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면 출신, 부산 거주 향인

■ ‘한국국보문학’ 시 부문 신인상 받아…초등 때 신문 투고가 글쓰기 동력 돼…평생 숙원 미지의 세계 입문에 뿌듯

“평생 숙원이던 시문학이란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돼 세상에 새로 태어난 것처럼 영광스러워요.”

90세인 올해 시인으로 등단한 옥치부(부산 연제구 거제동) 씨는 청년 못지않은 정열과 활력을 지녔다. 옥 씨는 올 2월 (사)한국국보문인협회가 발간하는 월간 <한국국보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잡지 역사상 최고령 등단 시인이다.

그는 30여 년 전 사별한 부인을 그린 ‘10월이 오면’, 새로 맞이한 부인과 30여 년간 살아온 여정을 동양화처럼 표현한 시 ‘당신을 만나고부터’, 고향에 대한 귀소본능을 표현한 ‘내 고향 거제 하청’ 등 시 7편을 제출해 <한국국보문학> 신인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로부터 “7편 모두 고른 수준을 유지하며 시적 감응을 충분히 일으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 옥치부 시인

“젊은 시절 시를 지어보았지만, 마음에 들 때가 많지 않았어요. 계속 주저하고 포기를 거듭하다 마지막 솟아오르는 시에 대한 의욕의 샘을 퍼 올리고 싶었죠.”

1931년 경남 거제 하청면에서 태어난 그는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약업사 자격증을 땄다. 부산 남구 문현동에서 60년째 한약방을 운영해오고 있다. 수십 년간 육신이 아픈 병자들에게 치료약을 조제한 그는 이젠 시인으로서 인간의 아픈 마음을 낫게 하는 시라는 마음의 약재도 다루게 됐다.

“경남 거제 하청초등학교 4학년 때, 경남도교육청에서 발행하는 어린이신문에 ‘풀 베기’를 주제로 쓴 저의 작문이 실렸죠. 그때 유명인사가 된 것처럼 느꼈던 기쁨과 자부심이 평생 글쓰기 동력이 됐어요.”

그는 1980년대 국립수산대(부경대의 전신) 산업대학원에서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로부터 수필 창작이론 등 수업을 받았다. 2005년 한국문인협회가 발간하는 <월간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내 마음의 요람> <누님의 텃밭> 등 두 권의 수필집도 냈다. 하지만 시인 등단에 대한 열망은 갈수록 커졌다. 시 습작을 틈틈이 했고 시 창작 이론을 독학했다. 20여 년 노력한 결과가 시인 등단으로 돌아왔다.

그는 보건복지부 전문한약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요즘도 90세 현역으로 감만동, 용당, 영도, 송도 등 부산항 세관창고에 보관된 수입 한약재의 이상 여부를 감별하는 관능검사를 펼치고 있다. 부산 남구 보건행정자문위원 등 봉사 활동을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과 부산시장 표창을 받았다.

그는 “지금 누리는 삶의 행복과 희열의 원천은 화목한 가정을 꾸리게 한 지금의 부인 이병임 씨와 자녀들”이라고 말했다. 이병임 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김영임 아리랑보존회 이사장의 전수자다.

옥 씨의 롤모델은 일본 시인 시바타 도요(1911~2013)이다. 시바타 도요는 92세에 세계 최고령 시인으로 데뷔했으며, 98세에 밀리언셀러 시집 <약해지지 마>를 냈다. 옥 씨는 “여생 동안 품위를 지키며 시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부산일보, 4월 7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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