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④]김범준 거제정책연구소장…부산광역시 서울본부장 4년 ‘행정 실무 경험’
“조선·기후·관광이 거제 3대 경쟁력이다. 산업화로 연결해야 한다”

지난 91년 3월 지자체 부활 이후 30년이 지났다. 강산이 3번 바뀐 긴 시간임에도 지방정치는 관선시대와 다른 큰 변화는 없었다. 이런 와중에 전국동시 지방선거(22년 6월1일)가 1년 앞으로 또 다가왔다. 이번엔 관선시대를 뛰어넘을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거제시 백년대계 초석을 놓을 수 있을까.

여야를 막론하고 거제시장을 꿈꾸는 후보군은 현재 10여명에 이른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후보군은 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거제인터넷신문, 뉴스앤거제, 새거제신문 3사는 거제시장 후보군을 순차적으로 만나 각자의 생각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3사 공동 보도’ 기사화하고 있다. 네 번째 인물로 국민의 힘 소속 김범준 거제정책연구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김 소장 인터뷰는 이달 초 양정동 소재 그의 연구소에서 가졌다. 이번 인터뷰는 신기방 뉴스앤거제 편집국장이 맡았다.<편집자 주>

전쟁 피난민의 아들로 태어난(장승포) 촌놈이지만, 도회지 풍의 윤기가 흐르는 미남이자 달변가. 시장 후보군 중 유일하게 학사·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중앙당 사무직과 국회의원 보좌관, 공무원, 대학교수, 방송패널 등을 두루 경험한 지식인. 3년 전 거제에 둥지를 튼 거제정책연구소 김범준(53) 소장의 대략적 이력이다. 내년 지방선거 국민의 힘 거제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그는, 거제 100년 미래를 위해 최소 시장 3번은 내리 해야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이달 초 양정동 소재 정책연구소에서 만난 그의 호기는 빈말이 아니었다. 인터뷰 내내 툭툭 뱉어내는 말들은 그대로 문장이 됐고, 정제된 단어의 표현력도 뛰어났다. 지역현안을 너무 잘 꿰뚫고 있었고, 거제의 정체성과 방향성, 미래비전에 대한 진단도 명확했다. 거제를 넘는 국가 어젠다에 대한 이해력도 매우 높았다. 한마디로 ‘준비된 후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쉬운 점은,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 도중, 방문자들이 하도 많아 세 차례나 인터뷰를 끊어야 했다는 점이다.

▲ 김범준 거제정책연구소 소장

■ "비단옷 입고 밤길 디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귀향 결심

각설하고, 김범준 소장이 고향 거제로 내려온 시기는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후다. 장승포초, 해성중을 거쳐 고교진학(진주 동명고)을 위해 고향을 떠난 이후 실로 오랜만의 귀향이었다. 부산대 법학 학사, 동 대학원 행정학 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미국 워싱턴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까지 지낸 화려한 스펙을 제쳐두고, 그는 왜 갑자가 거제로 내려왔을까.

“18년 지방선거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재선에 실패했다. 당시 부산광역시 서울본부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서 시장의 낙마로 나까지 거처(?)를 잃고 말았다. 서 시장을 만나 진로를 의논했다. 그때 서 시장이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다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당시 나는 부산이나 수도권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하리란 꿈을 꾸고 있었는데, 그런 생면부지(生面不知)에서의 정치활동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였다. 고민을 하면 할수록 서 시장의 말이 뇌리에 꽂혔다. 그래서 거제로 내려왔다”

김 소장은 당시 경기도 일산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수도권에는 부산·경남 출신 정치인들이 꽤 많은 편이다. 그들처럼 그도 수도권 특정지역에 둥지를 트면 정치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러나 그 길은 비단옷을 입은 과객의 밤길일 뿐이었다. 주변에서 알아주지 않는 허세보다, 집안 어른과 일가친척이 있고, 유년 시절 추억이 묻어있는 고향으로 내려가 정치활동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김범준 소장은 정치권과 꽤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의 정치적 인연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을까.

