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관광단지, 1년 넘게 생태·자연도 놓고, 답보상태…'되는 것이 없는 거제'
'행정력·정치력' 부재…4천억원 투자자 경동건설 '답답'…주민 행동 나서

거제시 행정은 ‘코로나 재난지원금’ 재빨리 나눠주는 것 외에는 속 시원히 제대로 추진되는 일이 없는 느낌이다. 답답하기 그지없다. 지역구 국회의원도 유권자도 얼마 되지 않는 동네 일이라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식이다.

남부관광단지 조성예정지에 포함된 사업부지 중 일부 부지의 ‘생태·자연도 등급’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2016년부터 탑포관광단지 이름으로 시작된 ‘거제 남부 관광단지’가 5년이 다 돼 가지만 인허가 절차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거제남부관광단지’는 남부면 탑포리 일원 369만3,875㎡(육지부 329만5,622㎡, 해면부 39만8,253㎡) 부지에 27홀 골프장, 콘도미니엄, 관광호텔, 연수원, 생태체험장, 워터파크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7년 11월 경남도에 관광단지 지정 승인 신청을 한 후, 2019년 5월 16일 관광 단지 지정 승인을 받았다.

생태·자연도는 토지이용 및 개발계획의 수립과 시행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환경부 장관이 산, 하천, 내륙습지, 호소 (湖沼), 농지, 도시 등에 대하여 자연환경을 생태적 가치, 자연성, 경관적 가치 등에 따라 등급화하여 작성된 지도이다.

1등급 권역은 자연환경 보전을 원칙으로 하는 지역이다. 2등급 권역은 자연환경의 보전을 원칙으로 하되, 제한적 이용과 개발 대상이 되는 지역이다. 3등급 권역은 개발 또는 이용의 대상이 되는 지역이다. 별도관리지역은 원래 관리 목적에 맞춰 관리되는 지역이다.

생태·자연도는 식생, 멸종위기 야생생물, 습지, 지형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식생이 큰 영향을 미친다.

식생보전등급은 국내의 자연환경 중 생태계를 구성하는 풀·나무 따위의 식물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이를 다섯 개로 구분하여 평가하는 등급이다. 로마자 표기로 ‘Ⅰ등급, Ⅱ등급, Ⅲ등급, Ⅳ등급, Ⅴ등급’으로 나뉜다.

남부관광단지 지정을 받을 때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은 6만2,500㎡로 전체 사업부지 1.8%였다.

2019년 6월 환경단체가 사업부지 내 일부 부지에 대해 생태·자연도 등급 상향 조정을 요구했다. 2019년 10월 국립생태원은 생태·자연도 개정 고시안을 공고했다. 국립생태원은 사업부지 내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100만㎡ 이상 늘렸다. 육지부 약 30%를 1등급지로 묶었다.

거제시와 사업자가 이의를 제기했다. 2020년 7월 17일 국립생태원 환경부 고시를 통해, 1등급지를 관광단지 지정 승인 받을 때 근접하는 약 6만㎡로 축소해, 고시했다.

▲ 붉은 선 안

지난해 7월 고시 후 환경단체는 생태·자연도 전면 재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9월 사업부지 중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약 120만㎡로 묶는 수정 공고를 했다.

거제시와 사업자는 묶인 생태·자연도 1등급지 중 56만㎡를 1등급지서 제외해달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8월 6일 생태·자연도 수시고시 일부 수정·보완 국민열람을 공고했다. 이의신청 부지 중 해제된 면적은 7만㎡, 약 12.8%에 그쳤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들이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현지 조사를 했다.

2019년 국립생물자원관, 낙동강환경유역청 현지조사, 2019년 8월 21일 국립생태원 현지조사, 2019년 8월 29~30일 국립생태원 현지조사 등 세 차례 했다.

2020년 8월 5~7일 국립생태원 현지조사, 2020년 11월 24~25일 국립생태원 현지조사, 2021년 5월 26~28일 국립생태원 현지조사, 2021년 7월 12~13일 국립생태원 현지조사를 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현지조사만 일곱 차례다. 통상적으로 식생보전등급 ‘Ⅱ등급’은 생태·자연도 1등급, 식생보전등급 ‘Ⅲ등급’은 생태·자연도 2등급으로 분류됨을 알 수 있다.

▲ 식생정밀조사도 조사할 때마다 들쑥날쑥이다.
▲ 식생정밀조사 식물군락 유형이 조사할 때마다 들쑥날쑥이다.(2021. 8. 6)

식생보전등급 ‘Ⅱ등급과 Ⅲ등급’ 분류기준을 살펴보면, 판단기준이 다소 모호하다. 이렇게 보면 ‘Ⅱ등급’으로, 저렇게 보면 ‘Ⅲ등급’으로 나눌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다.

▲ 식생보존등급 분류기준

이렇게 되다보니 환경 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면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했다가, 또 거제시 사업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생태·자연도 2등급으로 완화했다가 ‘들쑥날쑥’이다.

부산일보는 11일 기사에 “환경부(국립생태원)가 여론 눈치 보며 4번식이나 수정했다”며 “환경부 ‘갈지자 행정’에 거제 남부관광단지 ‘비틀비틀’” 제목으로 꼬집었다.

거제남부관광단지 탑포마을 대책위원인 강차정 전 거제시의원은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 왜 환경부(국립생태원)가 이쪽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이렇게 휘돌리고, 저쪽에서 뭐라 하면 저렇게 휘둘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강 전 의원은 또 “남부면이 면으로 승격될 때 인구가 4,600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600명이다. 면마저 존립 위기에 처해 있다. 남부면은 참담한 현실이다”며 “가난한 오지마을 주민들이 좀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여기저기서 훼방이나 놓고 자신들의 이익이나 챙기려 한다면 그게 제대로 된 세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부마을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탄원서'를 작성해 환경부·국립생태원 등 요로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광단지가 이미 지정 승인·고시는 됐고, 지난해 4월 관광단지 조성계획 승인 신청했지만, 1년 넘게 답보상태다. 사업면적이 명확히 확정돼야, 도시관리계획 변경,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등 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조성계획 승인·고시에 이어 공사에 착수할 수 있다.

예상 총 사업비는 4,152억원이다. 경동건설측은 당초 1단계는 2023년까지, 2단계는 2026년까지, 3단계는 2028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공사 착공과 마무리도 시일을 잡기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

경동건설주식회사는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21년 시공능력 평가액 전국 55위 회사다. 시공능력평가액은 6,535억원이다. 부산에서 동원개발, 엘티삼보(주), (주)한진중공업에 이어 4위 업체다.

거제시는 지난 5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5월 6일, 변광용 거제시장이 한정애 환경부 장관을 만나 남부관광단지 적기 추진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무엇을 협의해 ‘적기 추진’이라고 말하는 지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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