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를 잃으면 무슨 말을 해도 믿지를 않는다"
민주당, 국민의힘 등 야당…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과 혁신 뒤따라야"

7일 전국적인 재·보궐선거가 실시된 후 며칠이 지났다. 지역 정치인들은 ‘강 건너 불’이어서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 조용하다.

2017년 5월 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 전체 유권자는 약 4,248만명이었다. 7일 치러진 재·보궐선거 유권자는 약 1,400만명이었다. 서울 964만명, 부산 338만명을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 선거가 이뤄진 유권자를 합친 숫자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 우리나라 전체 유권자의 약 ‘3분의1’이 투표 참여 대상이었다. 이번 선거에 전 국민의 표심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전국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 2명, 기초자치단체장 2명,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등 21명을 뽑는 선거였다. 서울·부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시작으로, 울산 남구와 경남 의령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전국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당선자 8명 중 국민의힘 5명,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1명이었다. 전국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당선자 9명 중 국민의힘 6명,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1명이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곳은 전남 순천시·고흥군 광역의원 선거와 전북 김제시, 전남 보성군 기초의원 선거에서 4명이 당선됐다.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에서만 당선됐다.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호남당’으로 철저히 고립됐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의령, 함양, 고성, 함안의 6개 재보궐선거에 5명의 후보를 냈다가 모두 낙선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8일 선거 후 성명을 통해 "재보궐선거 결과를 도민여러분의 채찍으로 새기고 더욱 분발하겠다"고 했다.

문희상(76) 전 국회의장은 이번 보선 결과를 묻는 질문에 “민심의 폭발, 민심의 쓰나미였다. 이럴 때는 백약이 무효다. 전략도, 정책도 아무것도 필요가 없다. 밀려오는 민심의 쓰나미로 그냥 초토화되는 것다. 거기에 이의제기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 현상을, 현장을 직사는 수밖에 없다.”

문 전 의장은 민주당이 선거 참패한 이유에 대해 “한마디로 신뢰를 잃은 거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를 잃으면 무슨 말을 해도 믿지를 않는다. 신뢰를 잃으면 국가와 공동체 의식이 없어지고, 지도자가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지금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덧붙여 ‘청와대, 국회, 행정부를 장악해 민주당 마음대로 하지 않았나’ 물음에 “국민들 불신이 커진 이유는 오만과 비효율성(무능) 때문이다. 국가 경영에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는 거제시 집권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힘 등 야당 정치인들에게 ‘큰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거제에서는 지난해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와 이번 재보궐선거를 거치면서 민주당에 대한 거제 민심은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전국적인 민심과 동떨어진 ‘민주당 우세 안심 지역’은 결코 아닐 것이다.

거제시는 거제시장을 비롯해 3명의 경남도의원, 16명 중 10명의 거제시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부패한’ 보수보다 진보가 나을 것이고, 일을 잘할 것이다는 판단에 지난 지방선거 때 민주당 소속 정치인을 대거 뽑아주었다. 젊기 때문에 더욱 더 열정적으로 일할 것으로 기대했다.

거제시장, 경남도의원, 거제시의원을 장악하고 있는 ‘거제 민주당 세력’이 거제 미래와 거제시정(市政) 운영에 능력을 보여주였는가? 지난 3년 동안 거제시정(市政)을 맡겨 놓았는데, 이루어놓은 것이 무엇인지? 몇 차례에 걸쳐 ‘돈풀기’ 재난지원금 준 것 외에는 시민의 뇌리에 각인(刻印)돼 있는 것은 별로 없는 느낌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지난 3년 동안 해 놓은 것이 뭐가 있느냐”고 묻는 시민이 많다.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여객자동차터미널, 행정타운, 거제경찰서 이전, 장목관광단지 등 거제 미래 명운이 걸린 중요 사안이 한 발짝도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이 중요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다. 거제시의원과 경남도의원들은 골치 아픈 사안은 모르는 척 애써 외면하고 있다. 

‘거제 현안’ 밀린 숙제가 너무 많다. 밀린 숙제를 남은 1년 동안 어떻게 풀 것인가. 

획기적인 반전 카드를 써야 할 것이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조차 ‘내년 거제 선거는 민주당이 어려울 것이다’는 말을 쉽게 한다. 뼈를 깎는 혁신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 동안은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치더라도, 지금부터 성과를 내야 한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8일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에 보내준 국민 성원은 국민의힘이 잘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더욱 더 낮은 자세로 국민 염원을 받들어 내년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 새로운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대한민국과 경남의 미래를 새롭게 열겠다"고 했다. 

거제 국민의힘을 비롯해 야당 정치인들도 거제시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거제시민·거제발전의 관점보다는 ‘당파적’ 이익에 치우친 점은 없는지 되물어야 할 것이다. 야당 정치인들은 거제 현안 파악 능력과 대안 제시 능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는 이념이나 정쟁보다는 합리적·포용적·실용적 사고를 가진 정치인을 선호하는 정치적 세대교체 요구가 분출된 측면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다. 나이만 젊다고 세대교체 주역이 될 수 없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 8일 퇴임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0대 할아버지’다. 이번 선거를 포함해, 민심을 정확히 읽어내고, 노무현·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을 승리로 이끈 '마이다스의 손'은 고령의 나이에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하는 데 있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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