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차정 전 거제시의원(남부관광단지 탑포마을대책위원)

▲ 강차정

저는 현재 남부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중심지역인 거제시 남부면 탑포마을에서 조상대대로 살아온 평범한 70대입니다. 굳이 조금 더 보태자면 탑포마을 이장을 13년간 하다보니 좁은 지역에서 이름깨나 오르내리다 2004년 거제시의원 보궐선거 어쩌다 당선돼 1년 6개월간 팔자에도 없는 시의원 노릇 해 본 적은 있습니다.

지난 몇날 며칠 동안 이 글을 꼭 제가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평소 글 솜씨도 없는 데다 남을 제대로 설득할만한 재주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마을의 실상을 지역 언론을 통해 좀 알리고 시민 여러분께 호소하는 것도 나쁠 게 없다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기고를 하게 됐습니다.

알다시피 우리 마을은 2017년 부산의 경동건설에서 추진하는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의 중심 마을입니다. 조상 대대로 반농반어(半農半漁)로 생계를 이어오던 순박한 마을주민들은 관광단지를 만든다는 언론 기사를 접하고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모두들 당황했고 동네 민심도 술렁거렸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환경단체에서 관광단지 조성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2019년 6월에 환경부에서 현지 조사를 한 후 생태자연도 등급이 문제가 있다고 언론에서 떠들 때까지만 해도 우리 주민들은 큰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거제시가 추진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주민들은 경동건설 측의 사업 설명과 거제시의 진정성 있는 추진 의지를 몇 번이나 확인한 끝에 이리저리 흩어졌던 주민들의 민심도 한데 뭉치게 됐습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주민들이 사업 추진을 찬성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일일이 설명하긴 어렵지만 경동건설이 마을 복지시설 확충이나 주민 고용 등 우리가 요구하는 충분한 보상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든 문제는 마을 이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부관광단지 탑포마을 대책위원회’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환경단체가 생태자연도에 문제가 있다고 성명을 발표하고 여름에 국립생태원에서 현장조사를 거쳐 수정 공고를 해 개발예정지 상당한 면적이 1등급지로 됐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사업 추진에 큰 차질이 생겼으며, 현재 시공사와 거제시는 이의신청을 해놓고 있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 주민들은 정말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왜 환경부(국립생태원)가 이쪽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이렇게 휘돌리고, 저쪽에서 뭐라 하면 저렇게 휘둘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기로는 사업을 신청한 경동건설에서 처음부터 생태등급도가 사업추진이 불가한데도 나서지는 않은 줄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장 큰 불만은 왜 여태까지 생태자연도를 방치해 놨다가 마을주민들과 협조로 사업추진이 원만히 진행되려는 시기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도록 환경부가 왜 방치했는지, 왜 행정이 오락가락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주민들은 개발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를 무턱대고 나무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환경을 보존하자고 나서는 환경단체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주장과 논리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근 300년 전에 탑포마을에 주민이 정착한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습니까? 겨우 70세대 남짓한 주민들이 뒷산과 앞바다를 생계 터로 삼아 평생 고향을 지키며 살았습니다. 못 먹고 못 살았던 그 시절 우리 부모형제들은 잘사는 타지역에 식모로, 공장종업원으로, 선원으로 뿔뿔이 흩어져 온갖 설움을 받고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았던 가난한 마을입니다.

우리 마을 주변에 있는 노자산은 석산개발로, 또 거제 케이블카 사업으로 떠들썩할 때 우리마을 주민들에게 지역균형 발전이란 말은 늘 남의 동네 얘기였습니다. 이런 오지에 건실한 기업이 마을주민들과 상생하여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나섰는데 지금은 모두가 팔짱을 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마을 주민들만 잘 먹고 잘살자는 게 아닙니다. 지난날 행정에서는 입만 열면 남부관광단지는 거제가 균형 있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수없이 말했습니다. 그래놓고 이게 뭡니까? 주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원망과 분통이 터집니다.

환경도 좋습니다. 그러나 개발 없이 환경만 보전하면 먹을 게 그냥 나옵니까?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올바른 방향의 개발하는 것이 왜 안됩니까? 지금의 도심은 개발하지 않고 처음부터 도심이었습니까? 그렇다면 지역의 대형 조선소는 왜 두 곳이나 지었습니까?

가난한 오지마을 주민들이 좀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이렇게 발버둥치고 있는데 모두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여기저기서 훼방이나 놓고 자신들의 이익이나 챙기려 한다면 그게 어디 제대로 된 세상입니까? 우리 주민들은 호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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