“부산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민주자유당(YS 시절) 사무처 공채에 응시해 합격했고, 중앙당 사무직으로 사회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국회의원(하순봉, 도종이)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직장생활 와중에 성균관대 대학원에 진학해 정치학(국제정치) 박사학위도 땄다. 박사학위를 따기 전인 2009년 9월 미국 원싱턴대에 동아시아연구소(East Asia Institute) 연구교수(Research Scholar) 자리가 나 미국으로 갔다. 2012년 8월 비자 만료 때까지 만3년을 그곳에서 북한 핵문제 등을 연구하고 강의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다시 새누리당 중앙당 부대변인을 맡아, 부산·울산·경남지역 언론을 주로 담당했다. 2014년 지방선거 전 경남도지사 새누리당 후보 경선당시 박완수 시장의 대변인 용병으로 투입돼 그를 도우며 인연을 맺었으나, 결국 후보는 홍준표 의원아 차지했다. 박 시장의 당내 경서 패배 뒤, 부산광역시 서병수 후보 선거캠프 기획을 맡았다. 서병수 후보는 당시 민주당 오거돈 후보를 꺾어 부산시장이 됐고, 서 시장과 함께 나도 부산시로 들어가 서울본부장으로 일했다.“

한 사람이 법학 행정학 정치학을 두루 섭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소장은 청치와 연관된 사회과학을 작정하듯 공부했고, 사회 첫발도 정치권으로 내딛었으며, 입문 이후 자기계발(自己啓發)에도 충실했다. 특히 그의 싹수를 알아본 서병수나 박완수 같은 정치거물들과의 인연이 이채롭다. 당내 실세로 꼽히는 이들 둘이 동시에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은 김범준 소장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김 소장의 정치적 무게가 예사롭지 않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 부산시 서울본부장으로 4년간 일하며 부산시정 매주 '스크린'

부산광역시 공무원으로 특채돼 서울본부장으로 4년간 일한 김 소장의 감회는 남달랐다. 김 소장 스스로 부산시 공무원으로 일한 4년을 자신의 뉸과 귀를 성장시킨 소중한 경험이라고 뿌듯해 했다.

“부산시에 들어가니 서울본부장으로 발령 났다. 내가 가기 전까진 서울사무소였는데, 부임하면서 서울본부장으로 직위를 올렸다. 조직전반에 대한 쇄신도 이뤄졌다. 근무인원을 늘리고(14명) 광화문에 있던 사무실도 국회방문이 쉬운 여의도로 옮겼다. 세종시에도 별도의 사무소를 뒀다."

"하는 일은 부산시 현안과 관련해 정부쪽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을 만나 내용을 설명하고 예산 및 법안 통과를 로비하는 일이다. 또 매주 월요일마다 부산에서 서 시장이 주관하던 실·국장회의에 참석, 부산광역시가 어떻게 운영되고 추진하던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곰꼼히 살폈다. 실제로 부산시가 2030 등록엑스포를 추진했던 일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엔 엑스포의 가치를 잘 몰랐는데, 이를 실무선에서 준비하다 보니 ‘이것이 부산의 미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가 거제에 내려와 처음으로 제시한 정책공약이 ‘2027 거제 배 엑스포’ 유치였던 것도 이 같은 경험과 학습효과 때문이다“

김범준 소장이 2018년 6월 거제로 내려와 준비했던 정치활동은 지난해 4월 치러진 총선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내 경선 벽에 부딪혀 본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내년 지방선거 시장 직에 도전한다. 이 장면에서 퍼뜩 떠오르는 게 과거 우리가 숱하게 봐 왔던 ‘출마 반복’ 정치낭인들의 행태다. 다소 억울(?)할 이 물음에 그는 어떤 대답을 할까.

