임위원장 업무추진비를 지난해 7,152만원 보다 1,064만원 증액된 8,216만원을 편성했다. 의장단 중 의장, 의회운영위원장, 경제관광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부의장은 국민의 힘, 행정복지위원장은 정의당 소속이다. 

지난해 해외연수비 5,200만원은 제3차 추경 때 전액 삭감했다. 재난지원금에 보탰다.

의회 운영위원회서 의원 해외 연수 비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발언이 없었다. 안석봉 시의원이 “코로나 때문에 상당히 지역경기가 어렵다. 의원이 더 손수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의장단 업무추진비 인상이 안건으로 상정됐다는 것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최양희 시의원은 “위원장을 해봐서 아는데, 한 달 75만원도 계획적으로 쓰기가 쉽지 않다. 증액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결국 정회 후 계수 조정을 거쳐, 의원 해외연수비는 5,200만원으로 지난해 수준으로 결정했다. 또 의장단 업무추진비도 지난해 7,152만원을 그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거제시의원 소속 정당은 민주당 10명, 국민의힘 5명, 정의당 1명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도록 거제시의원을 뽑아준 것은 ‘시민의 기대’였다. 보수성향 시의원들보다 ‘일도 잘하고, 더 열심히 할 것이다’는 기대였다. 그런데 3년이 다 돼 가는 시점에 시의원들을 되돌아보자. 누구보다 열심히 했나. 모르는 것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선배시의원들에게 묻기나 했나. 시정을 견제·감시·감독했나. 한마디로 무능과 집행부 거수기 노릇 그 이하, 그 이상도 아니었다.

지금의 시의원들은 의원실에서 공무원 부르면 손살같이 찾아와 보고를 하니 ‘권위주의’에 흠뻑 젖어 있다. 전임 시의원들은 시의원 개별로 개인 방도 없었다. 열 몇 명이 한 방에서 책상 하나로 시의원 역할을 했다. 이때 열심히 하는 시의원은 도서관에서 불을 밝히고, 밤을 세웠다.

전임 모 시의원은 보도자료를 거의 매일 언론사에 메일로 보냈다. 출근해 메일을 읽어보면, 문법도 맞지 않고, 관련 법 적용도 틀린 경우가 많았다. 같이 의논하면서 수정해, 반듯한 보도자료를 기사로 내보냈다. 반나절이 다 지나갔다. 열정·노력으로 의원 본분에 충실했기 때문에 같이 의논했다.

젊은 시의원들은 보수 성향 시의원들보다 더 권위주의에 젖어 있고, 더 공부하지 않고, 더 집행부 거수기 노릇하고, 더 어깨 힘 주고 있다.

거제 모 지역언론이 난대수목원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 끝에 댓글이 달려있다. “누구를 탓하리오. 애초부터 행정을 모르는 초보시장을 뽑은 우리 거제시민의 자업자득이지요. 동네이장도 한번 안 해보고 ….”라고 꼬집었다.

최근 만난, 거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다음 선거 때 몇 명이나 살아오겠나”고 입맛을 다졌다.

‘애초부터 거제시의원을 잘못 뽑은 거제시민의 자업자득이지요’라는 시민의 한탄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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