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송 거제비전연구소 이사장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거제시 공직사회와 공무원에 대한 기고를 메일로 보내와 한꺼번에 묶어 게재한다.(편집자 주)

▲ 정연송 거제비전연구소 이사장

(1) '거제시 행정, 人事가 萬事다'

거제시의 수많은 일을 해내고 있는 곳이 시청(市廳)과 면.동 사무소, 산하 사업소이며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 분들이 '공무원'이다.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정책들은 그들의 눈과 귀, 두뇌, 손과 발로 완성된다. 

행정 시스템의 최일선 각자 맡은 분야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공직윤리와 복무규정에 따라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인사시즌은 말할 것 없고, 비시즌에도 시청의 안과 밖에서 볼멘소리들이 들려 나온다. 

1천명이 넘는 공무원 모두가 마음에 쏙 들만한 인사 정책을 구현하긴 힘들다. 그러나 지금의 꾸준한(?) 불협화음은 조직에서 나오는 ‘경고 신호’로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인사의 기본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일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이치다. 그럼에도 경고신호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 단순한 인사 불만이 아닌 이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거제시지부 자유게시판에는 인사 관련 게시물이 자주 오른다. 노조의 대응을 요구하는 글도 보인다. 최근에는 익명의 공무원이 상급자 갑질 문제로 언론사에 제보해 보도가 나온 일도 있었다. '갑질 피해자 조사 및 구제위원회 구성'도 제안되었다. 공무원이 언론사에 제보까지 할 일이 어디 흔한가?

공무원노조는 갑질 논란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철저한 사실조사를 촉구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직소민원실 인사와 관련한 의혹글이 게시되었고 블라인드 처리되기도 하였다. 이는 인사 시즌에 나타나는 단순한 인사 불만으로 치부할 수 없고 '고질적 폐해'라는 인식으로 도달하게 한다. 이러한 명제가 무리한 인식일까?

대다수 공무원의 사기가 진작되어야 거제시의 정책들이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거제시 발전의 큰 부분을 좌우하는 것이 <공무원 사회>이다. 이들의 노력 없이는 거제시 발전을 담보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획기적인 정책을 발의해도 이들의 눈과 두뇌, 손과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들이 눈과 귀를 닫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거제시와 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공무원 인사는 연공서열도 중요하지만 자질과 성과에 근거한 근무평정, 하위직과 기피격무부서 공무원의 고충을 반드시 잘 헤아리는 인사 정책이 되어야만 한다. 지금의 경고 신호를 그대로 놓아두어선 안된다.

모 시의원의 지적처럼 인사발령 시 전임부서 근무 기간을 고려하고, 업무 인수인계를 철저해야하나 허술하게 다뤄 문제가 생긴다. 최근 3년간 거제시의 정기 인사이동 결과, 6급 이상 다수 공무원들의 전임부서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무 파악과 연속성에 불필요한 낭비를 초래한다. 아주 틀별한 경우 외에는 최소 1년 이상 근무한  후 이동해야 한다. 외부나 간부의 입김이 인사에 영향을 주어선 절대 안된다.

급격한 증원으로 2010년 956명이던 공무원이 2020년도에는 1,207명이 되었다. 조선불황과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지역 경기 침체를 타개하고 미래 성장 기반 구축 4개 부서 20개 담당이 신설되면서 대규모 전보인사시 업무소홀은 당연히 대외 신인도와 청렴도 저하로 드러났다. 

그래서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거제시 발전을 담보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라면 더 더욱 들어맞는 금언이라 할 것이다.

(2) 공무원이 세상을 바꾼다

코로나19로 세상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융합’시대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대전환의 시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닥친 셈이다.

■ 무사안일이 빚은 인재 ‘동일본 대지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에 지진이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비롯, 피해액만 170조원에 사망자가 2만 여명에 달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컬어지는 이 지진으로 지구상에서 ‘재난’,‘재해’에 대한 대비가 가장 뛰어나다던 일본의 자존심도 함께 무너졌다. 진도9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고 대응하는 메뉴얼이 없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수많은 지질전문가들이 초강력 지진이 올 것이라 경고했지만 늘 해오던 것에 안주한 일본정부의 안일함이 빚은 인재였던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준 교훈은 분명하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 공직자들이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공무를 집행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삶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우리 거제시도 대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KTX 고속철도’와 ‘가덕신공항’. 하늘길과 철길이 열리면서 우리 거제시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사뭇 기대된다. 조선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한 절호의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회’와 ‘위기’는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다. 반 발짝만이라도 앞서 준비하는 자는 ‘기회’를 얻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 지금이 ‘말뫼의 눈물’을 기억할 때다

‘말뫼시’는 한 때 스웨덴의 대표적 조선산업 도시였다. 하지만 조선경기가 침체되면서 ‘말뫼시’ 산업전체가 붕괴됐고, 급기야 조선소의 상징물이었던 크레인이 대한민국 현대조선소에 매각됐다. 시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삶의 터전이었던 말뫼시를 떠났다.

이렇듯 암울하기만 했던 ‘말뫼’에 회생의 기회가 찾아온다. 덴마크 코펜하겐과 말뫼시를 잇는 ‘외래순 대교’ 건설 계획이 확정되면서다.

말뫼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도시계획 등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갔다. ‘외래순 대교’가 개통되자 떠났던 시민들이 돌아오고 급기야 ‘말뫼시’는 스웨덴 제3의 도시로 성장했다.

만약 말뫼시장과 공무원들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것을 고집했다면 지금의 말뫼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동일본 대지진’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 공무원이 세상을 바꾼다

정해진 법규칙에 따라 관리하고 집행하는 사람. 이 사람들을 우리는 공무원이라 부른다.

‘동일본 대지진’의 일본 공무원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말뫼시’ 공무원 길을 걸을 것인지? 그 선택은 분명하다. ‘말뫼시’ 공무원처럼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적 마인드로 공무를 집행한다면 거제시 미래는 희망적일 것임에 틀림없다. 25만 거제시민이 바라는 공무원상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공무원의 자긍심과 자부심은 지위가 아닌 일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늘 해오던 것에 머물면 ‘동일본 대지진’의 전철을 밟을 것이고, 온고지신(溫故知新)하면 거제는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1,200여 거제시 공무원의 혜안과 사명감이 거제를 바꾸고, 세상을 바꿔내는 원천임을 명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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