“정치를 배우면서 국회의원도 광역시장도 다 모셔봤다. 그 과정에서 내가 느낀 건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부심이었다. 국회의원이든 시장이든 기회가 된다면 잘 할 자신이 생겼다. 다만, 어느 한 자리를 맡는 리더가 된다면 반드시 3차례(3연임)는 그 자리를 지켜, 시대가 부여한 책무를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정치적 벼슬을 탐내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내가 거제에 내려와 처음 치러진 선거가 총선이라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것일 뿐, 더 이상의 의미나 욕심은 없다”

국민의 힘 거제시장 후보군 중 자치단체장의 역할에서 정치영역을 축소하고, 기업 경영마인드 도입을 통한 행정 쇄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야권 후보군 중 정치역역에 가장 맞닿아 있는 그의 생각은 어떨까.

“행정의 기업경영마인드를 주장하는 사람들 중 행정을 경험했거나 행정학을 공부했거나 공무원 생활을 해 본 사람이 있나. 나는 국회와 부산시에서 10년 넘는 공직경험을 해 봤고, 행정학도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이다. 사업하던 사람들이 내세울 방편이 마땅치 않으니깐 경영 경영 한다. 행정은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행위다. 사업은 돈만 벌면 되지만, 돈 버는 마인드로는 행정을 할 수가 없다.”

“거제시는 작은 조직이 아니다. 지역현안도 세세히 알아야 하고, 공익의 방향성도 명확히 짚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거제시가 어디를 상대로 일을 하나. 중앙부처와 협업해 일을 하고, 중앙정치권을 상대로 설명과 설득을 반복해야 한다. 주식회사나 경영 어쩌고 하는데, 자신들이 행정경험이 있었거나 정치경험이 있었다면, 그걸 더 강조했을 거다. 그게 없으니깐 그런 얘기를 한다. 행정경험이 없던 사람이 행정의 리더가 됐을 때 어떤 폐해가 있는지, 지금 우리는 잘 보고 있지 않느냐.“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마인드와 공익을 추구하는 행정행위는 근본부터 다르다는 설명이다. 행정은 모든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익에 접근하는 것으로, 기업경영 마인드를 행정행위로 착각하면 공익에 심대한 훼손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김 소장은 덧붙였다.

■ '거제김범준' 유투버로 시민과 소통 …지역현안 등 매주 3편 업그레이드

김범준 소장은 거제에 내려온 직후부터 거제정책연구소를 개설해 거제지역 각종 현안에 접근하며 SNS지역현안 등 매주 3편 업그레이드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가 소통하는 방식은 주로 유투버(포털에서 ‘거제김범준’을 치면 접근 가능)다. 그동안 밴드나 페이스북 등을 통한 SNS 소통은 많았지만, 유투버를 통한 현안접근은 지역 정치인 중 그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고정코너 3개를 운영하며 매주 동영상을 업데이트 한다. 월요일에는 대우조선 매각문제, 수요일에는 지역현안을 다루는 ‘우찌돼가노’, 금요일에는 ‘우리동네이야기’라는 코너를 각각 업데이트 한다. 현재까지 고정 구독자만 1750 여명이고, 올라간 동영상도 기존 자료집까지 합치면 수 백편에 이른다. 특히 ‘우찌돼가노’를 통해 지역현안에 접근한 동영상은 논란이 된 지역 이슈가 총망라돼 있다. 내용의 깊이나 메시지도 분명하다.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자신을 효율적으로 알리고 지역현안을 두루 살피는 그의 진면목이 잘 드러남을 알 수 있다.

특히 고현동 도시재생사업이나 양정동 아이파크2차 이익금 환수 문제는, 그가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대표적 지역 현안이다. 그는 고현동 도시재생사업을 “나랏돈과 지방비, 시민세금을 갖고 도시재생이라는 미명하에 엉뚱한 헛짓거리를 했고, 사업비의 70%를 건물 사는데 쓰면서 누군가의 이득만 챙겨준 정말 문제가 많은 사업”이라고 규정하며, 작년 9월에 관련 증거자료를 모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범준 유투버에는 이와 관련된 문제점을 2편으로 나눠 1시간 넘게 다루고 있다.

