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국도 14호선 남부~일운’ 개량 사업 예타 통과 '내가 했다'고 보도자료 먼저 내기 경쟁
"예타 통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5개년 계획에 건설 우선 순위 앞당기는 것이 중요"

기획재정부는 이번달 24일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어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에 포함될 후보 사업을 놓고 일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5개년 기간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다.

이날 위원회서는 종합평가 결과 AHP 0.5 이상인 38개 사업과 안정성 평가 결과 종합위험도 50% 이상인 18개 사업, 제2차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12개를 각각 발표했다.

‘국도 14호선 거제 남부~일운’ 2차로 개량 사업은 ‘안전성 평가 결과 종합위험도 50% 이상’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18개 사업 중 1개 사업이다. 18개 사업은 모두 2차로 개량 사업이다.

기획재정부 발표에서 ‘거제 남부~일운’ 2차로 개량 사업은 18개 사업 중 14위에 랭크돼 있다. 이번 사업은 일운면 지세포리~남부면 저구리까지 총 연장이 14.3㎞이며, 사업비 2,022억원은 전액 국비로 투입된다.

사업기간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인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되었다고 해도, 이 기간 동안에 공사를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기간 동안에 2차로 개량 사업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진행한다고 보면 타당하다.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전략환경영향평가, 관계기관 협의, 총사업비 협의 등이 빠르게 진행되면, 이 기간 안에 착공할 수도 있다. 행정절차 진행 기간이 길어지면, 이 기간 안에 착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거제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도·국지도 건설 사업을 보면 알 수 있다.

연초면 송정IC에서 문동IC까지 연결하는 국지도 58호선 연장사업은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시점은 2012년 7월 23이었다. 2016년 5월 26일 국토부 장관 고시(제2016-573호)를 통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인 ‘제4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에 국지도58호선 송정IC~문동 4차선 신설이 포함돼 발표됐다.

국지도 58호선 송정IC~문동구간이 제4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됐지만, 아직 착공을 못하고 있다.

‘국도14호선 사등~장평 6차로 확포장’도 제4차 국도·국지도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됐다. 이 사업은 경남에서는 1순위, 전국 5순위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총사업비 협의가 끝나지 않아 아직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거제시 부시장을 한 허동식 경남도 도시교통국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일괄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큰 고비를 넘겼지만, 제5차 5개년 계획의 조기 건설 우선 순위에 최종 반영되는 순간까지 방심할 수 없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기획재정부 심의·의결 내용을 받아들여 9월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성 평가로 예타를 통과한 38개 사업과 안전성 평가로 통과한 18개 사업 들어가는 예산은 수조원에 달한다. 이번에 예타를 통과한 여수~남해 해저터널은 사업비가 6,824억원이고, 천안 성거~목천 국지도 5,365억원, 전남 신안군 추포~비금 국도는 3,827억언 등 사업비 예산 확보가 만만치 않다.

허동식 국장이 언급한 것처럼, ‘조기 건설 우선 순위’에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토부가 건설 5개년 계획을 발표할 때, 건설 우선 순위를 매겨 발표한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예비타당조사 결과 일운~남부 2차로 개량은 18개 사업 중 14번째 기록돼 있다. 국토부 최종 발표에 순위를 얼마나 올리느냐가 조기 착공 관건이다.

▲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내용 중 일부

거제시는 예타 통과를 기다렸다는 듯 24일 재빠르게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까지는 변광용 시장이 국회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등 관계부처를 10여 차례 이상 방문하고, 해당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절실함을 읍소한 결과로 결실을 맺게 됐다”고 공치사에 나섰다.

서일준 국회의원도 하루 뒤 25일 “총선 공약,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연이 있는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과 독대, 국토교통부·부산지방국토관리청·경남도 실무진과 집중 협의, 예결위 질의 등을 통해 예타 통과 성과를 얻어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래도, 서 의원은 보도자료 끝에 “함께 애써주신 거제시·경남도·국토부 공무원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변광용 시장은 24일 오후 페이스북에 본인이 직접 글을 남겼다. 변 시장은 “BC가 낮아 불가능한 사업을 심한 굴곡 및 노후화 등 안전성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통해 이뤄낸 결과라 더욱 기쁩니다. 국회와 기재부, 국토부 등을 수차례 오르내리며 달려 온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김태수 국장, 김천식 과장, 김성기 과장, 김대봉 특보님 등 직원들의 노고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고 한번 더 마음을 드러냈다. 

▲ 변광용 거제시장 페이스북 게시글. 일운~남부 구간은 2차로 개량인데, '확장 및 개량'으로 밝혀놓아 의아스럽다. 

서일준 국회의원이나 변광용 시장이 밝힌 보도자료·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의 모든 공(功)은 거제시민에게 돌립니다’는 겸손한 자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그릇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눈에 훤히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 불안한 모습만이 온전히 드러난다. 안스럽다.  

박환기 거제시 부시장이 26일 페이스북에 “이번 일운~남부구간 예타 통과는 평가 기준 개편, 최초로 안전성 평가를 인정받은 점, 비수도권 지역균형발전 배점 상향, 수도권 경제성 통과 점수 상향 조정 등 예비타당성 조사 운용치침이 2019년 4월 바뀐 결과다”고 일침을 놓았다.

▲ 박환기 거제시 부시장 페이스북 글
▲ 예비타당성 조사 운용지침 중 일부

지역구 현안을 놓고 서일준 국회의원과 변광용 거제시장이 ‘이 일은 내가 했다’고 보도자료 내기 경쟁 모습은 가관이다. 시민은 누가 했는지 다 알고 있다. 요즘 들판에 벼가 익고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지역 정치인들이 벼 한 톨만큼의 겸손함으로 시민에게 고개 숙이는 모습을 언제쯤 보게 될까.

노자 ‘도덕경’ 66장이 언뜻 머리에 떠오른다.
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故能爲百谷王(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이기선하지 고능위백곡왕)
是以欲上民 必以言下之 欲先民 必以身後之(시이욕상민 필이언하지 욕선민 필이신후지)
是以聖人處上而民不重 處前而民不害(시이성인처상이민불중 처전이민불해)
是以天下樂推而不厭 以其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시이천하락추이불염 이기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

바다가 모든 물의 으뜸이 될 수 있는 것은 자기를 낮추었기 때문이다.
백성 위에 있는 자는 말로써 스스로를 낮추어야 한다.
백성 앞에 서고자 하면 반드시 자신을 백성 뒤에 두어야 한다.
이러해야 성인이 위에 있어도 백성은 무겁다 여기지 않는다.
앞에 있어도 해롭다 여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천하가 기꺼이 그를 받들어도 싫증내지 않는다.
다툼이 없다.
그 누구도 성인과 다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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