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반대 대책위 "2년 동안 잠잠하다가 이제 와서 '매각 반대'라니 의중이 궁금하다"

변광용 거제시장이 28일 오전 갑작스럽게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거제시청 본관 건물 전면에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 원점 재검토 촉구”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변 시장의 기자회견은 지금까지 보여왔던 자세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갑작스런 입장 변화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지난해 12월 30일 지역 언론과 인터뷰서 “대우조선 매각 협상은 지역 최대 이슈 중 하나다. 기업결합심사가 계속 늦어지고 있고, 종사자나 가족, 나아가 시민들의 불안과 우려도 커져 간다. 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변 시장은 “그동안 우리 시는 일관되게 대우조선해양의 독립경영을 통한 고용 보장과 협력업체들의 생태계 보장이 없는 일방적인 매각에는 반대해 왔다.(일부 내용 삭제) 현대중공업에 매각이 됐을 경우에는 대우조선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인위적인 구조조정과 지역경제에 대한 악영향이 없도록 지역사회와 공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인터뷰 기사는 1월 8일 지역언론에 보도됐다. 

▲ 올해 1월 8일 지역 언론에 보도된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변광용 시장 발언

변 시장의 입장은 지금까지 ‘조건부 매각 반대’였다. ‘조건부 매각 찬성’과 다름 없는 입장이었다. 이같은 입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지역 언론에도 보도됐다. 변 시장은 "우리시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장했던 것처럼"이라는 말도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16일 거제시의회서 변광용 시장은 올해 '거제시정 운영 방향'을 밝히는 시정연설을 했다. 이 때도 올해 지역의 중심 이슈로 부각될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 

▲ 지난해 12월 22일 지역언론에 보도된 변광용 시장 인터뷰 내용

변광용 시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거제시 또한 대우조선 매각을 지역경제의 생존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절박함을 끊임없이 호소하였으며, 산업은행과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일방적 매각절차 중단과 재검토를 강력하게 촉구해 왔다”고 밝혔다. 거제시가 지금까지 ‘매각 절차 중단’과 ‘재검토’를 촉구했다는 내용은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했던 내용'과는 다소 상이하다. 

변광용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문 끝에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하며, 일방적인 매각 철회와 원점 재검토를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변광용 시장의 기자회견문 낭독 후 기자의 질문이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시 대표 유튜브인 '거제점빵'은 이날 기자회견을 유튜브로 직접 중계했다. 하지만 변 시장의 기자회견문 낭독 부문만 편집해 내보냈다. 

변 시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대우조선 불공정 매각반대 거제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거제시청 정문에서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변 시장의 기자회견장을 찾아 "그동안 제대로 협조도 하지 않고 방관적 태도를 보여온 변 시장이 지금와서 이러는 의도가 궁금하다. 만약 매각 반대의사가 분명하다면 최근 무산된 국립난대수목원 거제 유치 노력 때처럼 시민들의 중지를 모으려는 노력을 할 것이냐"고 변 시장에게 물었다. 

변 시장은 이에 대해 "이제 와서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오해하실 수도 있지만 그동안 대안없는 매각이 돼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정부와 관계 기관등에 입장을 전달해 왔다"며 "대책위에서 그동안 방관적 태도를 보여왔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동안 천막에 2번이나 찾아갔지만 아무도 없어 만나지 못했다. 연락하지는 않고 갔지만 이런 노력을 했는데도 방관적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시장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된 것 같다. 문제는 이 자리는 거제시장의 성토의 장이 아니라 대우조선매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이냐를 밝히는 공식적인 자리다. 어떻게 해석하시던지 그것은 해석하시는 분들의 자유지만 중요한 점은 앞으로 매각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냐다"고 덧붙였다. 

이길종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늘 거제시장의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생뚱맞다. 약 2년이 지나도록 대책위가 싸워오고 거제시장은 그동안 매각에 대한 찬성이나 묵비권 행사를 해 오다가 갑자기 이 시점에 와서 반대를 하는지, 정말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매각을 반대한다고 하니 동의하고 함께 하겠지만, 더 중요한 점은 기자회견 1~2번 하는 게 아니라 거제시민이 힘을 합쳐 대우 매각을 어떻게 막을 거냐고 고민을 해 나가는 것에 대해 변 시장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곧 다가올 선거를 대비한 퍼포먼스가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정말 노동자 서민과 거제경기를 챙기는 민생 시장이 되기를 남은 임기동안 간절히 바란다"고 혹평했다. 

한편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 기한을 연장하는 수정계약을 25일 산업은행과 체결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 체결한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 기한을 기존 지난해 9월 30일에서 올해 6월 30일로 연장하고 대우조선해양의 신주인수권을 취득하는 기한도 올해 12월 31일까지 연장했다.

이번 연장은 유럽연합 등에서 받고 있는 기업결합심사가 코로나19 등으로 늦어지는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거제인터넷신문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경남뉴스talk 조형록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한 내용을 일부 인용>

<아래는 변광용 거제시장 기자회견문>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반대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늘의 거제와 경남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으며, 앞으로도 25만 거제시민과 320만 경남도민의 먹거리 산업이자 국가 기간산업으로 변함없이 함께 할 성장 동력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거제시를 포함하여 경남에만 1200여 개 협력사와 기자재업체의 산업생태계를 이루고 있고 수십만 명의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거제와 경남 경제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2년 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일방적 매각을 발표하였고, 지역사회와 노동계 등은 심각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높여왔습니다.

거제시 또한 대우조선 매각을 지역경제의 생존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절박함을 끊임없이 호소하였으며, 산업은행과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일방적 매각절차 중단과 재검토를 강력하게 촉구해 왔습니다.

만약 대우조선해양이 매각된다면 기존뿐 아니라 신규 일감마저 현대중공업에 집중되고, 인력감축 등의 문제점이 자명하게 나타날 것임은 기존의 타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무수히 입증되었습니다.

또한 EU결합심사 과정 중에 불거진 LNG선 시장점유율 제한을 비롯해 사업축소, 기술력 해외 이전 등을 통한 조건부 승인까지 불사하겠다는 산업은행의 입장은 2년 전 이동걸 회장이 내세운 조선산업의 구조개편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와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강행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으로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년째 고용위기지역과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된 거제는 지난해부터 조선 물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조선 협력사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대량 해고가 현실화되고, 하도급 업체들의 도산과 부도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인‘거제형 고용유지모델’은 이런 지역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거제시와 지역사회의 강력한 의지이자, 상생의 정책입니다. 위기에 처한 조선산업과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데 모두가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매각이 강행된다면 구조조정 불안과 조선 생태계 파괴, 나아가 지역경제 파국까지도 불러올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은 수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 25만 거제시민의 생존권과 지역경제의 생사가 달려있을 뿐 아니라 거제는 물론 경남의 조선 제조업체의 존망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어서도, 지역경제와 시민생활을 수렁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불합리한 인수합병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대한민국 조선산업이 있기까지 현장에서 묵묵히 땀과 열정을 쏟았던 노동자들과 향토기업을 아끼고 사랑해 온 거제시민이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것이 거제가 절박한 이유이고, 시민을 지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거제시장으로서 더욱 간절한 이유입니다.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하며, 일방적인 매각 철회와 원점 재검토를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조선산업을 살리고 시민의 삶을 지키는 일을 최우선 삼아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협력사 동반성장을 이루고, 조선산업의 지속발전과 거제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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