시의회 특위까지 구성된 양정동 아이파크2차 이익금 환수문제도, 그의 유투버에서 2편으로 나눠 지적한 현안이다. 핵심은 농림지를 택지로 바꿔주는 특혜를 주는 대신, 개발이익금 중 10%를 제외한 나머지는 거제시가 환수해 도로 등 기반시설을 설치키로 해 놓고, 공무원들이 이를 제때 받지 못해 시민세금으로 도로를 만들고 있다는 것. 더구나 경남도 감사에서 개발이익금 231억원 중 시행사 몫 10%를 뺀 142억원을 거제시가 환수해야 된다는 지적을 받고서도, 이를 제때 받지 않고 미적거리다 이제는 못 받을 상황이 돼버렸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김 소장은 특히 시의회가 특위를 구성해 이 문제를 파헤치면서 핵심증인으로 불러야 할 내부 고발자를 증인대상에서 제외시켰다며, 특위의 진정성에도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당정치 하에서 단체장은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경쟁력 있는 본선 후보가 될 수 있다. 정당공천에 대한 자신감은 얼마나 서 있을까.

“국민의 힘에서 거론되는 후보군은 꽤 되지만, 실제로 출마의사를 밝힌 사람은 4~5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때가되면 경남도 공관위가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경선후보 3명 정도를 추릴 것으로 예상한다.”

“거론되는 후보군들 모두가 자질이 뛰어난 분들이지만, 나는 다른 후보군들과 다른 이론과 실무경험을 갖고 있다. 시정운영을 위한 지역현안 이해력, 행정경험, 중앙정부나 국회와의 관계설정에서 다른 사람들 보다 훨씬 앞선 위치에 있다고 자부한다. 무엇보다 나는 부산광역시정을 4년간 매주 마다 스크린 했던 사람이다. 사업만 했던 사람들과는 행정에 대한 기본마인드가 다르다. 시민들도 이를 잘 알 것이라 믿고 있다.”

향후 10년 내에 거제를 바꿀 많은 일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 대목에선 준비된 후보가 시정을 맡는 게 낫다. 이제는 준비된 리더가 필요하다. 시정을 또 시험 삼아 해보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느냐“

■ 조선·기후·관광이 거제의 3대 경쟁력 …산업화로 연결해야

김범준 후보가 시장이 된다면 어떤 거제를 만들어 갈지가 궁금했다. 이른바 시정의 방향성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많은 얘기를 했다. 여건상 그의 얘기 전부를 다 옮길 수는 없지만, 강조하고자 했던 핵심내용은 간추려 정리했다.

“최근 거제시가 2030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수립 중간용역을 발표했다. 나는 신문기고를 통해 이 계획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2억7000만원을 들인 이번 종합발전계획 용역은 중장기가 아닌 단기계획인데다 계획수립 시기도 틀렸고, 내용도 부실하기 그지없는 시장의 공약개발에 불과하다는 요지였다.”

거제는 다른 지역과 다른 3가지 경쟁력을 갖춘 도시다. 첫째가 조선, 둘째가 기후, 셋째가 관광이다. 우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한 도시 안에 세계적 제조업이 2곳이나 되는 곳은 거제밖에 없다. 때문에 거제시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좋든 싫든 조선을 알아야 하고, 조선산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조선산업에 대한 기본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거제의 리더가 돼서는 결코 안 된다.”

“둘째가 따뜻한 기후다. 우리는 지금까지 거제의 따뜻한 기후를 산업화시키는 개념이 없었다. 미국에서 경험한 일이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곳(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을 찾아 이동한다. 나이가 들수록 날이 추우면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제는 비슷한 기후를 지닌 제주와는 또 다르다. 제주는 바람도 많이 불고, 기상이 나쁘면 교통편리 끊기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아열대의 따뜻한 기후인 거제는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불어도 교통편이 끊기지 않는다. 1년 내내 골프도 칠 수 있고, 제대로 된 시설만 갖추면, 미국의 괌 못지않은 겨울 전지훈련장으로 각광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시설을 갖춘 요양원이나 휴양시설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거제의 따뜻한 기후를 이용한 대체산업 발굴은 얼마든지 무궁무진하다.”

