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전 감사 의도적 누락시키지 않았나…경찰 수사 기대

▲ "2008년 이전 자부담(자원봉사협의회 명의) 통장을 찾지 못해 감사를 하지 못했다"는 궁색한 변명

거제시는 거제자원봉사센터 보조금 집행사항에 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는 자원봉사협의회에 감사를 벌여 감사결과를 22일 발표했으나, 축소 은폐 의혹을 사고 있다.

거제시는 이번 감사를 통해 2008년 1월부터 이번달 7월 13일까지 약 30개월 동안 거제시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는 자원봉사협의회가 3천480만원을 유용한 것을 밝혀내, 21일 거제경찰서 수사과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했다. 또 유용액 전액을 7월 중으로 거제시에 전액 반환토록 조처했다고 덧붙였다.

거제시가 밝힌 감사결과에 따르면 자원봉사센터가 유용한 10%인 358만 원은 자원봉사센터운영비, 42%인 1천457만 원은 자원봉사활성화사업, 34%인 1천200만 원은 경로당 식당운영, 13%인 450만 원은 식사배달사업에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보조금 유용 수법은 시에서 지원하는 보조금 관리통장은 주로 카드로 결재하기 때문에 물건값이나 지불금액을 카드로 부풀려 결재한 후 차액을 자부담 통장(자원봉사협의회 명의)으로 되돌려받아 보조금으로 유용했다는 것이다. 거제시는 "보조금 관리 기금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일자 전후와 자부담 통장의 입금 전후 날짜를 일일이 대조해 유용액을 찾아냈다"고 밝히고 있다.

거제시가 감사한 결과 2년 6개월 동안 모든 보조금 유용건수는 67건이며, 1개월에 평균 유용건수 2.23건, 월평균 유용액 116만 원을 주장하고 있다.

거제시는 이번달 12일 자원봉사협의회에 소속된 직원 1명이 '부당해고 철회 및 자원봉사센터 보조금 비리 의혹'을 폭로하자 부랴부랴 감사를 벌여 서둘러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민첩성을 보였다.

1개월에 평균 유용건수가 2.23건에 불과하고, 월 평균 유용액이 116만원에 불과한데 거제시가 그렇게 놀라 감사를 벌였을까?

거제시 감사 내용 중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혹은 1998년 7월 1일부터 거제자원봉사센터가 운영됐고, 자원봉사센터 운영은 자원봉사협의회가 한번도 바뀌지 않고 계속 맡았다.

거제시의 보조금을 받아서 운영되고 있는 자원봉사센터나 봉사단체의 협의회 성격을 갖는 자원봉사협의회는 이름에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단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따라서 자원봉사센터에 감사는 결국 자원봉사협의회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야 한다. 이번 감사는 3년 차에 접어든 자원봉사협의회 김 모 회장 임기에 국한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자원봉사협의회는 이번에 시의원에 당선된 이 모씨가 4년, 또 설 모씨가 4년 동안 자원봉사협의회 회장을 맡아, 자원봉사센터를 운영했는데 이 사람들에 대한 감사결과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거제시 주민생활지원과 김옥태 계장은 "2008년 이전의 자부담 통장을 찾지 못해 감사를 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자원봉사협의회 자부담 통장은 농협 구좌로 개설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자원봉사협의회 단체 명의가 부기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2005년 7월 6일 자원봉사협의회 회장 명의(자원봉사협의회 단체명 부기)로 개설된 자부담 통장
자원봉사협의회는 50개 자원봉사단체를 거느리고 있는 공공성이 강한 단체다. 자원봉사협의회의 주요 재원은 포로수용소유적공원 특산물 판매장 수익금, 후원금, 협의회 가입 봉사단체가 내는 회비 등으로 운영된다.

공공성이 강한 자원봉사협의회 중요단체 통장 자료를 회장이 바꿨다고 폐기처분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회장이 바뀌어 후임자에게 통장 거래 내역 등을 떳떳하게 인계하지 못했다면 현 회장 체제에서 저질러진 공금 유용이 그 전에도 관행처럼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자원봉사협의회의 주요 수입원인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특산물 판매장 수익금 사용실태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시설관리공단이 한해 400만 원의 낮은 임대료를 받고 자원봉사협의회에 운영을 맡긴 것은 자원봉사의 순수한 뜻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수익금은 공적으로 쓰여져야 함에도 씀씀이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 포로수용소 내 지역특산물 판매장에는 수익금이 자원봉사 사업에 쓰여지고 있다고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자원봉사협의회 자부담 통장에는 통상적인 후원금일 경우 10,000원, 100,000원, 1,000,000만원 등 금액 끝자리가 끊어지는 것 외에 xx2,000원, xxx,550원, xxx,300원, xxx,200원 등 금액 끝자리가 이상한 금액 수치로 끝난 것이 유난히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조금을 카드로 결재한 후 자부담 통장으로 돌려받은 의혹을 살 만한 건들이다.

한편 거제시는 거제경찰서에 '2008년 1월 1일 이후 집행에 대한 자체감사 내용 및 2008년 이전 집행사항 등'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했다.

2008년 이후에도 제대로 감사를 했는지 2008년 이전 자원봉사센터 집행사항에 대해서도 거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해 곧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거제시가 자원봉사협의회 명의의 자부담 통장을 찾지 못해 감사를 못했는지, 아니면 자료가 있는데도 어떤 연유인지 눈감아주었는지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거제경찰서는 거제시로부터 수사의뢰 받은 사항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전임 회장 명의의 통장 거래내역을 살펴보면 몇 년간 자부담 통장 거래 내역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거제경찰서는 이번 사건 덮기에 급급하고 있는 거제시의 공무원이 관련이 없는 지도 밝혀야 할 것이다.

거제시 보조금이 보조금 통장이 아닌 자부담 통장이나 다른 명의의 통장으로 전용된 사례도 없는지 조사해야 할 것이다.

전임 회장들도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거제시의 이번 감사에서 나에게는 불통이 튀지 않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 아니라 이번과 같은 공금 유용사례가 밝혀지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양심선언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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