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홍 거제문화예술회관 경영지원부장 

 

일본의 이시카와현 현청 소재지 가나자와시(市)(金沢市,Kanazawa)는 인구 46만 명으로 동해와 가까운 연안의 도시이자 그곳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다.

과거 에도막부 시대에는 4번째로 큰 도시였고, 시대가 변하고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관동 지역에 밀접한 도시들이 발전을 이루자 가나자와시는 일본 도시 중 중하위권으로 내려앉아 예전의 명성만큼의 영화를 누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을 거치면서 가나자와시(市)는 일본 도시 중에서 전쟁과 재난 피해가 거의 없어 현재에도 옛날 전통적인 집 양식을 그대로 잘 유지하고 보존했으며 이는 가나자와시의 관광문화 상품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공존하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 도시이기도 하다.

또한 가나자와시는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전통 환경을 보존하는 조례를 제정하여 역사 문화유산을 보존, 정비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으며, 시(市)의 노력으로 유네스코 창조도시 네트워크 중 “크래프트&포크아트” 분야에 처음으로 등록되는 영광을 받았다.

그렇다면 가나자와시(市)는 과거의 유산을 토대로 어떻게 해서 문화 창조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 것일까?

오늘날 산업구조와 사회적, 경제적 구조의 변화에 따라 지역 내 기능을 잃은 다양한 유형의 유휴공간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적, 지역 경제적 문제를 가진 공간으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이다.

가나자와시(市)는 폐업한 방적공장 자리를 <시민 예술촌>으로 만들어 시민 누구나 언제라도 부담 없이 연극, 음악, 무용, 기타 예술 활동과 제작, 연습, 발표를 할 수 있는 <문화예술터>를 만들었다. 개방적이며 시민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을 원칙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 방적공장 시민예술촌(사진:가나자와시 홈페이지)

또한 2004년 개관한 21세기 미술관은 더 좋은 환경으로 이전한 초등학교, 중학교 터를 시(市)가 대지를 매입하여 설립한 것으로, 어디든지 출입할 수 있고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통유리로 만들어진 개방된 미술관이다.

낡고 오래된 유휴공간이 문화 시설로 재탄생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유휴공간의 사전적 의미는 “사용하지 않고 놀리는 공간”을 말하며, “쓸모없음”이 아닌 “사용하지 않는 상태”라는 점이다.

즉 우리 지역 내 쓸모없는 건물이나 폐허가 아닌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나, 시설을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유휴시설 문화 재생 사업 또는 도시 문화 재생 사업이라 한다. 우리 거제시에도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앞으로도 도시의 변화에 따라 또는 정책의 변화에 따라서 유휴시설이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가나자와시(市)의 유휴시설 문화 공간 활용 방안은 앞으로 우리 거제시가 참고해야 할 중요한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방적공장 시민예술촌(사진: 가나자와시 홈페이지) 

거제문화예술회관 별관 건물에는 호텔시설이 존재한다. 지상 4층에 59개의 객실을 보유한 호텔은 재단의 경영상 운영비를 호텔 임대 수익으로 충당하고, 시민에게 더욱 양질의 서비스와 관광객 및 공연 참가자에게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2003년 거제문화예술회관 개관 시 함께 운영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20여 년이 다 되어 가는 낡은 시설로 전락했고, 호텔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수리비, 인건비, 기타 사회적 경비가 많이 소요되고 있으며, 거가대교 개통에 따른 거제지역 내 리조트, 호텔의 증가, 지역 숙박업체와의 경쟁력에 떨어져 수익적 측면에서 불리한 환경에 처해져 있는 현실이다.

재단은 호텔 임대시설의 수익적 측면보다 문화예술 향유 및 확대, 예술교육 등 무형적 가치를 중심으로 시민이 요구하고 바라는 문화예술 공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유휴시설 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이에 우리 재단은 호텔 임대시설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외부 용역을 실시 중이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유휴시설 재생 사업 기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오로지 시민이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 터>를 구성하고, 미래 세대와 현재가 함께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거제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건립을 제안하고 구상하는 바이다.

시민이 자유롭고 전문적인 예술교육과 전문 예술인을 통한 교육의 기회를 얻었을 때 우리의 의식과 감성의 깊이는 높아져 더욱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인문학을 접하게 하고, 예술을 더욱 친근하게 누릴 수만 있다면 다음 세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더욱더 큰 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렇듯 전문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문화적 자양분을 받고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문화예술의 씨앗이 되어 거제의 문화콘텐츠 생산에 밑거름이 될 것이고, 훌륭한 예술가, 교육자, 문화기획자가 될 것이다.

낡은 시설을 새로운 문화시설로 재탄생 시키는 노력은 도시에 활력을 주고 문화 도시로 가는 길이다. 단순히 경제적, 수익적 논리만으로 문화 도시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며, 이는 문화 도시로 가는 길을 저해하는 수단이라고 본다. 지속적으로 거제의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지 해야만 거제가 살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우리는 문화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지금 한류를 통해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