“셋째가 관광이다. 10분만 차를 타고 나가다 보면 천혜의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이 거제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지금까지 관광산업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산업으로 연결시켜야 돈이 되는데, 지금은 그 좋은 경관에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 관광을 산업화 할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관광을 산업화시키려면 SOC 인프라를 갖춰야 하고, 시민 의식수준도 바꿔야 하는 등의 일련의 전제조건이 있다. 다행히 우리 거제에는 향후 10년 내에 이런 찬스가 온다. 이를 잘 활용하고 준비한다면, 머잖아 거제는 관광산업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조선과 관광산업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후의 산업화는 지금까지 나온 적 없는 새로운 개념이다. 물론 전지훈련장 같은 단편적 제안은 있었지만, 기후를 산업화로 연결하자는 시각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사회과학 전반을 섭렵해 온 그의 진면목이 그대로 녹아있다. 거제의 정체성을 ‘피(避)포(包)구(救)’에서 찾고, 이를 기후의 산업화로 연결시켜 피한지나 피서지, 포용과 구조·구원의 도시개념으로 인식한다면, 얼마든지 상상 가능한 산업분야다.

■ 카지노 포함된 복합리조트 조성이 거제관광의 미래

관광의 산업화는 오래된 화두이자 풀어야 할 숙제다. 관광지에서 관광산업으로 연결해 돈을 버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뭔가의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방법론을 재차 물었다.

“2016년 박근혜 정부당시 광역지자체를 상대로 복합리조트 조성을 공모한 적이 있다. 복합리조트는 2010년 싱가폴에서 2개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린 사업이다. 핵심은 리조트 지구 안에 카지노를 유치하고, 여기에 보태 컨벤션, 오락, 음식, 관광시설 등 별걸 다 집어넣는 방식이다. 리조트 내에 카지노가 있다고 해서 노름만 하는 곳이 아닌 가족이나 단체 등 누구나 찾아와서 회의하고 관광하며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는 일이다. 리조트 내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관광도시에서의 카지노는 이제 필요악이다. 미국에서도 하와이 등 2개주만 빼고는 전부 카지노 영업규제를 풀었다. 관광도시에서의 술과 유흥업은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보기도 한다."

"당시 우리나라도 싱가폴 사례를 보면서 관리만 잘하면 돈을 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시설공모를 한 것이다. 그때 인천 영종도가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조성 공모에 당선돼 지금도 공사 중에 있다. 영종도는 공항을 낀 곳이라 개장할 경우 중국인 등 상당한 관광객을 불러 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합리조트 공모 당시 경남도도 ‘진해만 글로벌 테마파크’라고 해서 부영과 같이 1조5000억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제안했었다. 진해만 앞 조그만 섬과 부산 로봇랜드, 거제장목관광단지 등이 포함된 진해만권 복합리조트 개념이었으나 정부 심사에서 탈락했다. 당시 홍준표 도지사가 정부결정에 반발하며 민자 추진을 강행하려 했으나 재선에 실해하면서 무위에 그쳤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와 컨벤션 시설만 갖추면 따뜻한 기후와 천혜의 경관을 갖춘 거제에선 언제든 대박을 칠 수 있는 관광산업이다. 문제는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제한. 현재 우리나라엔 카지노가 17곳이 있지만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은 강원도 정선이 유일하다."

"강원도 정선의 내국인 전용허가는 관광진흥법상 이뤄진 조치다. 석탄산업 쇠락으로 먹고살기 힘든 도시가 되니 정부에서 대체산업 형식으로 배려한 게 정선카지노다. 2015년 기준 정선카지노 연매출이 1조5000억이다. 이 가운데 순 매출액의 25%를 지역발전기금으로 내놓고 있고, 카지노 관련 종사자들도 전부 지역주민들로 채우고 있다. 한마디로 강원도 정선은 카지노 하나로 먹고사는 셈이다."

"문제는 정선카지노의 내국인 출입허용이 관광진흥법상 특례조항에 의한 10년 한시법이라는 점이다. 지난 95년 제정이후 벌써 두 번이나 연장허가가 갱신됐다. 오는 2025이면 또 10년 연장을 시도할 것이다. 카지노가 돈이 된다는 걸 아는 다른 지자체들이,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2024년쯤이면 우리도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카지노를 허가해 달라는 요구가 봇물처럼 터질 것이다. 정부에서도 정선카지노의 한시법을 또다시 연장허가 해 주되, 대신 국내 2~3군데를 더 지정해 내국인 전용카지노를 허가해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내국인 전용 카지노 확대가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원래 카지노는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이 많이 이용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못지않게 많이 간다. 내국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강원도 정선밖에 없다보니 지금은 일본으로 엄청 몰려간다. 그래서 뿌려지는 돈이 2011년 기준 연간 2조원쯤 된다. 일본이 싱가폴의 복합리조트 성공이후 카지노를 오사카 등 4개 도시로 확대하면서 비롯된 결과다. 일본의 카지노 확대 이후 정선카지노 이용객의 절반이 일본으로 간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심각한 국부유출로 인식되기도 한다. 한시법 연장이 이뤄지는 25년 이전 내국인 전용카지노의 2~3곳 확대가 불가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알고 전북 새만금 등에선 벌써부터 카지노 유치를 위한 로비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관광산업을 꿈꾸는 거제시도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 석탄산업 쇠락에 따른 대체산업으로 생성된 강원도 정선처럼, 거제시도 조산산업지원특례법을 제정하면 얼마든지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잘사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자체 소득도 중요하지만, 시장상황을 보고 외부 돈이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외부자금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사람을 모으고 그들이 소비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을 끊임없이 창출해 내야 한다. 그래야만 도시의 부가가치가 올라가고, 결국 잘 사는 거제가 될 수 있다.“

김범준 소장이 말한 거제관광산업의 미래는 결국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조성이었다. 그런 규모 있는 시설유치가 없다면 거제는 결국 스쳐가는 관광지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거제대 총장을 지낸바 있는 최덕규 교수도 거제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규모 있는 랜드시설 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었다.

■ 중차대한 향후 10년, 최적임자 잘 선택해야

지자체장 정당공천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중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정치권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김범준 소장은 결국 국회의원을 지향할 것이고,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서일준 의원이 김 소장을 견제할 것이라는 억측도 많다. 이를 모를리 없는 김 소장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1년 전 국회의원에 도전했던 건 귀향이후 치러진 첫 선거가 국회의원 선거였기 때문이지, 꼭 국회의원을 해야 되겠다는 신념은 아니었다. 지자체 부활이후 벌써 30년이 흘렀다. 지자체장 위상 또한 국회의원 못지않게 크고 넓다. 지자체장도 충분히 자기소신을 갖고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자리이자 시대다. 거제시장 하다가 국회의원 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국회의원과 광역시장을 곁에서 모시다보니 ‘나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지, 특정 직에 대한 집착이나 욕심은 전혀 없다. 거제시장이 되면 반드시 내리 3선을 한다는 각오로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회의원과 시장의 정당이 엇갈리면 일 추진에 상당한 애로를 겪게 된다. 시장은 국회의원직을 탐내는 것이 아닌 같은 당 국회의원과 코드를 맞추는 일이다.”

조선산업 불황에다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모두가 어려워졌다. 조선업이 잘 나갈 때 낙수효과에 취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과오가 뼈져리는 거제시다. 그렇다고 거제시 미래를 거제시민 모두가 다 고민해야 할까. 그건 리더들의 몫이다. 그 리더를 꿈꾸는 김 소장에게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할 당부 말을 물었다.

“거제는 과거 조선산업 호황기 때 불황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하지만 향후 10년 이내에 거제가 다시 설 수 있는 기회가 또 한 번 찾아온다. 지척에 공항이 들어서고 광역교통망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는 정말 리더를 잘 뽑아야 한다. 능력과 재주는 다르다. 돈 버는 데는 재주가 필요하지만, 행정을 하는 데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거제미래를 위해 누가 가장 적임자인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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